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태선 한국화학연구원 CO₂에너지연구센터 연구위원 |
미국은 2021년 바이든 정부로 바뀌면서 트럼프 정부에서 탈퇴했던 파리 기후변화협약에 복귀하고 기후정책실을 신설했으며, 탄소 배출량 감축과 청정에너지 일자리 창출을 통한 2050 탄소중립을 선언했다. 이와 함께 기술 장려 및 산업계 확산 정책의 일환으로 2018년부터 관련 기술의 세금 혜택을 확대해 관련 설비 증설과 프로젝트 추진을 촉진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유럽연합은 이미 2013년에 이산화탄소 배출량 감축 노력으로만 탄소중립 달성이 불충분하다고 판단하고, 미래의 지속 가능한 에너지 공급과 다양한 저탄소 화학제품 생산에 주력하고 있다. 중국도 2060년 탄소중립을 목표로 다양한 정책을 마련해 시행하고 있으며 산업 분야에서는 이미 기술 상업화 프로젝트를 적극 반영하기 시작했고 전국 단위의 탄소 거래 시장 구축에 힘쓰고 있다.
이와 더불어 단계적 탄소중립 이행 전략의 명확한 방향성을 제시하기 위해서는 정교한 감축 방안이 필요하다. 다만 국가 간, 산업 간 의견 차이가 커서 각국이 기대한 만큼 합의된 해결 방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우선 탄소중립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다(多) 배출 업종 중심 산업단지의 탄소중립화를 위해 CCU(탄소·포집·활용) 기업들이 클러스터 내 포집 허브에서 이산화탄소를 공급받고 각종 배출 자원을 활용해 시장수요형 친환경 제품을 생산하도록 유도하기 위한 플랫폼을 구축하고 있다. 이는 기존 산업단지 내 인프라를 공동으로 활용, 화석 탄소 기반의 공정을 친환경 기반 공정으로 대체하고, 추가적인 온실가스 등을 배출하는 환경설비 등 전통적 시설을 탄소 순환형 친환경 신기술로 개조해, 관련 기술을 선점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로 판단된다. 동시에 탄소 순환형 제품을 시험, 평가, 인증하는 매뉴얼과 표준, 지침 개발까지 진행하고 있다.
특히 탄소 활용 기술을 선점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형태의 공정 및 기술이 개발돼야 하고 이를 적용할 수 있는 실증 연구가 추진돼야 기존 공정 연계 가능성 또는 상용화를 판단할 수 있는데, 이를 위해선 막대한 비용과 시간이 필요하다. 캐나다는 최초로 정부와 지자체 주도로 이미 개발한 연구 성과를 시험하고, 실증 또는 확장할 수 있도록 'InnoTech Alberta Center'를 운영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탄소 활용 분야에 경험이 많은 한국화학연구원이 중심이 되어 여수산업단지에 'CCU 실증지원구축사업'을 속도감 있게 진행하고 있다. 2025년 1월 CCUS 통합법 시행을 앞두고 산업단지 맞춤형 기술 연계 지원 및 체계적인 실증 연구를 위한 허브 구축이 필요한 시점에서 추진되는 이 사업은 정부 차원에서 투자효율을 높이면서 탄소중립을 순조롭게 진행하기 위한 묘수 중 한 가지로 주목받고 있다. CCU에 대한 국내 기업들의 기술력은 선도국에 비해 미흡하지만, 기초 기술에 대한 검증을 빠르게 진행해 단기간에 국가경쟁력을 높이는 데 크게 일조할 것으로 기대한다.
세계적 흐름 속에 추진되는 탄소중립 정책이 우리나라 현실에 비추어 볼 때 위기임이 분명하나, 한국화학연구원을 비롯한 정부출연연구기관은 오히려 이를 기회로 삼고자 보다 적극적인 자세로 K-과학의 저력을 쌓고 있다. 장태선 한국화학연구원 CO₂에너지연구센터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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