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생의 시네레터] 환상성의 개입과 심리적 정황

  • 오피니언
  • 김선생의 시네레터

[김선생의 시네레터] 환상성의 개입과 심리적 정황

조커 : 폴리 아 되

  • 승인 2024-10-24 16:44
  • 신문게재 2024-10-25 9면
  • 김지윤 기자김지윤 기자
KakaoTalk_20241023_202543503
영화 '조커 : 폴리 아 되' 포스터.
전편만 한 속편이 없다는 말이 있지만 이 작품은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전편과는 다른 접근을 통해 새로운 면을 보여줍니다. 우선 놀랍게도 뮤지컬 형식을 접목시킵니다. <라라랜드>(2016) 등이 그러하듯 뮤지컬 영화는 일반 서사 영화보다 환상성이 강조됩니다. 이 영화는 물론 꿈이나 상상 속으로 전환되지는 않지만 감옥 안에서 남녀 주인공이 춤을 추거나 노래를 부르는 등 그때까지 진행되는 현실 서사의 흐름을 멈추고 관객들을 인물의 정서와 특별한 분위기 안으로 몰입시킵니다. 심각한 현실 속에서 악당 탄생의 필연성을 강조하던 전편의 느낌과는 확연히 달라서 인물의 심리를 강조하는 쪽으로 분위기를 잡아갑니다.

DC 코믹스 원작인 이 영화는 또 한 번 놀랍게 라이벌과도 같은 마블 시리즈의 특징인 만화 형식의 오프닝을 모방합니다. 전편의 현실 캐릭터의 리얼함보다 비현실적 요소가 강조되도록 미리 단서를 제공합니다. 후반부 개연성 없는 폭파 사건으로 주인공이 탈옥에 성공하고는 원래 살던 동네의 유명한 계단에 앉아 연인을 만나는 장면 등은 만화적이라고 할 만합니다. 이렇게 이 작품은 할리우드 영화의 풍부한 상상력과 천연덕스러운 변신 능력을 보게 합니다. 게다가 조커의 연인으로 세계적인 팝 스타인 레이디 가가를 캐스팅함으로써 속편의 한계를 극복하려 합니다. 마돈나가 열연했던 뮤지컬 영화 <에비타>(1996) 못지않게 레이디 가가는 극중 인물인 리 역할을 훌륭히 수행합니다. 남녀 죄수가 구치소든 교도소든 접촉하기 힘든 것은 다 마찬가지일 텐데 조커와 리가 만나서 노래하고 춤추며 사랑을 나누는 것 또한 환상성이 강하게 개입한 것으로 보아야 합니다.

전편의 살인 사건에 대한 재판을 기다리는 구치소 안의 아서 플렉 겸 조커는 정체성의 혼란을 경험합니다. 일반인으로 보아 중형을 가하려는 검찰, 정신장애인으로 강조하여 형량을 줄이려는 변호인, 체제와 사회 질서에 저항하는 영웅 조커로 간주하려는 극렬 팬덤은 각기 타협 불가능한 대척점에 있습니다. 그러나 이는 아서이든 조커이든 그를 위한 것이 아니라 각자 자신들의 입장에서라는 점에서 정작 그를 혼란스럽게 합니다. 어쩌면 그는 이 세 가지 모두를 갖고 있거나 아니면 세 가지 전부 다 아닐 수도 있습니다. 타자인 그들이 규정하는 그의 정체성은 구치소에 갇힌 현재가 아니라 과거의 사건과 관련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이렇듯 영화는 환상성을 통해 정체성의 혼란이라는 심리적 상황을 보여주려 합니다.

김대중 영화평론가/영화학박사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둔산 리빌딩’…대전 둔산 1·2지구, 재건축 움직임 본격 시동
  2. 대전 치매환자 등록률 46% 전국광역시 '최저'…돌봄부담 여전히 가족에게
  3. '산불 복구비 108억, 회복은 최소 20년'…대전·홍성 2년째 복구작업
  4. 아이 받아줄 사람 없어 '자율 귀가'… 맞벌이 학부모 딜레마
  5. 금강환경청, 자연 복원 현장서 생태체험 참여자 모집
  1. "방심하면 다쳐" 봄철부터 산악사고 증가… 대전서 5년간 구조건수만 829건
  2. [썰] 군기 잡는 박정현 민주당 대전시당위원장?
  3. [기고]대한민국 지방 혁신 '대전충남특별시'
  4. 기후정책 질의에 1명만 답…대전 4·2 보궐선거 후보 2명은 '무심'
  5. 보은지역 보도연맹 희생자 유족에 국가배상 판결 나와

헤드라인 뉴스


돌아오는 충청권 의대생들… 모집인원 동결 이번주 판가름

돌아오는 충청권 의대생들… 모집인원 동결 이번주 판가름

의과대학 학생들이 집단휴학을 철회하고 학교에 복학을 신청하면서 의학교육이 1년 만에 기지개를 켜고 있다. 교육부는 학생들이 실제 수업에 참여하는지 살펴보고 복귀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고 밝혀 이번 주 의대정원을 증원 전으로 돌리느냐 중요한 시간이 될 전망이다. 정부가 정한 의대생 복귀 시한인 31일 전국 대다수 의대가 등록을 마감한 가운데 대전과 충남·북의 의대에서도 대체로 학생들이 복귀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충남대 의대는 3월 30일 복학 신청 접수를 마감했으나 몇 명의 학생들이 복학했는지 아직 공표하지 않고 있다. 당초 2월 2..

케이크 가격 4만원대?... 생일 초 불기도 부담되네
케이크 가격 4만원대?... 생일 초 불기도 부담되네

소비자 물가가 고공행진하고 있다. 식품·외식업계 가격 인상이 계속되면서 케이크 가격도 4만 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3월 31일 해당 업계에 따르면, 투썸플레이스는 최근 커피와 음료, 케이크 가격을 올렸다. 케이크 가격은 2000원 올리고 조각 케이크는 400원 인상했다. 이에 따라 스트로베리 초콜릿 생크림(스초생)은 3만 7000원에서 3만 9000원이 됐다. 스초생 2단 제품은 4만 8000원이다. 딸기 생크림은 3만 6000원이고 클래식 가토 쇼콜라 가격은 4만원이다. 조각 케이크는 생딸기 우유 생크림은 9500원으로 1..

대전시, 자전거고속道 구축 필요성 고개…단절구간 많아 교통분담 제자리
대전시, 자전거고속道 구축 필요성 고개…단절구간 많아 교통분담 제자리

탄소 중립을 위한 대표적 교통수단인 자전거 이용을 높이기 위해 대전시가 '자전거 고속도로망' 구축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10년간 자전거 도로는 크게 증가했지만, 단절 구간이 많아 교통 분담률이 크게 늘지 않았는데 이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31일 대전세종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대전시 자전거 고속도로 도입을 위한 기본구상 연구' 보고서를 보면 대전의 자전거도로 총연장은 2023년 기준 937㎞로 2010년 586.9㎞ 보다 60% 가까이 증가했다. 하지만, 자전거 분담률은 1.85%(2021년 기준)로 여전..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3색의 봄 3색의 봄

  • ‘안 오르는 게 없네’…라면, 우유, 맥주 4월부터 인상 ‘안 오르는 게 없네’…라면, 우유, 맥주 4월부터 인상

  • 꽃샘추위 이겨낸 야구 열기…한화생명 볼파크 세 번째 매진 꽃샘추위 이겨낸 야구 열기…한화생명 볼파크 세 번째 매진

  • ‘어떤 나무를 심을까?’ ‘어떤 나무를 심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