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만 국가정원 서문(좌) 입구와 울산 태화강 국가정원(우) 입구. 사진=이희택 기자. |
최민호 세종시장을 비롯한 집행부, 국민의힘 시의원 7명은 정원박람회를 통한 국비 확보로 붐을 조성한 데 이어, 지방·국가정원 등록으로 나아가겠다는 입장을 강변해왔다. 닭이 우선이란 뜻이고, 순천시가 걸어온 길로 통한다.
반면 임채성 의장을 포함한 더불어민주당 시의원 13명 중 12명은 지방정원(지자체 자체 지정) 또는 국가정원(정부 승인) 등록 흐름을 만든 뒤 '국제 행사'를 진행해도 늦지 않다는 반론으로 맞서고 있다. 달걀부터 잘 품어 건강한 닭을 키우자는 얘기로, 울산시가 그러했다.
양쪽 모두 2022년(제2회) 대한민국 정원산업박람회 개최(중앙공원) 경험을 토대로 미래 비전을 그려왔고, '세종시=명품 정원도시'란 총론에선 이의가 없다.
문제는 각론(방법론)에 있어 간극이 너무 벌어진 데 있다. 이미 양당 간 정쟁 대리전과 민민 갈등, 혈서·단식·기자회견·성명·집회 등의 극한 대립으로 치닫고 있다.
10월 15일 현재만 놓고 보면, 2026년 박람회 개최는 사실상 어려워졌다. 2025년 조직위원회 운영비 예산 전액(14억 5200만 원)이 민주당 시의회를 통해 삭감되면서다.
이에 중도일보는 시리즈 상·중·하에 걸쳐 미래 세종시를 위한 최선의 선택지를 다시 모색해본다. 시민사회와 여·야 정치권이 '닭과 달걀' 사이에서 합리적 기준점을 잡고, 새로운 합의점을 도출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해본다. <편집자 주>
좌측부터 시작되는 정부청사 옥상정원~호수공원~중앙공원~국립세종수목원~국립박물관단지~금강 일대 '중앙녹지공간' 전경. 이 같은 잠재 인프라는 세종시가 미래 명품 정원도시로 나아가는 데 초석을 다지고 있다. 사진=이희택 기자. |
상. 세종 정원도시박람회, '순천(닭)과 울산(달걀)' 사이 플랜 B는
중. 세종시 '지방정원 지정 vs 박람회 개최' 우선 순위는...어떤 차이 있나
하. '박람회 개최 시기와 유무' 일방향 결정의 위험성...사회적 합의 절실
이춘희 시 정부가 유치하고, 최민호 시 정부가 개최한 2022 대한민국 정원산업박람회 전경. 사진=세종시 제공. |
과거로 돌아가 보면, '정원도시' 타이틀은 정치권의 공과 다툼에 앞서 시민사회와 학계 논문 등을 통해 무르익었던 게 기정사실이다. 바통은 민주당 소속의 이춘희 전 시장이 받았다. 2021년 기자회견을 통해 '명품 정원도시' 로드맵을 그렸고, 울산(2021년)에 이어 2022년 대한민국 정원산업박람회(제2회) 유치 타이틀을 획득했다. 그는 중앙공원 일대를 지방정원과 국가정원으로 등록하겠다는 큰 틀의 비전도 제시한 바 있다.
이어 최민호 시장은 과거 충남도부지사 재임 시절 태안 국제꽃박람회 개최 경험을 바탕으로 국제정원도시박람회란 방법론을 끼워 넣었다.
2024년 논란은 이 같은 과정을 거쳐 '닭과 달걀' 논쟁으로 비화되고 있다. 여기서 울산시와 순천시의 선행 사례는 지역 사회가 현재의 논란을 좀 더 냉철하게 들여다볼 수 있는 판단 기준을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플랜 B를 찾아가는 계기가 될 가능성도 포함한다.
태화강 국가정원과 도심 한복판의 주상복합 전경. 사진=이희택 기자. |
울산시와 세종시는 2022년 민주당에서 국힘으로 단체장을 새로 맞이한 데 이어, 2024년 8월 세종시와 같은 시점에서 국제 행사 승인을 받았다는 공통점을 가졌으나 가는 길은 세종시와 다른 것도 사실이다.
울산의 태화강 국가정원과 세종시 공간을 비교해보면, 태화강은 태화지구와 삼호지구를 포함한 83만 5000㎡ 규모로 세종시 중앙공원 2단계(약 88만㎡)보다 조금 작다. 구역별로는 '태화강↔금강', '은하수 다리와 십리대밭교↔이응다리', '이용형 태화지구(48만㎡)↔중앙공원 1단계(52만㎡)', '보존형 삼호지구(35만㎡)↔금개구리 보전구역(중앙공원2단계 86만㎡)' '주차 면수 : 울산 2800면↔세종 2500면', '2023년 방문객 : 울산 500만 명↔호수·중앙공원 및 수목원 400여만 명'으로 대비된다.
순천만 국가정원의 동문 권역 전경. 사진=이희택 기자. |
세종시도 이 점을 역설하고 있다. 다소간의 부족함과 재정적 어려움이 있더라도 기왕에 확보한 국비 77억 원과 중앙녹지공간의 잠재력을 바탕으로 순천과 같은 승부수를 던지자는 전략으로 이해된다. 건강한 닭을 데려와 황금알을 낳아보자는 역발상이다.
실제 잠재력은 순천 그 이상이다. 공간 구조는 △금강과 중앙공원 2단계(금개구리 보전)=순천의 습지와 동천 △국립세종수목원과 중앙공원 1단계=순천 박람회장의 동문과 서문 △호수공원=순천의 도심 권역으로 대비된다. 여기에 기네스북에 오른 정부세종청사 옥상정원(3.6km)에다 국립어린이·도시건축 박물관 등이 가세할 경우, 가공할만한 위력을 뽐낼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이다.
부지 면적 자체도 정부세종청사 옥상정원(7만 9494㎡)과 세종호수공원(69만 5000㎡), 중앙공원 1단계(체육시설과 수목, 잔디광장 52만 6000㎡) 및 2단계(현재 논과 금개구리 보전구역, 87만 5000㎡)까지 정원 관련 부지 규모만 282만 5194㎡에 달한다. 이는 순천만 국가정원(92만 6000㎡)과 순천만 습지(100만㎡)를 합한 194만㎡보다도 넓다.
중앙녹지공간과 연접한 국립박물관단지(19만 9000㎡)와 국회 세종의사당 예정지(63만 1000㎡)에다 전월산과 한국전통문화체험원, 광활한 금강 수변과 합강변까지 연결하면 면적은 365만 5194㎡ 플러스 알파에 달한다. 국토의 중앙에 위치한 접근성도 확보했고, 42개 중앙행정기관과 16개 국책연구기관, 산림청 및 한국수목원정원관리원 등의 참여와 지원을 유도해볼 수 있는 가능성도 열려 있다.
이처럼 울산과 순천 모델의 장·단점이 분명한 상황에서 세종시 미래는 달걀로 비춰지는 '울산시 모델'을 향하고 있다.
그렇다고 힘의 논리에서 앞선 민주당의 선택지가 절대 다수 시민의 바람인지는 좀 더 지켜볼 일이다. 안타까운 사실은 정치적 대타협을 이끌어낼 구심점도, 사회적 합의를 도출할 시스템도 없다는 데 있다. 플랜 B가 나올 가능성도 높지 않다.
세종시민들은 울산과 순천의 정치 구도를 내심 부러워할 것으로 보인다. 울산은 국힘 단체장과 같은 시의원 19명, 민주당 2명, 순천은 민주당 단체장과 같은 시의원 20명에 진보당 2명, 무소속 2명, 국힘 1명 구도다. 세종시는 국힘 단체장과 같은 시의원 7명, 민주당 13명으로 유일하게 여소야대다.
한편, 순천과 울산은 국내 1·2호인 순천만과 태화강 국가정원을 보유하고 있다. <계속>
세종=이희택 기자 press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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