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원기 경제부 차장 |
근래 수도권이나 세종 등지로 거처를 옮긴 친구들을 자주 보게 됐다. 한 놈은 겨울에 결혼한다고 하고, 또 한 놈은 짝지가 생겼단다. 또 한 놈은 올 크리스마스도 혼자 보내게 생겼다며 투정했다. 또 한 놈은 어르신들과 일해서 그런지 전보다 유머 감각이 뚝 떨어졌다. 시시콜콜 사는 얘기 하며 근황을 묻다 다음에 또 보잔 아쉬움으로 자리를 마쳤다.
몇 년 새 주변이 많이도 변했다. 떠날 이들은 떠나고 남은 이들은 남겨졌다. 한 놈은 서울로 갔다가 다시 대전에 왔다. 몇 개월을 준비하더니 다시금 간다고 연락이 왔다. 신기한 건 모두 대전 출신들이라는 점이다. 지금도 타지로 향하는 이들이 많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3년 15~39세 청년 인구의 대전지역 전입자 수는 1만 1026명, 전출자 수는 1만 473명으로 553명이 순유입됐다. 이중 15~24세 인구 순유입은 1927명으로 다수를 차지한 반면, 25~39세는 1374명이 순유출됐다. 25~39세 연령대를 감안하면 일자리 등의 요인으로 대전을 떠난 것으로 해석된다. 주된 요인은 임금일 것이다. 대전 임금은 중하위권에 머무르고 있다.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2024년 4월 시·도별 임금·근로시간 조사를 보면 상용근로자 1인 이상 사업체의 1인당 임금 총액은 대전이 372만 1000원으로 17개 시·도 중 11위다.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서울은 459만 9000원으로 전국 1위다. 전년도와 비교한 증감률은 대전이 3.0%, 서울은 3.6%다. 기본 베이스로 깔린 임금 자체가 벌어지는데 증감률은 오히려 대전이 떨어지니 쫓아가기 어려운 실정이다. 소비자물가도 서울의 경우 1년 전보다 3.1% 오르며 임금이 물가 상승분을 상쇄했지만, 대전은 3.1%다. 월급은 그대로인데, 물가만 오른 셈이다.
글쎄. 이걸 어찌 풀어갈지 고민한들 정답은 나오지 않는다. 어쨌거나 양질의 일자리 확대가 최대의 난제이지 싶다. 월세와 전세가 대전보다 터무니없이 비싼 탓에 서울 단칸방에 살며 언덕길을 올라간다는 친구의 이야기에 대전이 최고지 않느냐며 너스레를 떨었지만 안쓰러운 마음이 컸다.
이들의 기억이 남았다는 건 지역애를 갖고 살아가는 지역민의 단순한 연민이라 치부하기엔 너무나 선명하다. 청년 유출 문제를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도시가 젊어지려면 젊은이들이 지역에 남아야 한다. 기존 정책을 탈피한 독자적이고 획기적인 아이디어가 필요한 시점이다.
방원기 경제부 차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