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문화1동 자율방범대와 새롭게 위촉된 청년 방범대원 현장 순찰 모습 (사진=서대전지구대 제공) |
▲ 동네 파수꾼이지만… 50대 이상 대부분
코로나 19 이후 자율방범대 조직과 대원 수는 줄곧 감소세다. 대전경찰청에 따르면, 2022년 141개에 달하던 대전 지역 자율방범대는 올해 123개로 2년 만에 18개가 운영을 중단했다. 대원 수도 2022년 2687명이었지만, 올해 2181명으로 줄었다.
대원 고령화는 고질적인 문제다. 지역 자율방범대 연령 별 인원을 살펴본 결과, 60대 이상이 925명, 50대가 922명, 40대 236명, 30대 40명, 20대 17명으로 나타났다.
그간 대원 평균 연령대가 높고 홍보 부족으로 청년 대원 수가 적다 보니 20~30대가 느끼는 진입장벽도 높아진 탓이다.
자율방범대는 지구대·파출소 소속 법정 단체다. 1953년부터 범죄 예방을 위한 주민 치안 활동체로 운영돼오다 1990년에 들어서 지역경찰관서에 소속되는 정식 단체로 발 돋음했다. 그간 지방자치단체의 조례로서만 근거하다, 2022년 '자율방범대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이 생기면서 2023년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됐다.
순찰 등 치안 유지, 범죄 예방, 청소년 선도와 보호를 위한 목적으로 한다. 공동체 치안 개념으로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동네 안전을 위해 봉사한다는 것에 의의가 있다. 최근에는 지구대·파출소에서 처리하는 112신고가 늘면서 지역관서의 순찰 기능을 보완할 수 있는 하나의 대안으로 자율방범대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대원들은 위급 상황 시 응급처치 교육 등 방범 활동을 위한 전문 교육도 받는다.
경찰 관계자는 "실제로 이달 중순, 문화동에서 자율방범대가 순찰을 돌다가 집이 무너질 정도로 쓰레기를 쌓아둬 주변 도로조차 위험해 보이는 저장강박증 주민의 집을 신고해 구청에서 조치를 취한 사례가 있었다"며 "단순히 자율방범대는 순찰만 하는 게 위험 상황을 신고하고 경찰, 지자체 등 유관기관이 협업해 문제를 함께 해결하는 순기능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자율방범대 'MZ' 필요하다
청년 유입을 늘리고 자율방범대를 활성화하기 위해 대전에서는 서대전지구대가 새로운 시도를 했다. 지난 10월 23일 평균나이 25세의 청년 7명을 신규 자율방범대원으로 위촉한 것이다. 앞으로 청년 대원들은 문화1동 자율방범대에서 활동하게 된다. 위촉식 당일 기존대원들과 함께 재개발지역 등 합동 순찰을 하기도 했다. 그간 청년끼리 자율방범대를 새롭게 조직한 사례는 있었지만, 지구대 차원에서 기획해 기존 자율방범대에 다수의 청년이 신규 대원으로 합류한 건 전국적으로도 이번이 처음이다.
서대전지구대는 지난 9월 20일부터 10월 11일까지 대전 중구에 거주하는 1981년생부터 2005년생을 모집했다. 그간 홍보가 미흡했다는 점에서 젊은 층이 접근 가능한 캐릭터 홍보 포스터를 제작해 대학가와 경찰준비생 학원가 그리고 SNS를 통해 집중적으로 알렸다.
자율방범대가 경찰 꿈나무들을 위한 하나의 창구가 될 수도 있다. 이날 위촉된 청년 대원 대부분 경찰 준비생들이었다. 자원봉사지만, 현직경찰과 미리 경찰 업무를 익히고, 활동 경험을 쌓을 수 있다는 점에서다.
서대전지구대 관계자는 "소방의 경우, 지원자가 의용소방대 활동 경험이 있으면 가점을 주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자율방범대 역시 청년들을 모집하기 위한 유인책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서대전 지구대는 자율방범대의 신규 유입을 확대하기 위해 활동 방식을 다양화할 계획이다. 초고령사회에 먼저 진입한 일본의 사례를 벤치마킹했다.
김태민 서대전지구대장은 "일본도 지역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치안활동에 참여하는 경찰 협력 단체가 있지만, 고령화 문제에 직면해 있다"며 "청년 모집을 위해 조깅 동호회처럼 조깅하면서 순찰을 도는 팀 등 색다른 방법으로 유인책을 모색하는 것을 보고 우리 지역에도 도입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청년 모집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기존 대원들의 동의하에 활동 방식을 다양화해보는 것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바름 기자 niya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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