글 자 : 物(만물 물) 腐(썩을 부) 蟲(벌레 충) 生(날 생, 태어나다)
출 처 : 순자(荀子)의 권학문(勸學文). 소식(蘇軾 / 소동파)의 범증론(范增論)
비 유 : 불건전한 사회와 부패한 정치는 곧 범죄와 비리의 무대가 됨을 비유.
대한민국 국회(國會)는 지난 10월 7일부터 약 1개월간의 일정으로 국정감사(國政監査/이하 국감)를 실시했다.
예상한대로 국감(國監)장은 이전투구(泥田鬪狗/진흙탕의 개싸움)의 모습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고, 국민들의 평안한 삶을 위한 점검(點檢), 평가(評價), 반성(反省)등 국감(國監) 본래의 취지와는 요원(遼遠)한 모습을 시종일관(始終一貫)연출하고 있었다.
필자는 애당초 그들의 목적이나 자질을 보아서 기대하지도 않았지만, 자당(自黨)의 정치적 목적 외에는 달리 이해하기 힘든 질의(質議), 고성, 욕설까지 난무하는 처절함까지 느껴져 씁쓸한 마음 달래기 어렵다
참으로 대한민국의 정치적 장래가 심히 걱정되는 장면을 TV를 통해 여과 없이 볼 수 있었는데, 오히려 그들에게서는 그런 모습을 자랑스러워하는 비열함까지 느낄 수 있었다. 이제는 완전히 부패되어 벌레가 생겨 더 구제할 방법을 찾을 수 없을 정도다.
우선 순자(荀子)의 권학문(勸學文)을 보자.
"모든 사물(事物)의 발단(發端)에는 반드시 그 기인(起因)이 있고, 사람에게 영예(榮譽)와 오욕(汚辱)이 오는 것은 반드시 그 사람의 덕망(德望)에 의한다. 고기가 썩으면 벌레가 생기고, 물고기가 마르면 좀이 생기며, 게을러서 자신을 돌보는 것을 잊어버리면 재앙(災殃)이 생기게 된다."
이는 군자가 처세에 신중해야 함과 권력자들의 부정부패를 경계하는 말이다.
천자국(天子國)인 주(周)나라가 천하통치(天下統治)의 역할을 못하면서 천하는 이른바 춘추전국(春秋戰國)의 혼란한 시대(BG770 ~ BC221)가 도래 되었다.
이 혼란을 종식시킨 진(秦)나라는 천하를 통일(統一)하고 최초로 황제(皇帝)라는 칭호를 사용한 진시황(秦始皇)이 역사(歷史)에 등장하게 된다. 그 진시황은 업적도 많지만 백성들을 고통 속으로 몰아넣고, 환관(宦官)의 부패(腐敗)한 정치파행(政治跛行)으로 결국은 창업(創業) 후 3대(三代)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당시 진(秦)나라가 망하기 전, 많은 고통 속에 삶을 살아온 백성들은 각처에서 우후죽순(雨後竹筍)처럼 봉기(蜂起)하였고, 결국에는 초(楚)나라 항우(項羽)와 한(漢)나라 유방(劉邦)이 최후의 패권(覇權)을 다투게 되었다.
이에 항우는 무용(武勇)이 대단하여 힘으로 유방을 몰아붙이면서 책사인 범증(范增)의 작전계획에 따라 거대한 세력으로 커져가는 반면, 유방은 무용으로는 항우를 능가할 수 없었으나 유능한 인재들을 수하에 두고 있었다. 이른바 장량(張良), 한신(韓信), 소하(蕭何), 진평(陳平)등의 보좌를 받으며 차근차근 그 실력을 쌓아가고 있었다.
이 때 항우의 책사인 범증은 유방의 세력이 날로 커지는 것을 보고 유방을 살해 할 기회를 잡았으나 항우의 지나친 자만심으로 인하여 다 잡은 기회를 놓치게 된다.
그 후 항우는 범증의 계책에 따라 유방을 한왕(漢王)에 봉하여 오지(奧地)인 한중(漢中) 땅으로 쫓아 버렸다. 한편 한중으로 들어간 유방은 명장 한신(韓信)을 얻고 다시 힘을 길러 항우의 관중(關中)을 급습하여 세를 확보한 후, 항우와 대치했다. 하지만 항우의 군대가 유방 군대의 보급로를 차단하자 유방의 군대는 식량이 떨어지고 말았다. 유방은 항우에게 강화를 요청했다. 범증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오히려 항우에게 권해 더욱 맹렬한 기세로 유방을 공격했다.
그러자 범증이 있는 한 강화가 성립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은 유방은 진평(陳平)의 계책에 따라 항우와 범증 사이를 이간(離間)시키는 데 성공한다. 소식(蘇軾/ 소동파)은 그의 저서 범증론에서 이를 두고 이렇게 노래했다.
"물건은 반드시 부패하니, 그 속에서 벌레가 생긴다(物必先腐也,而後蟲生之). 사람은 의심하기 시작하면 반드시 그 후에 상대를 모함한다(人必先疑也,而後讒入之)."
이에 항우의 어리석은 의심(疑心)이 범증을 버렸고, 결국 형세를 망치게 되었다.
여기서 나온 말이 바로 '물부충생(物腐蟲生)'이다. '모든 문제는 내부에서 비롯된다'는 뜻이기도 하다.
'물부충생(物腐蟲生)'이 중국에서 한때 크게 회자(膾炙)된 적이 있다.
최고 권력에 오른 시진핑(習近平)당시 공산당 총서기가 이 단어를 쓴 뒤부터다.
그는 고위 관리들이 참가한 집단학습에서 "물건은 썩으면 반드시 벌레가 생긴다"며 "부패가 드러나면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부패척결에 대한 결연한 의지를 표현한 것이다.
부패한 정치가 나라를 망하게 하는 지름길이라는 사실은 역사가 증명한다.
위정자(爲政者)들이 백성을 위할 때는 나라가 융성했고, 그들이 민생(民生)을 돌아보지 않고 권력투쟁에만 집중할 때 나라는 흔들리고 어지러워져 결국은 망했다.
見己之過 不見人之過 君子也(견기지과 불견인지과 군자야)
見人之過 不見己之過 小人也(견인지과 불견기지과 소인야)
자기의 허물만 보고 남의 허물을 보지 않는 이는 군자이고
남의 허물만 보고 자기의 허물을 보지 않는 이는 소인이다.
이제 곧 입동(立冬)을 시작으로 겨울을 맞이해야한다. 국민들의 여유로운 삶을 책임지는 정치권의 반성이 재삼 필요함을 느끼게 된다.
장상현/전 인문학 교수
장상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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