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량사 정덕 주지스님이 다례제와 학술제에 앞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
부여 무량사(주지 정덕스님)는 지난 10월 20일, 극락전 앞에 설치된 특설무대에서 다수의 인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만수산 산신제 및 매월당 설잠스님 다례재'를 봉행했다. 이날 행사에는 대조사 주지 현중스님과 금지암 주지 도행스님을 비롯해 박정현 부여군수, 김영춘 부여군의회 의장, 박수현 국회의원, 최종대 포교사단 대전세종충남지역단장 등 다양한 인사들이 참석하여 스님의 넋을 기리고 사상을 조명했다.
⊙고결한 정신을 기리는 다례재와 산신제 봉행
이번 행사는 매월당 설잠스님의 고결한 인품과 그의 불의와 타협하지 않는 강직한 삶을 되새기는 자리로, 조선시대의 사상과 정신을 현대에 되살리는 뜻깊은 시간이었다. 특히 무량사 주지 정덕스님은 "설잠스님의 이상향은 무량사 극락전 현판으로 화연되어 이곳에서 실현되고 있다"며 그의 인격과 사상에 경의를 표했다. 정덕스님은 또한 참석한 대덕 스님들과 박정현 군수, 관계자 및 불자들에게 설잠스님에게 정성을 담아 차를 올리는 다례재의 의미를 강조하며, 그의 고결한 정신을 기렸다.
행사의 첫 순서로 봉행된 '만수산 산신제'는 전통적인 의식으로, 만수산의 산신에게 제를 올려 마을의 안녕과 평화를 기원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와 더불어 설잠스님을 기리는 다례재가 진행되어, 참석자들이 차를 올리며 그의 고결한 삶과 사상을 마음속 깊이 새기는 시간을 가졌다.
다례재 이후에는 학술적인 논의가 이어졌다. 오후에 개최된 '제6회 아미타우수 학술제'는 설잠스님의 사상뿐만 아니라 무량사의 역사적 가치와 불교문화에 대한 깊이 있는 탐구의 장이 되었다. 학술제에서는 동국대학교 이용진 교수가 '17세기 무량사의 중건과 불교공예'에 대해 발표하며, 무량사의 역사적 복원 과정과 그 속에서 불교문화의 변화상을 조명했다.
이어 국립중앙박물관의 유경희 학예사는 '무량사 극락전 아미타삼존후불도와 삼장보살도(1747년)로 본 18세기 무량사'를 주제로 발표, 18세기 무량사의 불교미술과 그 속에 담긴 사상을 탐구했다. 무량사 주지 정덕스님은 '지장보살의 등장과 의례의 변용'에 대해 발표하며, 무량사에서의 의례적 변화와 그 상징성을 논의했다. 마지막으로 동방문화대학원대학교 이성운 교수는 '명부시왕의 성격과 위상'에 대해 발표, 명부시왕의 역사적 역할과 불교에서의 위상을 깊이 있게 분석했다.
이날 발표자들은 무량사가 단순한 사찰을 넘어 불교문화의 중심지로서의 중요성을 재조명하며, 그 안에 담긴 다양한 불교 사상의 깊이를 다시금 강조했다.
학술제와 더불어 무량사에서는 작은 음악회가 열려 전통문화와 현대가 어우러지는 시간을 제공했다. 특히, 전통산사문화재활용사업의 일환으로 진행된 오층석탑 그리기와 탁본 체험은 어린이부터 어른까지 모두가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무량사의 역사적 가치와 전통문화를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이날 체험에 참여한 가족들은 "무량사의 오층석탑을 그리며 역사와 문화를 더욱 가까이 느낄 수 있어 뜻깊었다"며 소감을 전했다. 특히 탁본 체험은 무형의 문화유산을 손으로 느끼고 배우는 교육적인 기회가 되어 큰 호응을 얻었다.
⊙전통과 현대가 만나는 시간, 설잠스님의 정신을 되새기며
이번 행사에서는 조선시대 최고의 지식인으로 평가받는 설잠스님의 사상과 정신을 되새기고, 전통불교문화와 현대가 만나는 특별한 장이 펼쳐졌다. 무량사 주지 정덕스님은 "설잠스님의 고결한 인품과 불의와 타협하지 않은 그의 삶을 통해 오늘날 우리 사회에 필요한 올바른 가치관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된다"며, 이번 행사의 의미를 되새겼다.
부여 무량사는 앞으로도 설잠스님의 정신을 기리고, 전통과 사상을 이어가는 다양한 문화행사를 지속적으로 펼쳐 나갈 계획이다.
부여=김기태 기자 kkt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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