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선필 교수 |
대전에서도 0시축제에 대하여 시장과 대전시와 민주당 간의 갈등이 불거지면서 지역축제의 본질적 기능과 그 의미에 대한 논의가 필요해졌다. 시장과 민주당 간의 갈등은 표면적으로는 축제에 투입된 예산과 축제의 성과라고 주장하는 방문객수 등과 같은 정량적인 결과에 대한 논쟁이다. 투입된 예산이나 축제 방문객은 정량적 숫자로 표현할 수 있는 데이터이므로 정확하게 확인하는 데서 논의를 시작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만에 하나 허위나 과장이 있다면, '속이는 자가 범인이다'라는 말처럼 축제 추진에 분명히 문제가 있는 것이다.
축제의 본질에 대한 논의 없이 투입 예산이나 방문객 수를 가지고 논쟁하는 것은 미래지향적이지 않다. 앞으로도 지역 축제는 반드시 있어야 하고, 지금 보다 더 잘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왜 축제를 해야하는가'와 같은 본질적 질문에 답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축제를 '인프라 확충'이나 '지역경제활성화'를 위해 한다는 천박한 생각을 할 때 축제는 그에 걸맞는 겉 멋과 규모에 신경이 쓰일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축제가 지역 경제에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은 분명하지만, 경제적 초점이 지나치게 강조될 경우 여러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방문객 유치를 위한 과도한 마케팅과 상업화는 지역 주민들이 느끼는 소속감이나 자긍심을 약화시킬 수 있다. 또한, 축제가 대규모 관광객을 유치하는 데 집중하게 되면, 지역 주민의 참여가 소홀히 여겨지고, 지역의 문화와 전통이 상업화에 휩쓸리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오늘날 자본주의 사회를 제외하고는 축제를 통해 지역경제를 부흥시켰다고 하는 역사적 사례를 찾는 것은 쉽지 않다. 일부 종교에 기반을 둔 도시나, 우리나라의 절아래 동네 사하촌처럼 축제-정확히는 종교적 의례-와 관련하여 지역이 '생존'은 할 수 있었을지는 몰라도, 오늘날 생각처럼 돈을 벌고 '번영'을 하였다는 사례는 찾기 어렵다.
축제는 본질적으로 생산적 활동이 아니다. 먹고 마시고 노는 소비적 활동이 그 본질이다. 수천년 인류 역사를 통해 왜 먹고 마시고 노는 소비적인 축제를 지속해왔을까? 축제에 참여하는 사람들의 슬픔과 고통을 해소하고 그 기쁨을 함께 나누는 장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기쁠 때만 축제를 여는 것이 아니라, 슬픔과 참회가 함께 있어야만 진정한 축제가 될 수 있다. 한 해를 되돌아 보며 고된 노동을 기억하고 그로 인해 주어진 추수의 기쁨을 함께 나누는 것이 우리 전통 축제였지 않은가.
집안에서 하던 회갑 잔치, 결혼 잔치, 장례식 등 축제의 원형이라 할 수 있는 모든 일상 의례들의 본질도 지금이 있게 한 과거를 되돌아보고 미래를 생각해보는 시간선 상에서 매듭을 짓는 자리였다. 이 것이 진정한 잔치의 자리이고 축제의 자리가 가지는 본질이 여기에 있다.
이제 남을 위한 축제가 아니라 우리를 위한 축제, 아니 나를 위한 축제가 먼저 이루어져야 한다. 이렇게 축제를 기획하면 된다. 아래로 부터 올라오는 축제가 진정한 축제가 된다는 말이다. 시민의 슬픔과 고통이 담아 낼 수 있고, 이를 풀어줄 수 있는 축제가 되면 저절로 사람이 모이게 될 것이다.
축제의 기획 단계에서부터 지역 주민들의 감정과 생각이 드러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제대로된 마을 축제가 있어야만 진정한 도시 축제가 나올 수 있다. 마을 축제 없이 전문가들과 공연예술인들이 만드는 축제, 결국 시민을 관람객으로 만드는 축제는 비용대비 만족도가 떨어질 수 밖에 없고, 지속가능하지 않은 정체성 없는 축제가 될 수 밖에 없다.
/권선필 목원대학교 경찰행정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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