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득범 대전서중 교사 |
군인 시절 해상 훈련의 기억을 떠올리며 '안전, 안전 또 안전!'을 머리에 되뇌었고 학생들의 구명조끼를 단단히 입혀주었다. 학생들은 8~10명씩 조를 이루어 친구들과 보트와 카약을 모래사장으로 직접 운반했다. 모래사장에서 준비운동을 하고 노를 잡고 젖는 방법 등을 익힌 뒤 바다로 1개 조씩 출발했다. 얼굴에는 기대감과 긴장감이 공존했다.
교내 교육 행사 시 이곳저곳 뛰어다니느라 정작 담임선생님 노릇을 잘해주지 못했던 것이 평소에 마음에 걸렸었다. 그래서 이번 수련회만큼은 함께 노를 젓겠다고 다짐했었다. 우리 반 남학생 7명과 한 팀이 되어 보트를 타고 '하나~ 둘! 하나~둘!' 소리높여 바다를 향해 열심히 노를 저었다.
우리 반 반장 "선생님, 팔이 떨어질 것 같아요."
담임선생님 "아니야, 안 떨어져. 정신력이 나약하구나! 얼른 구령을 넣거라!"
학생들과 함께 서로를 격려하며 계속 젓다 보니 어느새 목표 지점에 도착해 있었다. 이어서 지도 교관이 바닷속에 들어갔다가 보트 위로 올라올 것을 주문했다. 학생들이 머뭇거렸고 필자는 솔선해 바다로 풍덩 몸을 던졌다. 구명조끼를 차고 있지만, 학생들에게 두려울 수 있기에 응원해 주었고 우리 조는 전부 바다에 둥둥 몸을 맡겼다. 우리는 물에 빠진 생쥐 꼴이 되어 나왔고 학교에서 유일한 내 또래 남자 선생님이 우리의 사진을 찍어주었다.
저녁에는 레크레이션이 진행됐다. 전교생이 모여 신나게 웃고 떠들며 공동체 게임을 즐겼다. 그리고 대망의 장기자랑 시간. 사전에 신청한 학생이 적어 내심 안타까웠다. 그런데 나는 학생자치를 담당하고 있는 교사가 아니던가. 마이크를 잡고 무대로 올라갔다. 너무나 감사하게도 학생들이 좌우로 손을 흔들며 함께 불러주었다. 이후에 즉석에서 장기자랑에 도전하겠다며 마구마구 손을 들어주는 학생들을 보며 흐뭇함을 감출 수 없었다.
이제는 취침 시간. 깨끗이 씻고 이불은 잘 펴두었는지, 방은 잘 정리해뒀는지 등을 확인하기 위해 점호를 진행했다. 점호를 마치고 바로 잠들기를 바랐지만, 친구들과 수련회를 왔는데 과연 잠들 수 있을까? 역시나 바로 자는 학생은 거의 없었다. 혹시 모를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불침번을 서기로 했다. 또래 남자 선생님과 나는 10~3시까지 복도에 의자를 두고 앉아 윙윙 달려드는 모기를 쫓아내며 대천에서의 밤을 보냈다.
불침번을 끝내고 꿀맛 같은 단잠도 잠시. 4시 50분경 갑자기 화재경보기의 사이렌 소리가 마구 울렸다. 나는 소리를 듣자마자 바로 뛰쳐나갔다. 모든 선생님은 학생들을 대피시켰고 나는 상황을 알아보기 위해 곧장 1층으로 뛰어 내려갔다. 결론은 오작동이었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실제 상황이었다. 어느 여선생님은 손바닥에 피가 나는 줄도 모른 채 방문을 두드리며 학생들을 깨웠다. 평소 학교에서 진행해온 대피 훈련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느낀 계기가 됐다. 그리고 무엇보다 안전하고 신속하게 대피해준 학생들이 너무도 대견하고 고마웠다.
이렇게 둘째 날 아침을 맞이했다. 해변 산책과 해양골든벨을 끝으로 교육 활동을 마무리했다. 비록 2시간도 제대로 못 잤지만, '무사고'로 수련회를 마칠 수 있었다. 대천 앞바다에 나가 학생들과 함께 보트 위에서 노를 젓고, 바다에 풍덩 들어가며, 저녁에는 노래도 부르고, 불침번을 서고 화재 대피까지 한 3년 차 교사의 기억은 또렷하게 남을 것이다. #보트 타고 노 젓기 #바다에 풍덩~ #저녁에는 노래♬ #불침번 #새벽에는 긴급대피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