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이슈현장]둔산지구 개발에 사라진 '삼천동'…"아 삼천(三川)의 대전이여"

[WHY이슈현장]둔산지구 개발에 사라진 '삼천동'…"아 삼천(三川)의 대전이여"

2009년 5월 삼천동→둔산3동 동명칭 변경
논산 대둔산 금산 월봉산 대전 만인산 발원
3대 하천 최장 73㎞ 흘러 삼천동에서 한 줄기
둔산신도시 때 둔산·만년·탄방동으로 분할돼
안여종 대표 "삼천이라는 지명에 생명력 있어"

  • 승인 2024-10-17 18:00
  • 신문게재 2024-10-18 8면
  • 임병안 기자임병안 기자
삼천동2 (2)
대전 서구 둔산3동에 설치된 삼천동 유래비. 3대 하천 발원지 인근에서 뜬 물을 유래비에 각각 뿌려줬다.  (사진=임병안 기자)
대전 서구 삼천동(三川洞)은 잊히고 있다. 2009년 5월 둔산3동으로 동 명칭을 바꾸고 삼천동의 고유지명은 행정 공문서에서 이미 사라졌다. 그리고 한국언론진흥재단의 뉴스데이터 분석 프로그램에서 '대전 삼천동'이라는 지명이 포함된 기사는 2023년 10건, 올해는 단 1건 뿐이다. 1992년 둔산지구 개발 때 삼천동은 둔산동에 땅을 내어줬고, 탄방동과 만년동 심지어 유성 도룡동까지 삼천동이 뻗어 있었다. 갑천과 유등천, 대전천 세 물줄기가 이곳에서 합류해 하나가 된다는 의미에서 유래한 삼천동이 둔산지구 개발 때 어떤 변화를 거쳐 결국 둔산동에 편입됐는지 살펴봤다. <편집자 주>

대전 서구 둔산3동의 원래 지명인 삼천동을 조사하기 위해 가장 먼저 찾은 곳은 엉뚱하게도 충남 논산 벌곡면의 대둔산과 금산군의 월봉산 그리고 동구 만인산이었다. 옛 삼천동 앞에서 하나의 물줄기를 이루는 갑천과 유등천, 대전천이 제각각 흘러 어떻게 한 지점으로 모이는지 파악해보고자 이들 3대 하천의 발원지를 찾아간 것이다.

▲3대 하천 발원지 찾아서

옛 삼천동 앞을 유유히 흐르는 갑천은 충남 논산시와 전북 완주군의 경계를 이루는 대둔산(877.7m) 정상에 조금 못 미친 곳에서 발원한다. 국토교통부가 관측한 자료에서는 대둔산 중에서 충남 금산군 진산면 능선부에서 시작해 곧바로 논산 벌곡면으로 이어져 수락계곡을 거쳐 올해 서구 기성동의 정방이 마을 앞을 굽이쳐 삼천동을 경유해 금강으로 73㎞ 이어진다. 9월 27일 현지 답사에서 대둔산 태고사에 차를 두고 걸어서 낙조대 턱밑까지 한참을 올라가서야 국토부가 지목한 갑천의 발원지 인근에 닿을 수 있었고 수풀이 우거져 정확한 지점에 이를 순 없었다. 발원지 아래의 냇가에서 미리 준비한 물병에 물을 받아 몇 모금 마셨다.
갑천 발원지 물 채수_edited
갑천 발원지가 있는 충남 논산 대둔산에서 물을 떠서 몇모금 마셨다. (사진=임병안 기자)
올여름 대전에서 갑천 범람으로 수해를 입었던 것처럼 논산시 벌곡면의 갑천 최상류에서도 마을 앞 갑천이 두 차례 범람해 피해가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어 찾아간 곳은 산의 모양새가 달처럼 생겼다고 하여 이름 붙여진 월봉산으로 금산군 시내를 감싸고 있으며, 유등천은 이곳에서 시작해 44㎞를 흘러 삼천동에서 갑천에 합류한다. 이곳 유등천 상류는 청강수라고 불리는데 여름철 계곡 물놀이장으로 유명한 탓에 주변에 펜션과 식당이 많고 평상을 깔아 대여하고 식사를 제공하는 업종이 성황을 이루고 있었다. 금산 복수면을 거쳐 중구 안영동의 뿌리공원에 도달한 유등천은 본격적으로 남에서 북쪽으로 흘러 대전을 관통하는데 태평동과 중촌동을 거쳐 삼천동에서 대전천을 만난다.

마지막으로 찾은 곳은 동구 하소동 만인산자연휴양림이다. 이곳 만인산 봉수레미골에서 시작한 대전천은 목척교를 지나 26㎞를 흘러 삼천동 앞에 도착해 유등천과 혼연일체를 이룬다. 대전성모여고 교사를 역임한 소설가 김수남 작가는 그의 책 '달바라기'에서 6·25전쟁 직후 대전천을 따라 늘어선 판잣집을 애절하게 묘사했는데, 그만큼 대전이 전쟁을 극복하고 근대도시로 성장하는 데 대전천은 삶과 애환이 깃든 하천으로 유일하게 대전에서 발원하고 종결한다.

이경호 대전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겨울 철새 댕기물떼새가 3대 하천이 모이는 옛 삼천동 앞 지점에서 몇 해 전까지 관찰되었는데 그만큼 하천이 합류하는 지점에 식생이 풍부하고, 둔산에 너른 들판도 이들 세 하천이 합류하면서 만들어질 수 있었던 게 아닐까 추정해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삼천동 위치도(1)
1993년 대전직할시 서구 둔산신도시 동간 경계조정계획안. 분홍색 부분이 옛 삼천동 위치.
▲남선공원부터 한밭수목원까지

편집국 사무실로 돌아와 삼천동이라는 동명칭이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찾아봤다. 서구의회가 보관 중인 역대 회의록에서 삼천동의 경계가 어떻게 시작돼 개편됐으며 이때 주민들 의견은 어떠했는지 조각처럼 파악할 수 있었다. 먼저 눈에 띈 것은, 삼천동이 둔산지구 개발 때 원래부터 있던 5개 행정동 중 하나로 중요하게 여겼고, 삼천 1~2동을 두는 방안까지 검토했다는 것이다. 둔산신도시는 1988년부터 1995년 12월까지 중앙행정기관 11개 외청과 당시 직할시청을 비롯해 지방행정기관과 기업체가 입주하고 총 6만 세대 아파트 개발을 목표로 시작됐고, 첫 입주는 1991년 삼천동이었다. 월평동과 둔산동, 탄방동, 갈마동과 함께 삼천동이 둔산신도시를 이루를 5개 기본동이었다.

둔산신도시 개발을 위해 처음으로 측량이 이뤄지고 바둑판 모양의 아파트 단지에 맞춰 법정동 경계를 조정하는 과정에서 삼천동은 쪼개지고 분할됐다. 1992년 8월 지금 갑천 건너편에 있는 관할 면적(0.169㎢)을 유성구 도룡동에 편입시키는 경계조정을 했다. 당시 공문에는 "1914년 행정구역 개혁시 갑천을 경계로 현재의 삼천동 경계가 확정됐으나, 1939년 갑천제방 축조로 삼천동 일부지역이 제방 건너 유성지역에 위치하게 됐다"고 경계조정 사유를 설명했다. 1993년에는 만년동을 신설하는데 이때 삼천동(0.97㎢)과 둔산동(0.03㎢)을 모아 법정동의 만년동(1㎢)을 개설했다. 1994년에는 삼천동 0.13㎢를 탄방동으로 하는 경계조정이 이뤄졌는데 같은 시기 둔산동에서 삼천동으로 이관된 면적은 0.04㎢이었다. 서구의회 회의록에 따르면 1992년 기준 이미 삼천동 관할 면적 중에서 둔산동으로 편입된 면적이 1.79㎢에 달할 정도로 둔산동은 키우고 삼천동은 축소했다. 현재 둔산3동 면적은 0.75㎢다.

삼천동의 경계조정이 한참 이뤄지던 때인 1993년 4월 서구의회 내무위원회 3차 회의록을 보면 김학원 의원은 "둔산지구에는 월평 1~3동과 둔산 1~3동 있고 삼천동과 탄방동, 만년동은 1개 동 밖에 없는데 나중에 각 지역 동 간의 불균형이 생길 때 주민들의 위화감이 생기지 않겠느냐"라고 직설했다. 둔산지구 개발 때 둔산 1·2·3동을 두는 것을 계획했는데, 당시 둔산 3동은 지금의 둔산2동에서 분리한 형태이었다. 이를 통해 둔산신도시 개발 전 1914년 획정된 삼천동은 지금의 탄방동 남선공원부터 샘머리아파트를 포함해 한밭수목원까지 비정형의 길게 위치했고, 3대 하천의 합류 지점이 삼천동 앞마당이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삼천동2_edited
대전천을 받아들인 유등천이 갑천과 합류하기 전에 둔산동 일원을 흐르고 있다. 이곳 역시 옛 삼천동 일원이다. (사진=임병안 기자)
▲삼천(三川), 대전의 정체성 담아

1992년 4월 한국전력공사 서대전지점 소강당에서 이뤄진 서구의회 '둔산지구 행정구역 및 명칭조정 특별위원회' 회의록을 보면, 삼천동에서 오랫동안 거주한 주민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 여기서 삼천동 옛 마을 지명이 언급되는데, 양지뜸 부락과 모정 그리고 재뜸이라는 마을이 삼천동을 이뤘던 것으로 보인다. 1992년 주민들 논의가 있던 때에 재뜸과 모정은 택지개발이 진행돼 주민들이 모두 다른 곳으로 이주했고, 양지뜸은 주민들이 여전히 거주 중인데 이마저도 탄방동으로 변경된다는 것에 대해 소강당에서 이뤄진 특별위원회에서 불만을 표출했다. 양지뜸은 지금의 남선근린공원 주변이었을 것으로 추정되는데, 양지뜸 한 주민은 당시 논의에서 이렇게 말한다. "삼천동을 지켜온 주민들의 하나의 자부심과 긍지 이런 것은 하나도 반영되지 않고, 탄방동으로 해 놓은 것에 대해서는 잘못 지정했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둔산신도시 개발 때 지금 대전시청이 있는 위치부터 당초 삼천동이었던 정부대전청사가 있는 곳까지 둔산동으로 지명을 정한 이유는 무엇일까. 1992년 3월 속기록을 보면, 당시 서구청 총무과장은 "사실은 삼천 1, 2동으로도 검토가 됐었는데, 둔산지구 개발이라는 이미지를 부각시키기 위해 둔산동을~"이라고 답변했다.

사단법인 대전문화유산울림 안여종 대표는 "삼천동은 대전 지명 중 가장 대전다운 마을 이름이며 대전의 정체성을 담고 있다"라며 "지금은 둔산3동으로 불리고 있으나 시간이 지나면 삼천동의 이름을 되찾는 때가 올 것으로 믿는데 삼천(三川)이라는 지면에는 생명력이 있다"라고 설명했다.
임병안 기자 victoryl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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