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에는 노벨상과 계룡문고 부도 사태 두 '이슈'가 중첩돼 있다. 서점업계는 총체적으로 어렵다. 동화 읽어주기, 독서 강연회 등 '독서문화 진흥'은 희미한 구호를 남긴 채 사라진 게 대부분이다. 지역 서점 생태계에 특별한 힘이 되진 못했다. 서점이 문 닫아도 개별 사업장의 흥망으로만 보는 경향마저 있었다. 이런 식이면 제2·제3의 계룡문고를 막을 수 없다. 지금도 진행 중이다.
동네 서점들은 국내 출판 유통 2위 업체가 붕괴할 때도 열악한 중소 출판사와 나란히 타격을 입었다. 허약한 출판유통이 겹친 과거 보문당 부도 여파로 수백 개 서점이 문 닫은 전례 역시 되풀이될 수 있다. 정책은 또 반문화적이다. 효율성 잣대로만 재단해 작은 도서관 보조금을 중단하는 사례도 같은 부류다. 대전에선 교육청 산하 도서관이 어린이 전용으로 돌변해 책 읽는 어른들에게 실망을 안기기도 했다. 지역문화를 살리는 효과적인 방편이 도서관과 서점을 살리는 길이다. 이걸 까맣게 잊고 있다.
지역 서점의 폐업이 처음은 아니다. 그동안 대훈서적, 세이문고, 베스트프렌드북스 등으로 꼬리를 물었다. 문화계와 출판계, 시민단체의 향토서점 살리기 운동이 제대로 결실 본 적은 없지만 포기하지 않아야 한다. '대전시 지역 서점 활성화 조례'가 진정한 활성화에 도움이 됐는지 의문이다. 향토서점이 하나둘 사라진다는 의미는 지역민이 공유할 문화적·사회적 자산의 멸실과 다르지 않다. 도서정가제 재정비 등을 통해 경쟁할 토양 조성도 절실하다. 지금의 분위기가 생존을 걸고 안간힘을 다해 버티는 지역 중소서점에 선순환으로 작용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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