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색 옷과 마스크, 가슴에 근조 리본을 단 논산에 거주하는 여성 30여 명이 재판 전부터 침묵시위를 벌여 눈길을 끌었다. |
본보(10월 25일 자 14면) ‘성폭행 충격에 4살 지능 된 외동딸, 결국 죽음으로... 논산지원 재판장 눈물바다’ 기사 보도 이후 지역사회 분위기가 피고인 박 씨에 대한 분노로 가득 찼다.
이날 논산지원 1호 법정 주변에는 검은색 옷과 마스크, 가슴에 근조 리본을 단 논산에 거주하는 여성 30여 명이 참석해 재판 전부터 침묵시위를 벌여 눈길을 끌었다.
이날 증인 신문에는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A씨가 영상으로 참여해 사망한 피해자 지민(가명. 20대 여)씨의 해리성 기억상실에 대해 전문가로서 입장을 상세하게 설명했다.
재판장에 들어서는 모친은 “잘못했다고 한마디라도 들어야겠어”라며 오열했다. |
또 “기억상실은 아무 때나 오는 것이 아니며, 사건에 대한 기간을 통째로 날려버릴 수 있고 이번 장기 기억상실은 그 충격이 상당히 크기 때문”이라며 “100% 기억상실은 되지 않고 단서나 증거를 반드시 남긴다. 그것은 외상의 단서이고 반드시 진료기록에 남긴다”고 덧붙였다.
심문에서 변호인 측은 ‘향정신성 식욕억제제’를 언급하며, 다이어트 보조제로 인한 정신적 증상을 피해자에게 대입시켰다. 정신적 문제로 인한 사건이 아닌 다이어트 보조제로 인해 일어난 것이 아닌지를 의심했다.
이에 A씨는 “영향이 있을 수는 있지만, 그렇다고 기억까지 잃지는 않는다”며 “다이어트약으로 해리성 기억상실이 일어나는 일은 현재까지 본 적 없다. 해리 증상은 외상 후 나타나는 특징적 반응이기 때문”이라고 반박했다.
심문이 끝난 후 부친인 B씨는 “이런 일이 있고 나서도 피고인은 자신이 무혐의라며 나를 놀렸다. 양동이로 내 머리를 치고 도망가 20바늘을 꿰맸다”며 “그 후 경찰이 오는 사이 피고인은 자신의 신발로 스스로 몸통을 치고 쌍방폭행이라 우기기도 했다”고 울부짖으며 호소했다.
이어 “제발 눈을 못 감고 간 제 딸을 위해 그를 엄벌해달라”고 덧붙였다.
재판과정을 끝까지 방청한 여성 C씨는 “먼저, 피해자 부모님의 딸을 향한 절절함이 느껴져서 마음이 아팠고, 고개 숙이고 앉아 있는 피해자를 보고 있으니 답답함이 밀려왔다. 여러 번의 죄질이 무거운 성폭행을 저지른 것 자체가 큰 죄임이 맞는데 피해자의 자살에 영향을 준 사실이 성폭행인지 다이어트약의 부작용으로 인함인지가 형량의 적고 많음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답답하고 먹먹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여성 D씨는 “변호사는 가해자의 형량을 줄이기 위한 일이라고는 하나 성폭력 피해자의 입장, 정신병을 앓는 피해자들을 고려하지 않은 변론으로 망자가 된 피해자, 피해자 가족들에게 다시 한번 큰 상처를 주었다고 생각한다. 피해자 가족들의 상처를 다 헤아릴 수는 없지만, 마음이 아팠던 재판 방청이었다”고 소회를 밝혔다.
법정에 참가한 여성들은 11월 29일 결심공판 전날인 28일 논산 시내에서 성폭행 예방 가두캠페인을 하고, 이를 언론에 대대적으로 보도한 후 재판에 참여한다는 계획이다. |
여성 F씨는 “방송을 통해 사건의 내용을 알고 방청에 참여했음에도 피해자가 본 피해 사실이 언급되고 피해자의 고통이 수반 된 정신병적 증상의 언급을 들을 때마다 개인이 감당한 고통의 크기가 감히 상상도 가지 않았다. 죄질이 너무도 악함에도 그 가해자의 감형을 위해 집요하게 피해자의 탓을 하고자 하는 변호사를 보면서 불편함을 넘어 개인의 윤리에 반한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불편한 심기를 보였다.
다음 결심공판은 29일 열릴 예정이다. 이와 관련, 이날 법정에 참가한 여성들은 재판 전날인 28일 논산 시내에서 성폭행 예방 가두캠페인을 하고, 이를 언론에 대대적으로 보도한 후 29일 재판에 참여한다는 계획이어서 귀추가 주목된다.
논산=장병일 기자 jang392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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