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3세의 이동희 씨는 3년째 택시를 운전하며 지난해 한국사능력검정시험에서 1급 만점(100점)을 받았다./사진=최화진 기자 |
3년째 택시를 몰고 있는 이동희(73)씨는 언어장애를 앓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한국사능력검정시험에서 1급 100점을 획득하는 쾌거를 이뤘다. 이에 자신의 택시에 '한국사 1급(100점) 택시'라고 적힌 플래카드를 걸어 만점의 기쁨을 나누고 있다.
이 씨의 택시를 목격한 사람들은 호기심과 놀라움에 SNS에 사진을 올렸고, 이는 빠르게 퍼져나갔다. 특히 한국사 시험을 준비하는 학생들 사이에서 해당 사진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이 씨는 "택시를 운전하다 보면 학생들이 손을 흔들거나 엄지손가락을 치켜들며 인사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내가 좋아 시작한 공부인데 많은 사람이 관심을 가지니 그저 감사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이 씨가 한국사 시험을 준비하게 된 계기는 고통에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에서였다. 2년 전, 30여 년 간 일궈온 재산을 한순간에 잃는 사건을 겪은 이 씨는 깊은 충격에 빠져 말을 잃고 우울증을 앓았다. 2년이라는 긴 시간 소송을 진행하며 극단적인 생각까지 했던 이 씨는 선고일을 40일 앞두고 도피처로 공부를 택한 것이다. 이 씨는 "그 당시에는 세상이 무너지는 것 같아 어떻게든 하루를 버텨보려고 공부하며 정신을 다른 곳으로 돌리려 했다"며 "결국 만점을 받으며 보람과 희망을 되찾았다"고 설명했다.
이 씨는 가슴 아픈 사연을 전하면서도 손주 이야기가 나오면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그는 "한국사 시험에 만점을 받고 가장 뿌듯했던 순간은 손주가 친구들에게 할아버지 택시를 보여주며 '우리 할아버지 한국사 만점 받았다'고 자랑했던 때다"라며 "가끔 차체에 걸어놓은 플래카드가 부끄러워 떼려고 해도 손주들이 오히려 자랑스러우니 떼지 말라고 말리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이 씨의 학구열은 여러 곳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는 일을 병행하며 한국사뿐만 아니라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취득하고 방송통신대학에서 법대를 졸업하는 등 공부에 대한 열정을 보여주고 있다. 이에 손주들도 자연스레 역사에 대해 익히게 됐고, 택시 사진은 많은 학생에게 귀감이 되고 있다. 이 씨는 "70대인 나에게도 도전의 기회가 열려 있듯이 젊은 친구들도 역경에 굴하지 않고 끊임없이 도전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최화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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