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흥채 대전테크노파크 BIO센터 센터장 |
현재 코스닥 시장에서 매출액이 사업연도 30억원 미만이거나 자기자본 50% (10억 원 이상)의 법인세비용차감전사업손실(법차손)이 최근 3년간 2회 이상이며 사업연도에 계속 발생할 경우 관리종목으로 지정된다. 관리종목으로 지정되면 기업가치에 치명적이고 지속적 자본유치는 불가능에 가깝다. 관리종목으로 지정된 다음 해에도 매출액 30억원 미달하거나 자기자본 50% 초과 10억 원 이상의 법차손이 발생한다면 상장 적격성 실질심사를 받게 되어 상장폐지 수순을 받을 수도 있다. 어렵게 자본시장에 진출해 신약개발에 매진할 때 퇴출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상장제도는 1조 원 이상의 천문학적인 자본과 10년 이상 필요한 신약개발 바이오벤처에는 넘지 못하는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다. 최근 코스닥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혁신신약 개발 바이오벤처들은 창업 후 약 12년 만에 상장했고 상장 후 10년 이상 적자상태가 지속됐다. 코로나 백신 개발사인 모더나는 2010년에 창업해 11년간 매년 수 억달러의 적자를 기록하다 2021년부터 흑자로 전환되면서 글로벌기업이 되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우리나라 신약개발 바이오벤처를 포함해 바이오헬스 기업의 재무상태는 매우 열악하다. 시총 1조 원 이상의 기업은 16개 사에 불과하고 신약개발 특례상장기업의 적자폭은 더욱 확대되고 있고 법차손 발생은 심각하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자료에 따르면 특례상장한 바이오헬스 벤처(89개) 중 법차손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고 있는 기업은 74사로 83.1%에 이른다. 신약개발비 중 임상3상 단계까지 가지 않은 R&D투자는 모두 비용으로 처리돼 법차손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그동안 코스닥시장의 상장제도 개선 노력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2005년 기술성장기업 특례 도입으로 기술성과 성장성이 인정되는 기업은 전문기관의 평가를 거쳐 특례상장으로 자본시장에서 자금을 수혈할 수 있도록 했다. 2016년에는 상장주선인이 평가해서 추천한 기업의 상장을 허용하는 등 기술벤처들의 주식시장 진입의 턱을 낮췄다. 하지만 상장유지를 위한 매출액과 법차손 기준은 또다시 넘어야 할 장벽이 됐다. 신약개발 바이오벤처들의 대규모 초기 투자로 인한 장기간의 적자를 감내할 수 있는 생태계는 불가능한 것일까? 코스닥시장은 투자자보호와 자본시장의 신뢰성 확보를 앞세워 일반적인 제조업 기반 기업의 퇴출기준을 그대로 바이오벤처에 적용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이 지속하면 1조 원 이상의 글로벌시장에서의 매출이 가능한 블록버스터급 신약은 기대하기 어렵다. 정부가 바이오산업을 중화학공업, 조선, 자동차, 반도체로 이어지는 경제성장 주도 국가전략산업으로 선정하고 집중 육성하고 있음에도 신약개발 바이오벤처들이 글로벌파마로 도약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지 않는다면 공염불에 불가하게 될 것이다. 혹자는 기업 스스로 매출과 법차손이 발생하지 않도록 사전에 준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집중된 자본투입과 긴 개발시간이 필요한 신약 개발 과정을 이해한다면 매출을 일으키기 쉽지 않다는 것을 알 것이다. 오랜 시간이 걸리더라도 매출은 개발된 신약후보 물질의 글로벌 기술이전으로 발생해야 한다. 아직은 우리나라 벤처들이 직접 신약개발과 판매를 할 수 있는 글로벌파마가 아니기 때문이다.
코스닥시장이 최근 바이오벤처들의 상장요건을 강화하면서 임상2상의 결과 또는 글로벌 기술이전 성과를 요구하는 것은 또 다른 어려움이다. 결국 상장도 어렵고 유지하기도 어렵다면 신약개발을 포기할 수밖에 없지 않나? 신약 개발 바이오벤처의 특수성을 반영해 적자상장, 장기간 적자에도 상장유지 등의 혁신이 뒤따라야 한다. 바이오벤처를 글로벌파마로 성장시켜 블록버스터급 K-의약품 개발의 꿈이 조속히 실현되기를 희망한다./ 정흥채 대전테크노파크 BIO센터 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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