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상현의 재미있는 고사성어] 제203강 매영탈가(買影奪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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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상현의 재미있는 고사성어] 제203강 매영탈가(買影奪家)

장상현/전 인문학 교수

  • 승인 2024-10-22 10:29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제203강 買影奪家(매영탈가) : (나무)그림자를 사서 집을 탈취하다.

글 자 : 買(살 매/물건을 사다) 影(그림자 영) 奪(빼앗을 탈) 家(집 가)

출 처 : 한국인(韓國人)의 지혜(智慧), 임종대(林鍾大)의 한국고사성어(韓國故事成語)

비 유 : 어떤 일을 이루기 위해 사전에 치밀(緻密)하게 준비(準備)함



사람이 나이가 들면 욕심(慾心)과 고집(固執)이 더 강(强)해진다고 한다.

인류의 최대 스승인 공자는 일찍부터 사람의 욕망에 대해 경계함을 강조 하고 있다.

"孔子曰 君子有三戒 少之時血氣未定戒之在色, 及其壯也血氣方剛戒之在鬪, 及其老也 血氣旣衰戒之在得.(공자왈 군자유삼계 소지시혈기미정계지재색 급기장야혈기방강계지재투, 급기노야혈기기쇠계지재득/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군자가 경계해야 할 세 가지가 있다. 소년기에는 혈기가 안정되어 있지 않으므로 여색을 경계하고, 청·장년기에 이르러서는 혈기가 왕성하므로 싸움을 경계하고, 노년기가 되어서는 혈기가 쇠잔했으므로 얻음(탐욕)을 경계해야 한다."

어떤 마을에 김성만(金成萬)이라는 부자 영감이 있었다. 영감은 재산이 많은데도 어떻게 하면 남의 돈을 더 많이 내 것으로 만들 수 있을까 매일같이 궁리(窮理)하였다.

그는 인색(吝嗇)하기가 짝이 없어 남에게 베푸는 일은 손톱만큼도 하지 않았다.

그의 집 앞에는 커다란 느티나무가 있었는데 여름이면 시원한 그늘이 드리워져 농부(農夫)들이 쉬기에 그만이었다.

부자영감도 그 그늘에 대나무 평상(平床)을 내다놓고 뒹굴며 세월을 보냈다.

그 마을에는 꾀가 많은 이건필(李建弼)이라는 총각이 있었다.

어느 날 총각 이건필(李建弼)이 농사일을 하다 좀 쉴까 하고 느티나무 그늘로 갔다. 그러자 그 부자영감이 난데없이 눈을 부릅뜨고 큰 소리를 질렀다

"이 녀석아, 왜 주인의 허락도 없이 함부로 남의 나무 그늘에 들어가서 쉬는 게냐?"

이건필(李建弼)은 어안이 벙벙해졌다. 동네 한가운데 있는 그늘이 자기의 것이라고 호통을 치니 기막힐 노릇이었다.

"영감님, 나무그늘에 무슨 임자가 있다고 그러십니까? 임자가 있다면 나무가 임자겠지요."

"허허, 이런 고연 놈을 보았나? 이 나무는 바로 내가심은 나무야. 그러니 이 그늘도 내 것이지. 잔말 말고 썩 나가!"

이건필(李建弼)은 그늘 까지 욕심을 부린 영감이 얄밉고 괘씸하여 꾀를 내었다.

"참, 듣고 보니 옳으신 말씀이네요. 하지만 저희 농사꾼들이 잠시라도 쉬기 위해서는 나무 그늘이 꼭 필요하니 그늘을 제게 파시지요."

부자 영감은 나무는 그대로 두고 그늘만 사겠다니 '옳다!' 하고는 다섯 냥에 그늘을 팔았다.

"자아 이제부터 이 나무 그늘은 제 것입니다. 나중에 다른 말씀 하지 마십시오!"

다음날 이건필(李建弼)은 일찌감치 나무 그늘로 나갔다. 그리고 시간이 가면서 그늘이 옮겨감에 따라가며 쉬었다. 오후가 되자 나무 그늘이 부자 영감의 집 담을 넘어 안방에까지 옮겨갔다, 이건필(李建弼)은 그 그늘을 따라 영감의 안방에 들어가 누었다. 그러자 부자영감이 수염을 부르르 떨며 소리쳤다.

"야, 이놈아! 이게 무슨 버릇없는 짓이냐! 당장 나가지 못할까!"

이건필(李建弼)은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무슨 말씀이십니까? 여기서 나가야 할 분은 영감님이 아니신가요? 저는 분명 어제 돈을 주고 그늘을 샀습니다. 그러니 영감님이 지금 제 그늘 속에 계시는 겁니다. 그러니 영감님을 쫓아내도 되겠지만 나는 영감님처럼 인색하지 않으니 함께 쓸 작정입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부자영감은 기가 막혔다.

"이보게, 돈을 돌려주겠네. 그리고 자네만큼은 그늘을 공짜로 쓰도록 해주겠네."

"아닙니다, 영감님! 대장부(大丈夫)가 한 번 행(行)한 일을 물릴 수는 없지요."

이건필(李建弼)은 나무 그늘에 따라 수시로 부자 영감네 안방을 드나들었다.

그러던 어느 날 부자영감의 하나밖에 없는 고명딸의 혼사(婚事)를 위해서 사돈 될 사람들이 찾아와 안방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는데, 이건필(李建弼)이 흙투성이로 들어와 드러눕는 것이 아닌가!

"아니, 이 무슨 해괴한 일입니까?"

손님들이 불쾌하여 소리를 지르자 이건필(李建弼) 나서서 그 사람들에게 자초지종(自初至終)을 이야기했고, 그들은 이렇게 말하고는 휑하니 돌아가 버렸다.

"사람으로서 어찌 그럴 수가 있답니까? 고생하는 사람들에게 인정을 베풀지는 못할지언정 그늘까지 팔아먹다니… 이런 가문과는 혼인할 의사가 없으니 파혼(破婚)합시다."

손님들은 화를 내며 미련 없이 돌아갔고, 영감은 그제야 욕심이 과함을 깨달았다.

지나친 욕심은 자신뿐만 아니라 집안에 재앙(災殃)을 가져오게 된다.

"患生於多慾(환생어다욕/ 근심은 욕심이 많은 데서 생기고,)

禍生於多貪(화생어다탐/ 재앙은 탐하는 마음이 많은 데서 생긴다,)"

'명심보감(明心寶鑑)'의 한 구절이다. 근심과 재앙은 사람들의 지나친 욕심에서 생긴다는 가르침을 다시 새겨본다.

나이 들면서 지나친 욕심은 자신을 망친다. 우선적으로 생각해야 할 교훈이다.

장상현/전 인문학 교수

장상현
장상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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