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시장은 다른 날과 다르게 북적인다. 바빠서 물건만 사고 나올 때가 많았는데 오늘은 모처럼 여유를 부리며 여기저기 둘러보았다. 파장이라 그런지 값을 후려친다.
우연히 대학교 때 미국으로 유학을 가서 그곳에서 터를 잡고 살던 미국 시민권자가 정년을 맞이하고 한국으로 와서 살면서 다시 국적을 회복 중인 부부를 만났다.
오랫동안 미국 생활을 하고 오신 분들인데 사람 살기가 한국이 제일 좋다며 집을 사지 않고 우리나라 곳곳을 2년씩 살기로 했단다.
처음 살던 곳은 구례, 그다음이 영동, 그리고 공주에 사는 중이란다. 어디가 젤 좋으냐고 물으며 내심 공주라고 답하기를 기다렸지만 나름대로 장단점이 있다고 답한다.
구례에 살 땐 도심지가 아닌 곳에서 살아 자연환경이 너무 좋았고 영동에 살 땐 주변에서 과일이며 야채 등을 많이 주셔서 먹을 것이 풍족했었다고 한다. 공주는 아파트 생활을 하여 주변과 친근하게는 못 지내지만, 생활 편의가 너무 좋다고 하신다.
이 조그만 동네에 없는 게 없고 서울 가깝고 세종 가깝고 오케스트라가 있는 게 신기하단다. 그러면서 결정적으로 공주를 택한 건 공주 장날을 보고 나서였단다. 공주 장날 풍경이 좋단다.
서울이 고향인데 옛날 시장의 모습이라 좋단다. 늘 가던 시장 풍경이 좋다는 뜬금없는 답변에 나도 늘 보는 장날이지만 그분들의 눈높이로 시장 구경을 다니면서 변하지 않은 장터 모습에서 옛 추억을 그리는 이도 있다는 것을 느끼며 산성 시장이 새롭게 다가왔다.
장은숙 명예기자(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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