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넘어 희망을 되찾는 중"…대전 정뱅이 마을 '재난 복구 감사 예술제' 개최

  • 사회/교육
  • 사건/사고

"일상 넘어 희망을 되찾는 중"…대전 정뱅이 마을 '재난 복구 감사 예술제' 개최

2일 마을서 풍물 놀이 공연 등 개막식 진행
수해 주제로 한 지역 작가 프로젝트 전시도
21일까지 북토크, 음악회 등 위로와 감사 시간

  • 승인 2024-11-03 15:54
  • 수정 2024-11-03 17:08
  • 신문게재 2024-11-04 3면
  • 정바름 기자정바름 기자
전시 1
2일 오후 2시 7월 수해를 겪었던 대전 정뱅이마을에서 재난 복구 감사 예술제가 열린 모습. (사진=정바름 기자)
11월 2일 오후 2시께 지난 7월 수해 피해를 입었던 대전 정뱅이마을에서 경쾌한 꽹과리 소리가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오랜 시간 마을의 안식처가 되어 준 용촌동 느티나무 보호수 아래서 주민들은 풍물놀이 공연에 맞춰 그간의 아픔을 씻어내듯 흥겹게 몸을 흔들었다. 무너졌던 제방 앞에서도 손을 맞잡고 강강술래 하듯 움직이며 함께 위로하고 격려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날 정뱅이 마을 주민들은 '재난 복구 감사예술제'라는 의미 있는 행사를 열었다. 두 달 간의 마을 복구를 마치고, 일상으로 돌아온 주민들은 예술로 서로를 보듬고 각자의 기억을 공유했다. 그간 도움을 줬던 봉사자들도 초청해 고마움을 전했다.

전시 2
2일 오후 2시 7월 수해를 겪었던 대전 정뱅이마을에서 재난 복구 감사 예술제가 열린 모습. (사진=정바름 기자)
물에 휩쓸린 줄 알았던 추억은 마을 진입로에 있는 교회 건물에 고스란히 전시됐다. 예술제를 위해 김윤경숙, 박정선, 여상희, 이종국 등 4명의 지역 작가는 수해를 주제로 한 설치 예술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침수로 폐기되거나, 흙 속에 묻혀 있던 가재도구, 주민들의 사진, 앨범을 발굴해 작품 소재로 사용한 점도 눈에 띄었다.



이종국 작가는 마을에서 나온 서까래를 이용해 24절기를 표현한 솟대 작품을 마을 밭에 전시하기도 했다. 이 작가는 "물이 마을을 휘감아 피해를 입었지만, 생태계로 보면 순환"이라며 "작품의 재료는 살림집 기둥으로 쓰였다. 수해 이후 버려질 수도 있는 것이지만, 마을이 아픔을 딛고 다시 이야기를 만들어가야 한다는 의미에서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솟대
2일 오후 2시 7월 수해를 겪었던 대전 정뱅이마을에서 재난 복구 감사 예술제가 열린 모습. (사진=정바름 기자)
박정선 작가는 제방이 무너져 마을을 덮쳤던 하천에 직접 들어가 그 속의 생태계를 촬영한 작품을 선보였다. 박 작가는 "주민뿐 아니라 주변 자연도 물난리를 같이 겪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이 하천은 마을 어머님들이 빨래터로 사용하는 등 생활과 밀접한 공간이었다. 재난 후에 물에서 느끼는 공포를 덜어드리고, 물이 중요한 자원임을 알리는 메시지를 담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그간의 마을 역사를 알 수 있는 아카이빙 자료와 7월 재난 후 진행 경과, 주민들의 이야기가 담긴 신문기사와 SNS 등 스크랩 자료들이 전시됐다.

전시 4
2일 오후 2시 7월 수해를 겪었던 대전 정뱅이마을에서 재난 복구 감사 예술제가 열린 모습. (사진=정바름 기자)
마을 전체가 전시장이 되기도 했다. 27가구의 집집마다 주민의 사진과 수해 당시의 생생했던 기억이 적혀 있는 플랜카드도 붙어있었다. 정뱅이 마을 주민들은 7월에 겪었던 재난 이야기를 책으로도 풀어냈다.

이번 예술제는 권선필 목원대 교수 등 마을 주민들과 함께 국제 민간 봉사단체인 사단법인 더프라미스, UN 기구인 IOM 한국대표부 등이 공동 개최했다. 11월 21일까지 전시회와 주민들이 발간한 '재난 스토리북' 출판 기념 북토크 행사, 회복 감사 음악회를 열 계획이다.

권선필 교수는 "수해 입기 전에 생활로 되돌아가려 하지만, 막상 시작을 해보니 힘들고, 주민 모두 무너진 집을 봤을 때부터 충격이 상당히 긴 시간 동안 있었다"며 "이번 예술제를 통해 재난을 돌파할 수 있는 힘이 생기기 바라는 마음에서 주민들과 진행하게 됐다. 재난 지역은 구호뿐만 아니라 사람들과의 소통과 공감이 필요하다"라고 설명했다.
정바름 기자 niya15@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충남아산FC, 승격 원년을 준비하다] 구단 역사 첫 승강전… 그런데 치를 경기장이 없다?
  2. 김영식 신임 NST 이사장 임명에 과기계 "우려"… 황정아 의원 임명 철회 촉구도
  3.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이사장에 김영식 전 국민의힘 의원
  4. [사설] 성심당-대전농기센터 '밀밭 협약' 주목
  5. [사설] 특성화고 방산 지역인재 양성 중요하다
  1. 충청 등 與 시도지사협의회 "尹 국정쇄신 韓 당정일체"
  2. [사설] 지역 완결형 의료체계, 가능한 얘긴가
  3. 일상으로 돌아간 대전 정뱅이 마을…집은 복구됐지만 트라우마는 '여전'
  4. 대전 월평공원 수풀 속 수직갱도, 일제의 금 수탈현장이었다
  5. ‘맛이 어떨까?’…대전 국제 와인엑스포 핫한 반응

헤드라인 뉴스


대전 월평공원 수풀 속 수직갱도, 일제의 금 수탈현장이었다

대전 월평공원 수풀 속 수직갱도, 일제의 금 수탈현장이었다

<속보>=대전 서구 월평공원에서 발견된 수직갱도와 동굴은 1933년 일제강점기 조선제련(주)이 금과 은을 채취하던 수탈 현장인 것으로 조사됐다. 수직갱도 3곳과 동굴형 갱도 2곳, 동원 근로자들이 머물렀을 것으로 보이는 집터까지 남아 있는 것으로 관찰되면서 사료적 가치로 주목된다. <중도일보 8월 26일자 1면 보도> 대전 서구 월평공원과 도솔산에서 발견된 수직갱도와 동굴이 1933년부터 채굴을 시작한 금과 은 광산인 것으로 확인됐다. 조선총독부가 1943년 발행한 조선광구일람에 '유성금산(儒城金山)'이라는 광산이 등재됐는데 당시..

[드림인대전] `태극마크 다는 그날까지!` 포환던지기 유망주 조은찬 선수
[드림인대전] '태극마크 다는 그날까지!' 포환던지기 유망주 조은찬 선수

"은메달 아쉽냐고요? 금메달 땄으면 좋았겠지만, 다음 목표가 없잖아요." 대전시 포환던지기 고등부 대표 조은찬(17) 선수는 은메달에 머문 아쉬움에 대한 질문에 이렇게 대답했다. 제102회 전국체전 포환던지기에서 조 선수는 16.56m를 던졌다. 1위와 손가락 두 마디 차이에 불과했지만, 후회는 없었다. 전국체전 첫 출전임을 고려한다면 제법 준수한 기록이다. 조 선수는 "즐겁고 재미있게 즐기다 왔다. 내년에도 기회가 있으니 훈련에 매진하면 충분히 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 선수가 투포환과 인연을 맺은 것은 초등학교 4학년..

강력범죄 전과자가 대리운전을?… 충남경찰청, 불법 운송업 운영자 구속
강력범죄 전과자가 대리운전을?… 충남경찰청, 불법 운송업 운영자 구속

충남 당진시 일대를 중심으로 대리운전과 콜택시 영업 2년여간 불법으로 운영한 일당이 붙잡혔다. 4일 충남경찰청에 따르면 최근 당진시 일대 불법 유상 운송행위가 만연하다는 첩보를 입수 후 관련 업체를 운영한 A 씨 등 39명을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위반 혐의로 검거했다. 이들은 대리운전 사무실까지 마련해 기사를 모집하고 매월 알선비를 챙겨온 것으로 밝혀졌다. 운영자 A 씨는 대리운전으로 사업자 등록 후 SNS, 인터넷 카페 등을 통해 기사를 모집했으며, 기사가 임대한 렌터카 또는 자가용 자동차를 이용해 불법 콜택시 업무를 해왔다. 승객..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다가오는 추위…‘월동 준비합니다’ 다가오는 추위…‘월동 준비합니다’

  • 점자로 만나는 세상 점자로 만나는 세상

  • 가을은 원색의 계절 가을은 원색의 계절

  • ‘맛이 어떨까?’…대전 국제 와인엑스포 핫한 반응 ‘맛이 어떨까?’…대전 국제 와인엑스포 핫한 반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