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인칼럼]혁신신약 개발 가로막는 코스닥 상장제도

  • 오피니언
  • 전문인칼럼

[전문인칼럼]혁신신약 개발 가로막는 코스닥 상장제도

정흥채 센터장 대전테크노파크 BIO센터

  • 승인 2024-11-03 10:24
  • 수정 2024-11-13 17:23
  • 신문게재 2024-11-04 18면
  • 박병주 기자박병주 기자
정흥채 대전테크노파크 센터장
정흥채 대전테크노파크 BIO센터 센터장
최근 혁신 신약을 개발하는 코스닥 상장기업 대표는 매출을 일으키기 위해 동분서주하다. 이유인즉슨 상장유지를 위해 매출액 30억 원 이상을 달성해야 하기 때문이다. 제품 매출이 있다는 것은 매우 중요하지만, 신약개발 기업은 매출을 일으키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그간 신약개발에 집중하다 보니 당장 매출을 일으킬 수 있는 제품이 없다. 그러다 보니 신약개발과 거리가 있는 분야까지 고려할 수밖에 없다. 당연히 회사는 역량이 분산되고 신약개발을 더욱 어렵게 한다.

현재 코스닥 시장에서 매출액이 사업연도 30억원 미만이거나 자기자본 50% (10억 원 이상)의 법인세비용차감전사업손실(법차손)이 최근 3년간 2회 이상이며 사업연도에 계속 발생할 경우 관리종목으로 지정된다. 관리종목으로 지정되면 기업가치에 치명적이고 지속적 자본유치는 불가능에 가깝다. 관리종목으로 지정된 다음 해에도 매출액 30억원 미달하거나 자기자본 50% 초과 10억 원 이상의 법차손이 발생한다면 상장 적격성 실질심사를 받게 되어 상장폐지 수순을 받을 수도 있다. 어렵게 자본시장에 진출해 신약개발에 매진할 때 퇴출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상장제도는 1조 원 이상의 천문학적인 자본과 10년 이상 필요한 신약개발 바이오벤처에는 넘지 못하는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다. 최근 코스닥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혁신신약 개발 바이오벤처들은 창업 후 약 12년 만에 상장했고 상장 후 10년 이상 적자상태가 지속됐다. 코로나 백신 개발사인 모더나는 2010년에 창업해 11년간 매년 수 억달러의 적자를 기록하다 2021년부터 흑자로 전환되면서 글로벌기업이 되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우리나라 신약개발 바이오벤처를 포함해 바이오헬스 기업의 재무상태는 매우 열악하다. 시총 1조 원 이상의 기업은 16개 사에 불과하고 신약개발 특례상장기업의 적자폭은 더욱 확대되고 있고 법차손 발생은 심각하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자료에 따르면 특례상장한 바이오헬스 벤처(89개) 중 법차손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고 있는 기업은 74사로 83.1%에 이른다. 신약개발비 중 임상3상 단계까지 가지 않은 R&D투자는 모두 비용으로 처리돼 법차손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그동안 코스닥시장의 상장제도 개선 노력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2005년 기술성장기업 특례 도입으로 기술성과 성장성이 인정되는 기업은 전문기관의 평가를 거쳐 특례상장으로 자본시장에서 자금을 수혈할 수 있도록 했다. 2016년에는 상장주선인이 평가해서 추천한 기업의 상장을 허용하는 등 기술벤처들의 주식시장 진입의 턱을 낮췄다. 하지만 상장유지를 위한 매출액과 법차손 기준은 또다시 넘어야 할 장벽이 됐다. 신약개발 바이오벤처들의 대규모 초기 투자로 인한 장기간의 적자를 감내할 수 있는 생태계는 불가능한 것일까? 코스닥시장은 투자자보호와 자본시장의 신뢰성 확보를 앞세워 일반적인 제조업 기반 기업의 퇴출기준을 그대로 바이오벤처에 적용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이 지속하면 1조 원 이상의 글로벌시장에서의 매출이 가능한 블록버스터급 신약은 기대하기 어렵다. 정부가 바이오산업을 중화학공업, 조선, 자동차, 반도체로 이어지는 경제성장 주도 국가전략산업으로 선정하고 집중 육성하고 있음에도 신약개발 바이오벤처들이 글로벌파마로 도약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지 않는다면 공염불에 불가하게 될 것이다. 혹자는 기업 스스로 매출과 법차손이 발생하지 않도록 사전에 준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집중된 자본투입과 긴 개발시간이 필요한 신약 개발 과정을 이해한다면 매출을 일으키기 쉽지 않다는 것을 알 것이다. 오랜 시간이 걸리더라도 매출은 개발된 신약후보 물질의 글로벌 기술이전으로 발생해야 한다. 아직은 우리나라 벤처들이 직접 신약개발과 판매를 할 수 있는 글로벌파마가 아니기 때문이다.



코스닥시장이 최근 바이오벤처들의 상장요건을 강화하면서 임상2상의 결과 또는 글로벌 기술이전 성과를 요구하는 것은 또 다른 어려움이다. 결국 상장도 어렵고 유지하기도 어렵다면 신약개발을 포기할 수밖에 없지 않나? 신약 개발 바이오벤처의 특수성을 반영해 적자상장, 장기간 적자에도 상장유지 등의 혁신이 뒤따라야 한다. 바이오벤처를 글로벌파마로 성장시켜 블록버스터급 K-의약품 개발의 꿈이 조속히 실현되기를 희망한다./ 정흥채 대전테크노파크 BIO센터 센터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둔산 리빌딩’…대전 둔산 1·2지구, 재건축 움직임 본격 시동
  2. 대전 치매환자 등록률 46% 전국광역시 '최저'…돌봄부담 여전히 가족에게
  3. '산불 복구비 108억, 회복은 최소 20년'…대전·홍성 2년째 복구작업
  4. 아이 받아줄 사람 없어 '자율 귀가'… 맞벌이 학부모 딜레마
  5. 4월부터 우유, 맥주, 라면 등 '줄인상'
  1. 금강환경청, 자연 복원 현장서 생태체험 참여자 모집
  2. "방심하면 다쳐" 봄철부터 산악사고 증가… 대전서 5년간 구조건수만 829건
  3. [썰] 군기 잡는 박정현 민주당 대전시당위원장?
  4. [기고]대한민국 지방 혁신 '대전충남특별시'
  5. 보은지역 보도연맹 희생자 유족에 국가배상 판결 나와

헤드라인 뉴스


돌아오는 충청권 의대생들… 모집인원 동결 이번주 판가름

돌아오는 충청권 의대생들… 모집인원 동결 이번주 판가름

의과대학 학생들이 집단휴학을 철회하고 학교에 복학을 신청하면서 의학교육이 1년 만에 기지개를 켜고 있다. 교육부는 학생들이 실제 수업에 참여하는지 살펴보고 복귀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고 밝혀 이번 주 의대정원을 증원 전으로 돌리느냐 중요한 시간이 될 전망이다. 정부가 정한 의대생 복귀 시한인 31일 전국 대다수 의대가 등록을 마감한 가운데 대전과 충남·북의 의대에서도 대체로 학생들이 복귀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충남대 의대는 3월 30일 복학 신청 접수를 마감했으나 몇 명의 학생들이 복학했는지 아직 공표하지 않고 있다. 당초 2월 2..

케이크 가격 4만원대?... 생일 초 불기도 부담되네
케이크 가격 4만원대?... 생일 초 불기도 부담되네

소비자 물가가 고공행진하고 있다. 식품·외식업계 가격 인상이 계속되면서 케이크 가격도 4만 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3월 31일 해당 업계에 따르면, 투썸플레이스는 최근 커피와 음료, 케이크 가격을 올렸다. 케이크 가격은 2000원 올리고 조각 케이크는 400원 인상했다. 이에 따라 스트로베리 초콜릿 생크림(스초생)은 3만 7000원에서 3만 9000원이 됐다. 스초생 2단 제품은 4만 8000원이다. 딸기 생크림은 3만 6000원이고 클래식 가토 쇼콜라 가격은 4만원이다. 조각 케이크는 생딸기 우유 생크림은 9500원으로 1..

대전시, 자전거고속道 구축 필요성 고개…단절구간 많아 교통분담 제자리
대전시, 자전거고속道 구축 필요성 고개…단절구간 많아 교통분담 제자리

탄소 중립을 위한 대표적 교통수단인 자전거 이용을 높이기 위해 대전시가 '자전거 고속도로망' 구축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10년간 자전거 도로는 크게 증가했지만, 단절 구간이 많아 교통 분담률이 크게 늘지 않았는데 이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31일 대전세종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대전시 자전거 고속도로 도입을 위한 기본구상 연구' 보고서를 보면 대전의 자전거도로 총연장은 2023년 기준 937㎞로 2010년 586.9㎞ 보다 60% 가까이 증가했다. 하지만, 자전거 분담률은 1.85%(2021년 기준)로 여전..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3색의 봄 3색의 봄

  • ‘안 오르는 게 없네’…라면, 우유, 맥주 4월부터 인상 ‘안 오르는 게 없네’…라면, 우유, 맥주 4월부터 인상

  • 꽃샘추위 이겨낸 야구 열기…한화생명 볼파크 세 번째 매진 꽃샘추위 이겨낸 야구 열기…한화생명 볼파크 세 번째 매진

  • ‘어떤 나무를 심을까?’ ‘어떤 나무를 심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