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태주 시인 -버킷 리스트-
나태주 시인 -퇴원-
‘그래/네/생각만 할게.’
나태주 시인 -봄밤 1-
‘죽지 못해 사는 목숨입니다/죽기 위해 사는 목숨입니다/죽고 싶어도 죽어지지 않는 목숨입니다’
나태주 시인 -수족관의 물고기-
‘어찌하여 아침인데/노랑등불 들고 나오셨나요.’
나태주 시인 -달맞이꽃-
‘좋은 책을 많이 읽은 날은/밥을 먹지 않아도 배가 부르다.’
나태주 시인 -책-
‘꽃들에게 인사할 때/꽃들아 안녕!//전체 꽃들에게 /한꺼번에 인사를/해서는 안된다//꽃송이 하나하나에게/눈을 맞추며/꽃들아 안녕! 안녕!//그렇게 인사함이 백번 옳다’
나태주 시인 -꽃들아 안녕-
‘아직도 나는 세상에서/너보다 더 예쁜 꽃을/본 일이 없단다’
나태주 시인 -딸-
‘하느님/오늘도 하루/잘 살고 죽습니다/내일 아침 잊지 말고/깨워 주십시오’
나태주 시인 -잠들기 전 기도-
‘그리운 날은 그림을 그리고/쓸쓸한 날은 음악을 들었다/그리고도 남은 날은/너를 생각해야만 했다.’
나태주 시인 -사는 법-
‘많이 보고 싶겠지만/조금만 참자’
나태주 시인 -묘비명-
‘하고 싶은 일을 하니 좋고/하고 싶지 않은 일을 하지 않으니/더욱 좋다.’
나태주 시인 -좋은 날-
‘이만큼이라도 남겨주셨으니/얼마나 좋은가!//지금이라도 다시 시작할 수 있으니/얼마나 더 좋은가!’
나태주 시인 -감사-
‘저녁 때/돌아갈 집이 있다는 것//힘들 때/마음 속으로 생각할 사람 있다는 것//외로울 때/혼자서 부를 노래 있다는 것.’
나태주 시인 -행복 1-
‘이제부터는 긴 터널을 지나야 한다//고통의 터널/적막의 터널/불만의 터널/회한의 터널//내가 나의 육신을 포기할 때까지’
나태주 시인 -80세 앞-
‘편안한 겨울/가득한 가을/고달픈 여름/초라한 봄날’
나태주 시인 -거꾸로 사계-
‘보아주는 이 없어서/더욱 아리따운 아낙이여.’
나태주 시인 -노을 1-
‘아직도 너를/사랑해서 슬프다’
나태주 시인 -이 가을에-
‘낳아주고/길러주고/가르쳐주고//그러고도 남는 일은//기다려주고/참아주고/져주기’
나태주 시인 -부모 노릇-
‘오늘도 열심히 죽어서 잘 살았습니다’
나태주 시인 -퇴근-
‘집에 밥이 있어도 나는/아내 없으면 밥을 먹지 않는 사람//내가 데려다주지 않으면 아내는/서울 딸네 집에도 가지 못하는 사람//우리는 이렇게 함께 살면서/반편이 인간으로 완성되고 말았다.’
나태주 시인 -완성-
‘오늘도/나를 위해 살게 하시고/그 삶이 넘쳐/다른 사람을 위해서도/살게 하소서.’
나태주 시인 -늙은 기도-
‘하루하루 삶이 꿈이고/순간순간 숨 쉬는 일이 기적이고/내가 누구를 그리워하고/누군가 나를 생각함이/이미 버킷리스트 그것인데/어찌 또 버킷 리스트가 있을까요?/하지만 나에게도 남아 있는 버킷 리스트가 있답니다/그것은 인도로 떠나고/뉴질랜드 가을을 보고/이과수폭포에 발을 담가 보는 게 아닙니다/노벨문학상을 준다면 거절하지는 않겠지만/그보다 더 크고도 시급한 버킷 리스트,/남아 있는 오직 하나/나의 꿈이라면/우리나라 사람 아닌 다른 나라 사람/그 가운데서도 젊고 어리고 순한 가슴을 지닌/다른 나라의 젊은 청춘들이/우리글 한글을 배워/내가 쓴 한글 시를/한글 그대로 읽어주는/것이랍니다/너무 그렇고 그런 꿈이라고요?/너무 허황된 꿈이라고요?/그래서 버킷 리스트 아닌지요!’
나 시인은 이 책에서 버킷리스트 1은 ‘내가 세상에 나와 해 보지 못한 일’,버킷리스트 2는 ‘내가 세상에 와서 가장 많이 해 본 일’, 버킷리스트 3은 ‘내가 세상에 나와 꼭 해 보고 싶은 일’로 나눠 썼다.
50여 년 동안 우리 곁에서 세상에 대한 '바라봄'을 시로 전해 온 나태주 시인, 이번에는 그가 시로 한 글자 한 글자 꾹꾹 눌러 쓴 버킷 리스트를 독자에게 전한다.
2007년 교장 퇴임을 앞두고 췌장암으로 오랜 기간 투병 생활을 겪었던 그는 "기적적으로 회복해 14년째 제2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고 전했다. 또 "투병하며 첫날처럼 마지막 날을 사는 일이 가장 중요하단 걸 이해하게 됐다"며 “죽음 역시 삶 못지않게 소중한 것임을 깨달았다”고 밝힌 바 있다.
시집 『버킷 리스트』는 이러한 그의 '삶과 죽음에 대한 바라봄'이 고스란히 녹아 있는 시를 묶은 것으로, 독자가 그들만의 첫 문장을 다시 찾기를 바라는 시인의 마음을 함께 담아 전한다.
한편 1945년 충남 서천에서 태어난 나 시인은 공주사범학교를 졸업하고 43년간 초등학교 교사로 재직했다. 2007년 공주 장기초등학교 교장으로 퇴임한 그는 1971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시가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첫 시집 『대숲 아래서』를 출간한 후 『꽃을 보듯 너를 본다』, 『너와 함께라면 인생도 여행이다』, 『너무 잘하려고 애쓰지 마라』 등 여러 권의 시집을 펴냈고, 산문집, 그림시집, 동화집 등 190여 권을 출간했다. 학교에서 만난 아이들에 대한 마음을 담은 시 ‘풀꽃’을 발표해 '풀꽃시인'이라는 애칭과 함께 국민적인 사랑을 받았다. 소월시문학상, 흙의문학상, 충청남도문화상, 윤동주문학대상 등을 수상했다. 2014년부터는 공주에서 '나태주풀꽃문학관'을 설립·운영하며 풀꽃문학상을 제정·시행하고 있다.
한성일 기자 hansung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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