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역이 위축되고 반도체 업황 등 산업적으로 침체한 점은 인정한다. 그렇더라도 법인세 결손이 14조원 이상 늘어난다는 것은 경기 흐름을 너무 못 읽은 것이다. 2년 연속 56조원 또는 30조원 등으로 구멍 뚫린 세수는 지자체 살림을 여러모로 주름지게 하는데 마땅한 대안조차 없다. 총선이 낀 올해는 더군다나 상반기 예산 집행률이 63.6%로 높았다. 연말 재정 운영 여력은 크지 않다. 이래저래 정부 예산 의존도가 높은 기초단체는 허리띠를 졸라매기에 한계가 있을 지경이 됐다.
실제로 지자체의 재정자립도는 뚝 떨어지고 있다. 특별시·광역시에서 광역 지자체, 시·구·군 단위로 갈수록 눈에 띄게 하향한다. 재정 수입 불균형을 조정할 힘이 미약한 지자체에서 더 우려할 것은 지방 소멸 가속화다. 내국세에 연동되는 지방교부세나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이 가차없이 감액될 운명이다. 내수 악화 속의 경기 위축을 생각하면 쓰지 못하는 불용(不用)을 강제하는 것만으로 대응해서는 안 될 것 같다. 세수 결손의 부작용을 줄이는 일도 중요한 과제임을 알아야 한다.
기금 여윳돈을 동원하는 것 역시 미래 세대 등에 부담을 안길 수 있다. 조국혁신당 황운하 국회의원(비례)이 16일 밝힌 자료에도 잘 나타난다. 세수 부족분을 메우려고 무주택 서민의 돈인 청약저축으로 조성된 주택도시기금 등을 끌어다 쓰고 있다. 기금 본래의 목적보다 많은 지출이 이뤄진다면 문제다. 기금 전용이나 예산 불용 방식으로 메우기엔 세수 결손 규모가 크다는 게 더 큰 문제다. 지역 경제에도 부담인 '세수 펑크'를 해소하는 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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