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명(黎明)은 어둠 속에서 서서히 밝아오는 빛으로, '영덕의 여명'도 여행과 명상을 통해 지혜로운 삶을 열도록 희망의 빛을 선사하는 곳이다. 아픈 심신을 정상으로 회복하는 치유(Healing)를 넘어, 기(氣)를 더해 활력있는 웰니스(Wellness)를 안겨주는 곳인 것이다. 웰니스란, 웰빙(well-being)과 행복(happiness), 건강(fitness)의 합성어로 신체적·정신적·사회적 건강이 조화를 이루는 이상적인 상태를 말한다.
처음 도착한 곳은 고래불 해변, 맨발과 축축한 모래가 만나는 촉감에 집중한다. 차에서 지급된 예쁜 손수건은 이 순간을 위한 발수건이었다. 감동이다. 둘째 날도 바다 둘레길 블루로드에서 걷기 명상이 있었는데, 비바람이 불어 성난 바다와 마주하는 시간을 갖는다. 위대한 자연 앞에 선 작은 존재지만, 손수 준비한 우비를 입혀주며 궂은 날씨를 즐기게 해준다. 또 감동이다.
명상 캠프는 영덕 운서산 내 전화가 수신되지 않는 깊은 숲 속, 보기만 해도 편안한 마음이 드는 고즈넉한 한옥으로, 천상의 닭이 황금알을 품는다는 금계포란(金鷄抱卵)형 풍수명당 자리에 있다. '청산은 나를 보고 말없이 살라 하고/창공은 나를 보고 티 없이 살라 하네/사랑도 벗어 놓고 미움도 벗어 놓고/물같이 바람같이 살다가 가라 하네.'라는 유명한 시를 쓴 고려말 명승 나옹선사가 창건한 절 장육사가 붙어있다. 깨달음, 신통력, 기가 모인 유서 깊은 명당에 인문힐링센터 여명이 있는 것이다.
녹두와 콩이 가득 들어간 자루를 뜨겁게 달궈 아랫배에 얹고, 눈을 감는다. 나의 숨결이 몸을 덮치며 파도처럼 움직이는 것을 느낀다. 중국 무예같은 기공 체조도 한다. 영혼과 육체에 기운을 불어넣는 둥글고 부드러운 자세로, 천천히 공간을 가르며 우주와 내가 하나가 된다.
한옥 마루 위엔 몸을 던질 소파가 있고, 중정에는 몸을 눕힐 해먹이 있다. 벌러덩 하고 하늘을 보는데 흔들흔들 그네 탄 아이가 된다. 밤이 되면 번거로울 텐데, 장작불을 지펴준다. 요염한 불꽃도 명상이 된다. 보름달 덕분에 흘러가는 구름을 눈에 담는다. 공사판 장갑을 꼈지만, 손에 든 것은 노랑 달달 군고구마. 동그랗게 둘러앉아 동심으로 돌아간다. 검붉은 호흡을 내뱉는 숯불은 점점 죽어가지만, 난 점점 살아나고 있다.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기만 한 영덕의 3일. 따뜻한 보살핌. 넘실넘실 푸른 바다, 맑은 초록 숲이 나에게 스며드는 순간, 나는 마음 밖에서 신을 찾아 헤메는 것이 아니라 마음 안에서 신을 발견한다. 넓은 마음이 되도록 나를 충만하게 한 시간. 우주와 만나는 지혜로운 인생으로의 여명이 비친다. 지금 여기에 내가 존재함을 알아차리고 감사해하는 희망의 빛 말이다.
장주영/대전도시과학고 교사
장주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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