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밸류업 및 주주가치 제고가 시중은행을 포함한 금융권의 핵심가치로 떠오르면서, 어느덧 상생보다 수익을 추구한 주가 부양책이 전면으로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고금리 장기화와 고물가로 민생경제가 심각해지는 상황에서 전문가들은 '상생금융'의 가치를 재조명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금융의 날은 금융에 대한 국민의 이해를 높이고, 금융의 역할과 책임을 되새기며, 금융권 종사자들의 노고를 격려하기 위한 날이다. 1973년 3월 30일 저축의 날로 시작해, 2017년부터 10월 마지막 화요일로 자리 잡았다. 올해도 어김없이 금융의 날을 맞이한 금융권은 최근 3분기 실적 시즌 준비에 한창이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주 실적발표를 한 KB·신한·우리금융이 올해 들어 3분기까지 벌어들인 이자이익은 총 24조 6301억 원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시기(23조 5869억 원)보다 4.4% 증가한 수치다. 아직 실적을 공개하지 않은 하나금융까지 더하면 4대 금융그룹의 3분기 누적 이자이익은 30조 원을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은행권의 실적은 대출 증가세가 견인했다. 최근 DSR 규제 강화를 비롯한 각종 대출 규제가 강화되자 수요가 급격히 몰린 것이다. 높았던 시장금리가 최근 하락했지만, 대출 규모가 크게 늘면서 이자이익도 커졌다.
결국 금융권으로 시중의 돈이 몰리면서 3분기 4대 금융지주의 실적은 역대 최대 수준을 갱신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여기에 자사주 매입과 소각, 배당 상향 등 주가 부양책을 전면에 내세우며 기업가치 제고 방안과 주주환원 정책 홍보에 적극적이다.
지난해 이맘때도 장기화한 고금리의 영향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지만, 금융권의 핵심 가치는 올해와 다른 상생금융이었다. 금융권이 실적을 바탕으로 주주 배당과 성과급을 대폭 늘리자 서민들의 종잣돈으로 '돈 잔치'를 벌이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정치권은 이를 견제하기 위해 은행의 초과이익을 일부 환수하는 '횡재세' 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더불어민주당이 제시하는 이 법안은 금융회사의 순이자수익이 직전 5년 평균의 120%를 초과하면 해당 초과분의 40% 이내에서 '상생금융 기여금'을 내도록 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대통령실도 연일 은행권을 향한 압박 강도를 높이자 18개의 시중은행은 비용을 분담해 소상공인 지원과 이자 감면 프로그램 등 2조 원 규모의 민생금융을 펼치기도 했다.
횡재세 도입을 두고선 경제 원리 원칙 위배와 같은 반론이 일부 제기되고 있지만, 금융권이 고금리·고물가의 이중고를 견디는 서민들을 위해 상생금융의 가치를 가장 우선시해야 한다는 것엔 현재도 이견이 없다. 정부의 대출 규제 기조에 따라 은행들의 수익도 당분간 지속할 것으로 예측되는 만큼, 금융권도 고통 분담의 차원에서 다양한 민생금융을 펼쳐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정재호 목원대 부동산금융보험학과 교수는 "모두가 어려운 시기이지만 금융권은 다른 산업보다 다소 여유가 있는 건 사실"이라며 "금리가 오르던 시기와 비교해 체감할 수 있는 만큼 금리가 내려가는 건 언제나 더디다. 대다수의 국민이 고금리와 고물가로 힘든 시기이기에 금융권도 여기에 공감하는 정책들을 더 많이 내놓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한다.
심효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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