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민 대표 |
폭력이 난무하는 시대라고 하지만, 폭력이 자주 표면화될 뿐이지, 폭력이 아닌 것, 비폭력적인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더 많다. 마하트마 간디가 비폭력이 본질이고 폭력이 비폭력의 부정이라고 했듯이 지나치게 전쟁이나 무력 충돌 위주로 기록되어서 그렇지 항상 전쟁과 폭력이 난무하는 세상은 아니었다.
인류의 역사가 전쟁의 역사였다거나 점점 비인간화되고 있다. 폭력의 시대니까 어쩔 수 없다. 국익을 위해서는, 먹고 사는 문제가 중요하니까 파병도 하고, 살상무기도 수출해서 돈을 벌어야 한다. 우리도 최신무기를 도입해 국가안보를 강화해야 한다. 이런 생각이 뒷받침되어 대한민국 2025년 국방비 예산이 60조를 넘어섰다. 2014년 국방비가 35조 정도였는데 거의 10년만에 두 배가 되었고, 국방비에 상당 부분이 최첨단 무기구입에 쓰인다. 역설인 것은 세계에서 국방비 지출이 많은 나라일수록 전쟁위험이 높고, 현재 전쟁 중에 있다는 것이다. 미국, 러시아, 우크라이나, 이스라엘, 대한민국 모두 국방비 지출 20위 안에 드는 나라들이다. 무기가 많아서 전쟁억지력이 생기는 게 아니라 무기가 많아서 전쟁 위험성이 높아지는 게 아닐까.
군대가 없는 나라로 알려진 코스타리카는 내전이 끝나고 1949년 헌법에 군대 폐지를 적시했다. 치안을 위한 경찰과 소규모 안보를 책임지는 부대만 있는데, 이를 공공부대라 칭하고, 군대 대신 운영하고 있다. 세계에서 최초로 군대를 폐지한 나라 코스타리카는 군대가 없어도 평화를 유지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 물론 한반도 상황과는 지정학적, 정치적 차이가 있겠지만 평화의 미래가 상상이 아니라 현실임을 증명하고 있으니 군대가 있든 없든, 중립국이든 아니든 평화를 유지하고 관리하려는 적극적 의지와 실천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북핵 위협에 맞서야 하고, 남북 간의 대결과 적대적 상황 때문에 불안하니까 군축이 아니라 막강한 군사력을 키우고 국방예산도 증액한다는데 한반도 상황은 왜 평화로워지지 않고 점점 안보 위기가 조성될까. 우리 민족끼리 평화통일을 만들어가자는 약속은 너무 순진한 약속이었을까. 한미, 한미일, 대규모 전쟁훈련으로 얻은 것과 잃은 것은 무엇인가. 반영구적인 남북분단 상황이 더 공고해지고, 상시 전쟁위험, 분단체제가 가져다주는 소모적인 사회적 정치적 대립, 우리 안에 내면화된 분단의 구조적 폭력을 어떻게 해야 근절할 수 있을까?
폭력 상황에 놓이면 사람들은 크게 두 가지를 선택한다고 한다. 싸우거나 회피하거나. 그러나 둘 다 비폭력적 관점으로 보면 좋은 방법은 아니다. 싸움은 폭력에 폭력으로 맞서는 것이고, 회피하는 것은 폭력의 힘을 인정하는 꼴이 된다. 폭력을 폭력으로 다스리면 그 폭력을 이기기 위해 더 큰 폭력을 행사해야 한다. 폭력으로 맞서거나 도망가지 않으면서 평화를 이루는 방법은 비폭력 저항과 대화뿐이다.
북한의 러시아 파병과 남한의 우크라이나 지원 검토 소식을 듣는 요즘 그 어느 때보다 슬프다 못해 속이 쓰리다. 교육과 과학의 발전, 지식과 정보의 양이 축적되면서 무엇이 문제인지, 비판의식은 높아졌는데 이와 비례해 그 문제를 비폭력적으로 해결해가는 삶의 능력도 높아졌을까. 국가안보, 인간안보가 아니라 정권안보 아니냐는 말이 도는 이유가 장시간 분단구조 속에서 살아온 시민들의 기우라고만 할 수 있을까. 모든 종류의 전쟁이 평화를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평화를 지키겠다는 이유로 꼭 싸울 필요는 없다. 전쟁과 분단의 역사를 언제까지 대물림해줘야 하나, 여기서 전쟁을 끝내자. 평화의 역사, 평화의 미래를 유산으로 남겨주자.
/최영민 대전평화여성회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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