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철 교수 |
국제정원도시박람회 예산은 국비 77억과 3년간 시비 153억으로 계획됐다. 그런데 문제는 지난달 23일 세종 시의회가 정원도시 조직위원회 출연금 14억여 원과 문화관광재단 출연금 6억 원 등을 전액 삭감하면서 집행부와 시의회 간 갈등의 골이 깊어졌다. 정원도시박람회와 빛축제 예산을 전액 삭감한 세종 시의회는 예산 삭감 이유로 예산 부족과 박람회 개최와 비슷한 시기에 2026년 지방선거가 있다는 것이다. 최민호 세종시장은 더불어민주당 소속 시의원들이 국가 정원박람회 개최 시기를 두고 지방선거를 의식하는 것이 아니냐는 논란에 대해서는 27년에는 총선이 있고 29년도에 대선이 있는데 지방선거가 있어서 26년에 못한다는 의회의 주장은 논리적으로 설득력이 부족하다고 브리핑까지 했다.
이렇게 세종시와 의회가 예산 문제로 끝없는 평행선을 달리자 급기야 최민호 세종시장은 단식 투쟁을 예고하고 기한 있는 단식에 들어갔다. 문제는 여기서부터 또 시작된다. 본래 단식 투쟁은 약자가 최후의 보루로 쓰는 협상의 카드인데 과연 광역단체장이 이렇게 시의회와 대립하는 것이 맞냐는 주장과 시의회 의원들이 세종시민들의 염원도 모르고 시장이 오죽했으면 단식까지 하냐는 여론으로 세종시민들은 둘로 갈라지면서 정쟁의 한가운데에 빠져버린 것이다.
사실 필자가 이번 사태를 보면서 아쉬웠던 대목과 제안이 몇 가지 있다. 첫째, 세종시장이 투쟁의 방법으로 오직 단식밖에는 없었을까? 최민호 시장은 더불어민주당 시의원들에게 이번 예산 삭감 문제를 정치싸움으로 몰아가지 말자고 했으나 세종시장이 단식을 하면서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와 충청권 광역단체장 및 정치권 인사의 단신 현장 방문은 최민호 시장 스스로가 정쟁의 비난을 자초했다고 본다.
둘째, 더불어민주당 소속 세종 시의원들은 최민호 시장이 공개석상에서 시의원들을 향해 이해할 수 없는 사람, 비상식적인 사람이라고 비난했다는 이유로 정치가 아닌 감정싸움을 하는듯한 모습은 옹졸한 처사이며 기획재정부 국비 신청과 국제행사 승인과 관련하여 본회의에서 의결을 하고도 정원도시박람회 예산 전액 삭감은 앞뒤가 맞지 않은 처사이다.
셋째, 이런 식으로 정치가 아닌 감정싸움으로 이어진다면 앞으로 세종시 행정은 집행부와 의회 간의 사사건건 시비로 얼룩질 것은 자명한 현실이다. 그래서 제안한다. 최민호 세종시장은 이번 사태의 책임으로 정무라인 공직자들을 사퇴시키며 경제부시장 체제를 정무부시장 체제로 개편하고 시의회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 소속 시의원들에게 합리적인 정무부시장 인사 추천을 제안해 서로 원활한 의사소통이 이루어지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넷째, 예산 전액 삭감으로 정원도시 박람회가 무산된다면 국비 77억 원은 물론이고 이미 준비 작업으로 들어간 시비 10억 원이 매몰 비용으로 남게 될 것이다. 이제라도 세종시와 의회 간의 원활한 소통으로 서로가 지면서도 이기는 방안으로 가려면 늦었지만 원포트 임시회를 다시 열어 예산을 일부라도 반영하고 최민호 세종시장은 정원도시 박람회 개회 시기를 2026년 4월이 아니라 그 이후로도 개최 시기를 조정할 수 있는 의지를 보여야 한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사실은 과거 이춘희 전 세종시장이 임기 중 계획한 세종 정원산업박람회 개최도 지방선거 이후인 2022년 10월에 개최하여 그해 있었던 지방선거에서 낙선한 이춘희 시장이 아니라 당선된 최민호 시장이 정원산업박람회 개회식에서 인사말을 했다는 사실을 잊지 말길 바란다.
/권오철 중부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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