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하 안전보건공단 대전세종광역본부 광역사고조사센터장 |
안타깝게도 실제로 발생했던 항공기 사고사례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해당 다큐멘터리는 사고내용 및 조사과정, 그리고 조사과정을 통해 밝혀낸 사고원인과 사고의 재발을 막기 위해 제시된 대책은 무엇이었는지에 관한 내용이었다. 목격자와 조사관 등 관계자의 인터뷰 및 실제 교신기록 등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상자료 등을 통해 사고 당시 상황을 매우 긴장감 있게 재현하고 있었다.
특히, 이 다큐멘터리에서 꽤나 감정을 이입하면서 본 내용은 사고조사관들의 끈질긴 사고원인 찾기의 과정이었다. 사고원인을 찾기 위한 수많은 자료검토와 더불어 가설을 확인하기 위해 수차례 모의실험을 실시하고 심지어는 사방으로 흩어진 파편들을 찾아 모아 항공기 외형을 재구성하는 등의 힘겨운 조사과정을 통해 확인하게 된 사고원인을 담담하게 설명하는 사고조사관들의 모습에서 공감되는 부분이 많아 매번 볼 때마다 감탄하면서 시청하고 있다.
충청권역 산업현장에서 발생하는 사망 등 중대재해에 대한 사고조사를 담당하고 있는 우리 대전·세종 광역사고조사센터 조사원들의 모습도 다큐멘터리에서 보여지는 항공사고 조사관들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
조사원들은 재해자가 사고과정에서 남긴 흔적이 아직 그대로 남아 있는 사고현장에서 사고를 유발한 기인물과 가해물을 확인하고 안전조치 등은 적정했는지 살펴본다. 사고가 발생하기까지의 과정 등을 관계자 면담 등을 통해 되짚어 보며 증거물을 찾기 위해 잔해더미를 뒤지기를 마다하지 않고 이렇게 찾아낸 증거물들을 이리저리 맞춰보며 사고의 원인을 유추해 본다.
하지만,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사고원인이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는 경우도 있는데 대표적인 예로는 재해자를 구조하는 과정에서 사고현장이 훼손된 경우다. 이런 경우 현장조사만으로는 사고 당시 상황을 알 수 없기 때문에 사고원인을 밝혀내야 하는 조사원들은 큰 압박감을 받게 된다.
이런 경우 마지막 수단으로 재연시험을 하게 된다. 올해 실시한 재연시험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불시에 작동한 산업용 로봇에 근로자가 끼여 사망한 사고였다. 수차례 현장조사를 했지만 해당 로봇이 왜 작동했는지 명확하지 않았고, 사업장에서는 해당 로봇이 작동될 수 없는 조건이었다고 주장하고 있던 터라 사고원인을 밝히는데 어려움이 컸었다. 그래서 해당 로봇이 작동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되는 조건을 사전에 면밀하게 검토해 여러 조건을 정한 후 순서대로 재연시험을 했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해당 로봇은 작동되지 않았고, 초조하게 시험을 지켜보고 있던 중 드디어 로봇이 작동되어 원인이 확인되자 현장에 있던 조사원 모두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던 모습을 지금도 잊을 수 없다.
그렇다면 이렇게 힘겨운 과정을 거쳐 사고원인을 밝히고자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사고책임에 대한 시시비비(是是非非) 가리기에 앞서 중대재해가 발생하게 된 원인을 밝혀내고, 이를 공유함으로서 동일한 재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다. 이를 위해 우리공단에서는 중대재해 예방을 위한 사업장의 경각심을 일깨우고자 홈페이지(www.kosha.or.kr)와 전국에 설치된 산업안전전광판을 통해 지속적으로 사망사고 속보를 게시하고 있으며 홈페이지 자료실을 통해 중대재해사례 OPS를 업종별로 제공하고 있다.
누군가 일하다 죽거나 다치지 않을 안전하고 건강한 일터를 만들 책임과 권한이 있는 모든 이가 사망사고 속보 및 중대재해사례를 반면교사(反面敎師) 삼아 우리의 일터에는 중대재해가 발생할 만한 위험요인은 없는지 다시 한번 확인하고 위험요인이 확인되는 즉시 이를 개선해 나가며 이러한 활동을 지속하기 위한 안전보건관리체계를 촘촘하게 구축하고 이행한다면 우리의 일터에서 중대재해는 반드시 예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정용하 안전보건공단 대전세종광역본부 광역사고조사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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