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천식 배재대 특임교수·행정학 박사·도시공학 박사 |
반려견이 인간과 함께 하는 최초의 가축으로 등장한 것은 무려 1만2000년 전인 농업혁명기로부터 비롯된 것으로 보여지며, 인간과 함께 문명의 흥망성쇄를 지켜보고 있는 오래된 동물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가축으로서의 본래 의미부여에만 충실해 온 동양 문화권과 달리 서양 문화권은 반려견을 인간과 동격의 권리와 의무를 가진 존재로 인정하는 경향이 점점 강해지고 있다. 일부 철학자들도 이런 추세를 선도하고 있으며 마사 너스바움(Martha Nussbaum)같은 경우는 반려동물의 존재가 수단이 아닌 목적으로 취급돼야 하며, 정책과 법이 반려동물의 이익을 헤아리고 학대와 방치로부터 보호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주장한다. 특히 인간과 반려견과의 동반자 관계는 정서적이며 심리적이며 형식적 동반자로만 머무르지 않는 법적 권리이자 의무의 주체로서 충분히 보장되며 보호받아야 한다고 역설한다. 예를 들어 학대하거나 방치하는 가정에서 아이를 분리하고 별도의 보호시설 입소권유나 다른 양부모를 선택할 수 있는 것과 같이 개나 고양이에도 동일한 잣대를 적용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장시간 동안 동반자 없이 반려견 혼자 방치되거나, 음식과 물이 제때 공급이 안 되거나 너무 적거나, 깨끗한 공기와 정화된 물이 충분히 제공되지 않는 경우 등에도 주인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더 나아가 소송의 당사자인 원고로 지위를 반려동물에게 부여하고, 인간 대리인을 통하여 보통시민과 동일한 기본적 법적 권리를 행사할 수 있어야 한다고 역설한다. 또한 반려견이나 반려묘들이 일상생활에서 선호하는 행태와 습관과 욕망을 반려자들인 인간 주인들이 파악하고 인지해 법과 제도로 반영해 당해 동물들이 혜택을 받을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심지어는 가축 복지국을 만들어 인간이 개와 고양이의 복리보장을 체계적으로 인정하고 행복을 증진하는 책임까지도 기꺼이 수행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반려동물과 가족처럼 생활하며 얻게 되는 변함없는 신뢰와 끈끈한 유대관계가 현대인의 정서적 심리적 결핍을 치유하고 회복한다는 강력한 직접 효과는 이제 기본적 진실이 된다. 나아가 우리의 반려문화가 제대로 올바른 방향으로 정착되기 위해서는 반려가족뿐만 아니라 동물 생태계 전부를 대하는 마음가짐과 의식 전환도 필수적이다. 반려견의 생명과 건강에 대한 배려와 존중, 신체의 완전성 유지, 반려견의 활동성 보장과 공공장소에서의 예의 준수도 중요하지만 같은 동물 종이면서도 보호받지 못하는 돼지들과 소떼, 양과 닭의 공장식 사육환경의 개선 등에도 관심과 우려를 표시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인간종이 압도적 지배력을 행사하는 지구별의 지속가능성은 생명다양성을 기반으로 하는 건강한 생태계 존립이 필수요소다. 인간의 무분별한 욕심이나 행위에 의해 종 다양성이 훼손되거나 해체돼 생태계 복원능력이 불가능해지면 인류세의 종말이 올 것이라는 일부의 섬뜩한 주장도 존재한다. 반려견 양육인구의 급격한 증가와 함께 반려견을 대하는 관심과 배려문화의 확산으로 인해 건강하고 바람직한 지구 생태계 보전과 유지에도 크게 기여하는 태도 변화의 획기적 계기가 될 것을 기대해 본다. /신천식 배재대 특임교수·행정학 박사·도시공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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