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갈등 현안' 일방향 결정 반복...사회적 합의 시스템 찾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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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 '갈등 현안' 일방향 결정 반복...사회적 합의 시스템 찾아야

[박람회 플랜B 찾기 시리즈 하] 2012년 이후 숱한 갈등 과제 노출, 진행형
서울대병원과 중앙공원, 금강 세종보, 소형호텔, 친환경타운 갈등 대표적
2024년엔 세종국제정원도시박람회 논란...투표와 여론조사, 공청회 등 방식 부재

  • 승인 2024-10-17 11:51
  • 수정 2024-10-17 14:17
  • 이희택 기자이희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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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용역안으로 제시된 국제정원도시박람회 구역 계획안. 사진=세종시 제공.
'닭이 먼저인가, 달걀이 먼저인가.' 2026년 세종 국제정원도시박람회 개최를 둘러싼 논쟁에 딱 어울리는 격언이다.

최민호 세종시장을 비롯한 집행부, 국민의힘 시의원 7명은 정원박람회를 통한 국비 확보로 붐을 조성한 데 이어, 지방·국가정원 등록으로 나아가겠다는 입장을 강변해왔다. 닭이 우선이란 뜻이고, 순천시가 걸어온 길로 통한다.

반면 임채성 의장을 포함한 더불어민주당 시의원 13명 중 12명은 지방정원(지자체 자체 지정) 또는 국가정원(정부 승인) 등록 흐름을 만든 뒤 '국제 행사'를 진행해도 늦지 않다는 반론으로 맞서고 있다. 달걀부터 잘 품어 건강한 닭을 키우자는 얘기로, 울산시가 그러했다.

양쪽 모두 2022년(제2회) 대한민국 정원산업박람회 개최(중앙공원) 경험을 토대로 미래 비전을 그려왔고, '세종시=명품 정원도시'란 총론에선 이의가 없다.



문제는 각론(방법론)에 있어 간극이 너무 벌어진 데 있다. 이미 양당 간 정쟁 대리전과 민민 갈등, 혈서·단식·기자회견·성명·집회 등의 극한 대립으로 치닫고 있다.

10월 15일 현재만 놓고 보면, 2026년 박람회 개최는 사실상 어려워졌다. 2025년 조직위원회 운영비 예산 전액(14억 5200만 원)이 민주당 시의회를 통해 삭감되면서다.

이에 중도일보는 시리즈 상·중·하에 걸쳐 미래 세종시를 위한 최선의 선택지를 다시 모색해본다. 시민사회와 여·야 정치권이 '닭과 달걀' 사이에서 합리적 기준점을 잡고, 새로운 합의점을 도출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해본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상. 세종 정원도시박람회, '순천(닭)과 울산(달걀)' 사이 플랜 B는

중. 세종시 '지방정원 지정 vs 박람회 개최' 우선 순위는...어떤 차이 있나

하. '박람회 개최 시기와 유무' 일방향 결정의 위험성...사회적 합의 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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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중앙공원에서 열린 대한민국 정원산업박람회는 미래 중앙녹지공간의 활용 방안을 암시하는 기제로 작용했다. 사진=세종시 제공.
'2013년 서울대병원 위탁 세종시립의원 유지 vs 폐지', '2015년 중앙공원 2단계 내 금개구리 보존 여부를 둘러싼 찬·반 대립', '2018년부터 현재 진행형인 금강 세종보 유지 vs 철거 대립', '보람동과 나성동 소형호텔(모텔) 도입을 둘러싼 갈등', '2020년부터 현재까지 소송전으로 이어진 친환경 종합타운 입지 논란'.

세종시 출범 이후 12년 간 사회적 합의에 어려움을 겪어온 의제들이다. 2024년에는 세종 국제정원도시박람회 개최 이견으로 재현되고 있다.

원주민과 이주민이 한데 어우러진 신도시 특성 아래 다양한 의견이 쏟아지는 건 자연스런 일이나, 행정기관과 지역 정치권은 이를 지혜롭게 조정하고 결정하는 데 한계를 노출했다, 합리적인 의사결정 시스템이 부재한 데서 비롯한 현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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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위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보람동 모텔 논란 입지, 조치원 서울대병원 위탁 시립의원, 중앙공원 2단계, 전동면 친환경종합타운 입지 전경. 가운데는 금강 세종보. 사진=중도일보 DB.
논란의 장기화는 결국 사회적 비용을 수반했고, 민민 갈등이란 부작용도 가져왔다.

실제 서울대병원 위탁 시립의원의 대안으로 유치한 세종충남대병원은 2024년 현재 부채로 미래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고, 중앙공원 2단계의 2020년 완공 목표는 온데간데 없이 사라졌다. 금강 세종보는 현 정부 들어 가동 단계를 노크하고 있으나 환경단체와 민주당의 강한 반대에 직면하고 있다. 신도시 소형호텔은 아직도 전무하고, 친환경 종합타운은 여전히 소송전에 휩싸여 있다.

이제는 '명품 정원도시'란 큰 틀의 목표를 어떤 방법론으로 실행할지가 또 다른 숙제로 남겨지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힘의 논리와 정치적 역학 관계에 의해 일방향 결정이 이뤄지고 있는 데서 비롯한다. 다수의 민의는 제대로 확인되지 않고 있다. 그래서 결정 자체가 계속 미뤄지는 일이 다반사다.

2000년대 초반부터 대안으로 제시된 '주민 전자 투표'는 AI 트렌드 시대인 2024년에도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빛을 보지 못하고 있다. 그 흔한 '끝장 토론'과 '시민 공청회', '여론조사' 등의 방법도 적절히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

최 시장은 민주당 시의원들과 토론을 제안했으나 공허한 메아리로 돌아왔고, 민주당은 양당 간 또는 집행부와 상호 합의 문구에 의한 여론조사에 대해선 수용 의사를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완충 장치는 결국 실행 단계에 이르지 못했고, 이는 단식과 삭발, 혈서 등 극한 투쟁과 정쟁을 몰고 왔다. 갈등이 수면 위에 올라온 지 50일이 다되도록 플랜 B와 같은 대안은 찾지 못하고 있다. 일방의 잘못을 떠나 국비 77억 원과 앞서 투입한 지방비 10억 원이 무용지물이 되고 있다는 게 뼈아픈 대목이다.

최민호 시장은 10월 17일 시정에 복귀한 자리에서 "여론조사와 주민투표, 토론회 등을 계속하면, 생업에 최선을 다하고 있는 시민들이 힘들어진다. 효과성도 떨어질 수 있다"라며 "다만 시장 공약 사항이자 국비 및 지방비를 쓸 수 없는 이번 의제에 대해선 한번 판단을 받아볼 필요성은 있다고 봤다. 앞으로 10월 말까지 2주 사이에 시의회부터 각계각층의 의견을 수렴해 다른 대안을 찾아보겠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주도의 세종시의회가 10월 23일 제93회 임시회 폐회일까지 어떤 입장으로 이에 대응할지도 주목된다. 민주당은 2021년 하반기 시정에 반영한 '지방정원→국가정원' 플랜을 우선 실행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보이고 있다. 지방정원 등록(지자체장 권한) 후 정원박람회 또는 정원축제 등의 이벤트성 행사를 해야 한다는 의견이기도 하다.

시민들은 이 같은 틈새에서 2025년과 2026년, 2027년 4~5월 중앙녹지공간에서 어떤 움직임과 변화가 일어날지, 누가 진정성 있는 미래 발전안을 내놓을지 평가할 것으로 보인다.

시민사회의 한 관계자는 "행정과 의회 권력의 힘 겨루기 과정에서 왜곡된 민의가 반영될 가능성은 늘 상존해왔다"며 "전국 17개 시·도 중 후발 주자인 세종시가 새로운 사회적 합의 시스템을 선도적으로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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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 중앙녹지공간은 명품 정원도시 길목에서 무한 잠재력을 갖춘 공간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 사진=중도일보 DB.
한편, 그동안 중앙녹지공간의 변화는 ▲2013년 세종호수공원 개장 ▲2020년 9월 세종 중앙공원 1단계 오픈 ▲2020년 10월 국립세종수목원 개원 ▲2022년 10월 대한민국 정원산업박람회(2회) ▲2023년 5월 가든쇼 ▲2024년 1월 국립어린이박물관 개관 ▲2024년 5월 낙화축제 ▲2024년 11월 반다비빙상장 오픈 ▲2024년 12월 나성2교 준공으로 도시상징광장 '차 없는 거리' 연결 등으로 흘러가고 있다.

앞으로 2026년 5월 국회 세종의사당 국제 설계공모안 공개, 국립도시건축박물관 개관, 2027년 중앙공원 2단계 조성 마무리 및 국립디지털문화유산박물관 및 국립디자인박물관, 2028년 국가기록박물관, 2030 국립민속박물관 오픈 등의 흐름도 이어진다. <끝>
세종=이희택 기자 press2006@

연계 시설
중앙녹지공간을 중심으로 한 주변 여러 인프라들은 미래 세종시 발전의 동력으로 남아 있다. 사진=중도일보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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