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정의날] 출소 후 차별의 벽…"사회 적응 돕고 재범위험 낮춰야"

  • 사회/교육
  • 법원/검찰

[교정의날] 출소 후 차별의 벽…"사회 적응 돕고 재범위험 낮춰야"

  • 승인 2024-10-27 17:56
  • 신문게재 2024-10-28 1면
  • 임병안 기자임병안 기자
2023102601001934100075721
지난해 교정의날을 맞아 대전지방교청정 교정기관 수형자들이 제작한 작품들이 시민에게 공개되어 전시되고 있다.  (사진=중도일보DB)
#1.법을 어기는 잘못을 저질러 교도소에서 6개월간 구속된 A(50)씨는 형기를 마친 후에도 가족 곁으로 한동안 돌아가지 못했다. 구속상태에 있는 동안 전셋집의 보증금까지 대출금 상환에 쓰이고, 아내와 딸 셋은 마을회관에서 지내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자격증에 소질까지 갖춘 주방일을 구하려 이력서를 여러 곳에 냈지만 채용 단계에서 번번이 거절당했다. 면접 볼 때 숨기는 게 싫어 전력을 스스로 말했는데 결국 받아주는 곳은 없었던 것이다. 오랜 지인이 함께 일하자며 손을 잡아줘 지금은 출장뷔페에 주방장을 보는데, 올 연말 가족과 함께 지낼 주택을 살 예정이다.

#2.대전에서 체육시설을 운영하는 B씨 역시 형벌을 받은 과오를 가슴에 새긴 채 지금은 틈틈이 다른 출소자 사회복귀를 돕고 있다. 자신의 체육시설에 직업훈련 중인 출소자들을 초대해 운동하고 식사를 대접하는 멘토 역할을 하는 것이다. B씨는 "죄를 진 부끄러움과 함께 사회적 차별을 견디며 사회에서 내 자리를 찾는 게 쉽지 않은데, 이럴 때 작은 도움이 큰 결과를 가져온다고 믿고 있다"고 밝혔다.

교정시설에서 일정 기간 인신의 구속을 경험한 출소자에 대한 경계심과 차별이 여전한 가운데 이들의 가정 복귀와 사회 적응을 돕는 교정은 제자리에 머물고 있다. 교정시설 과밀수용과 교도관 부족은 해소하지 못한 채 출소 후 임시 주거와 직업훈련, 상담 등의 법무보호 활동은 자원봉사자들의 활동과 민간기부금으로 운영되고, 국가와 지자체 참여는 인색한 실정이다.

충청권에서도 대전교도소를 포함해 10개 교정기관이 운영 중으로 출소자 사회복귀는 치안과 복지 차원에서 중요한 현안이 되고 있다. 출소 후 사회에 복귀해 3년 이내에 교정시설로 재수감되는 비율은 2023년 기준 22.5%에 이르는 실정으로, 10명 중 2명이 금고형 이상의 재범에 빠지는 것이다. 그나마 충청권에서는 법무보호복지공단 대전지부가 민간봉사자들과 함께 숙식·주거·창업·직업훈련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만 출소자 규모에 비하면 여전히 부족한 실정이다.



법무보호복지공단 대전지부는 지난해 기관 내 기숙사를 활용해 출소자 75명에게 숙식을 제공해 머물 수 있도록 했고, 직업훈련(209명)과 취업알선(296명), 응급 진료비 지원(579명) 등의 원호사업을 벌였다. 이 같은 지원 사업이 대부분 민간봉사자의 봉사활동과 기부금으로 마련되고 운영되면서 도움이 필요한 출소자 상당수는 여전히 뒷받침 없이 사회의 벽을 마주하고 있다. 또 지자체에서도 재범방지와 사회복귀를 돕는 법무보호 활동에 극히 일부만 보조하고 지자체마다 격차도 큰 실정이다. 최근에는 출소자의 원활한 사회 복귀에 필요한 지원 활동을 명시한 법률을 별도로 제정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건양대 법무보호전문화과정 유혜숙 교수는 "출소한 분들을 만나 상담을 해보면 좁은 곳에서 장기간 구속된 후 사회에 나와 어려움을 말씀하는 사례를 자주 보게 된다"라며 "그들도 스스로 위축되어 있다는 점을 고려해, 교정시설에 있을 때부터 외부 자원을 적극 활용해 프로그램을 운영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임병안 기자 victorylba@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 고교 당일 급식파업에 학생 단축수업 '파장'
  2. 대전 오월드서 에어컨 실외기 설치 작업자 추락해 사망
  3. 열악했던 대전 여성노숙인 쉼터…지원 손길로 '확 달라졌다'
  4. "뿌리부터 첨단산업까지… 지역과 함께 혁신·성장하는 대학"
  5. 대전 중구 교육부 평생학습도시 신규 선정 '중구가 대학, 온마을이 캠퍼스'
  1. 대전교사들 "학교 CCTV 의무화, 사건 예방에 도움 안돼" 의무화 입법에 반발
  2. 계룡산성 道지정문화재 등록 5년째 '보류'…성벽과 기와 무너지고 흩어져
  3. 대전 금고동 주민들 "매립장·하수처리 공사장 먼지에 농사 망칠판" 호소
  4. 사랑의 재활용 나눔장터 ‘북적북적’
  5. 대전시의원 후보자 3인 ‘저를 뽑아주세요’

헤드라인 뉴스


[르포] 4·2 재보궐 현장…"국민통합 민주주의 실현해야"

[르포] 4·2 재보궐 현장…"국민통합 민주주의 실현해야"

"탄핵정국 속 두 쪽으로 갈라진 국민을 하나로 통합하고 민주주의가 살아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요." 4·2 재보궐선거 본 투표 당일인 2일 시의원을 뽑는 대전 유성구 주민에게선 사뭇 비장함이 느껴졌다. '민주주의의 꽃' 선거를 통해 주권재민(主權在民) 이라는 헌법적 가치를 발현할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기 위해 저마다 투표소로 향한 것이다. 오전 10시에 방문한 유성구제2선거구의 온천2동 제6투표소 대전어은중학교는 다소 한산한 풍경이었다. 투표 시작 후 4시간이 흘렀지만 누적 투표수는 고작 200표 남짓에 불과했다. 낮은 투표율을 짐..

`눈덩이 가계 빚` 1인당 가계 빚 9600만 원 육박
'눈덩이 가계 빚' 1인당 가계 빚 9600만 원 육박

국내 가계대출 차주의 1인당 평균 대출 잔액이 약 9500여 만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40대 차주의 평균 대출 잔액은 1억 1073만 원으로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2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박성훈 의원이 한국은행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말 기준 가계대출 차주의 1인당 평균 대출 잔액은 9553만 원으로 조사됐다. 이는 관련 통계가 작성된 지난 2012년 이후 역대 최고 수준이다. 1인당 대출 잔액은 지난 2023년 2분기 말(9332만 원) 이후 6분기 연속 증가했다. 1년 전인 2..

요즘 뜨는 대전 역주행 핫플레이스는 어디?... 동구 가오중, 시청역6번출구 등
요즘 뜨는 대전 역주행 핫플레이스는 어디?... 동구 가오중, 시청역6번출구 등

숨겨진 명곡이 재조명 받는다. 1990년대 옷 스타일도 다시금 유행이 돌아오기도 한다. 이를 이른바 '역주행'이라 한다. 단순히 음악과 옷에 국한되지 않는다. 상권은 침체된 분위기를 되살려 재차 살아난다. 신규 분양이 되며 세대 수 상승에 인구가 늘기도 하고, 옛 정취와 향수가 소비자를 끌어모으기도 한다. 원도심과 신도시 경계를 가리지 않는다. 다시금 상권이 살아나는 기미를 보이는 역주행 상권이 지역에서 다시금 뜨고 있다. 여러 업종이 새롭게 생기고, 뒤섞여 소비자를 불러 모으며 재차 발전한다. 이미 유명한 상권은 자영업자에게 비싼..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친구들과 즐거운 숲 체험 친구들과 즐거운 숲 체험

  • 한산한 투표소 한산한 투표소

  •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 앞 ‘파면VS복귀’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 앞 ‘파면VS복귀’

  • 대전시의원 후보자 3인 ‘저를 뽑아주세요’ 대전시의원 후보자 3인 ‘저를 뽑아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