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 국제정원도시박람회, '순천과 울산' 사이 플랜 B는

  • 정치/행정
  • 세종

세종 국제정원도시박람회, '순천과 울산' 사이 플랜 B는

[박람회 플랜B 찾기 시리즈 상] '달걀'이 먼저라는 민주당 vs '닭'을 앞세운 세종시
세종시, 지방·국가정원 지정 이전 '국제박람회' 성공 개최한 순천시 사례 강조
민주당, 돌다리도 두들겨 보며 2028년 박람회 개최하는 울산시 롤모델

  • 승인 2024-10-15 17:03
  • 수정 2024-10-15 18:47
  • 신문게재 2024-10-16 1면
  • 이희택 기자이희택 기자
제목 없음
순천만 국가정원 서문(좌) 입구와 울산 태화강 국가정원(우) 입구. 사진=이희택 기자.
'닭이 먼저인가, 달걀이 먼저인가.' 2026년 세종 국제정원도시박람회 개최를 둘러싼 논쟁에 딱 어울리는 격언이다.

최민호 세종시장을 비롯한 집행부, 국민의힘 시의원 7명은 정원박람회를 통한 국비 확보로 붐을 조성한 데 이어, 지방·국가정원 등록으로 나아가겠다는 입장을 강변해왔다. 닭이 우선이란 뜻이고, 순천시가 걸어온 길로 통한다.

반면 임채성 의장을 포함한 더불어민주당 시의원 13명 중 12명은 지방정원(지자체 자체 지정) 또는 국가정원(정부 승인) 등록 흐름을 만든 뒤 '국제 행사'를 진행해도 늦지 않다는 반론으로 맞서고 있다. 달걀부터 잘 품어 건강한 닭을 키우자는 얘기로, 울산시가 그러했다.

양쪽 모두 2022년(제2회) 대한민국 정원산업박람회 개최(중앙공원) 경험을 토대로 미래 비전을 그려왔고, '세종시=명품 정원도시'란 총론에선 이의가 없다.



문제는 각론(방법론)에 있어 간극이 너무 벌어진 데 있다. 이미 양당 간 정쟁 대리전과 민민 갈등, 혈서·단식·기자회견·성명·집회 등의 극한 대립으로 치닫고 있다.

10월 15일 현재만 놓고 보면, 2026년 박람회 개최는 사실상 어려워졌다. 2025년 조직위원회 운영비 예산 전액(14억 5200만 원)이 민주당 시의회를 통해 삭감되면서다.

이에 중도일보는 시리즈 상·중·하에 걸쳐 미래 세종시를 위한 최선의 선택지를 다시 모색해본다. 시민사회와 여·야 정치권이 '닭과 달걀' 사이에서 합리적 기준점을 잡고, 새로운 합의점을 도출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해본다. <편집자 주>

KakaoTalk_20221114_102954995_22
좌측부터 시작되는 정부청사 옥상정원~호수공원~중앙공원~국립세종수목원~국립박물관단지~금강 일대 '중앙녹지공간' 전경. 이 같은 잠재 인프라는 세종시가 미래 명품 정원도시로 나아가는 데 초석을 다지고 있다. 사진=이희택 기자.
<글 싣는 순서>

상. 세종 정원도시박람회, '순천(닭)과 울산(달걀)' 사이 플랜 B는

중. 세종시 '지방정원 지정 vs 박람회 개최' 우선 순위는...어떤 차이 있나

하. '박람회 개최 시기와 유무' 일방향 결정의 위험성...사회적 합의 절실

2022101701000973900038331 (1)
이춘희 시 정부가 유치하고, 최민호 시 정부가 개최한 2022 대한민국 정원산업박람회 전경. 사진=세종시 제공.
닭(세종시·순천)과 달걀(민주당·울산) 사이의 원초적 논쟁에 들어가기 앞서 국제정원도시박람회가 어떤 과정을 거쳐 왔는지 다시 짚어볼 필요가 있다. 그런 의미에서 '최 시장의 공약이냐, 아니냐'를 둘러싼 양당 간 논쟁은 소모적이다.

과거로 돌아가 보면, '정원도시' 타이틀은 정치권의 공과 다툼에 앞서 시민사회와 학계 논문 등을 통해 무르익었던 게 기정사실이다. 바통은 민주당 소속의 이춘희 전 시장이 받았다. 2021년 기자회견을 통해 '명품 정원도시' 로드맵을 그렸고, 울산(2021년)에 이어 2022년 대한민국 정원산업박람회(제2회) 유치 타이틀을 획득했다. 그는 중앙공원 일대를 지방정원과 국가정원으로 등록하겠다는 큰 틀의 비전도 제시한 바 있다.

이어 최민호 시장은 과거 충남도부지사 재임 시절 태안 국제꽃박람회 개최 경험을 바탕으로 국제정원도시박람회란 방법론을 끼워 넣었다.

2024년 논란은 이 같은 과정을 거쳐 '닭과 달걀' 논쟁으로 비화되고 있다. 여기서 울산시와 순천시의 선행 사례는 지역 사회가 현재의 논란을 좀 더 냉철하게 들여다볼 수 있는 판단 기준을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플랜 B를 찾아가는 계기가 될 가능성도 포함한다.

KakaoTalk_20240528_114109831_03
태화강 국가정원과 도심 한복판의 주상복합 전경. 사진=이희택 기자.
울산시는 태화강을 토대로 2018년 지방정원, 2019년 국가정원 등록 후 2022 정원산업박람회를 거쳐 2028년 국제정원박람회 개최에 나서고 있다. 마치 돌다리도 두들겨 보고 걷는 모양새로 착실한 절차를 밟고 있다. 민주당은 울산을 롤모델로 삼은 듯, 개최 시기를 2026년 이후로 미루자는 주장을 하고 있다. 숙성된 달걀로 건강한 닭을 낳아 잘 키우자는 의미로 다가온다.

울산시와 세종시는 2022년 민주당에서 국힘으로 단체장을 새로 맞이한 데 이어, 2024년 8월 세종시와 같은 시점에서 국제 행사 승인을 받았다는 공통점을 가졌으나 가는 길은 세종시와 다른 것도 사실이다.

울산의 태화강 국가정원과 세종시 공간을 비교해보면, 태화강은 태화지구와 삼호지구를 포함한 83만 5000㎡ 규모로 세종시 중앙공원 2단계(약 88만㎡)보다 조금 작다. 구역별로는 '태화강↔금강', '은하수 다리와 십리대밭교↔이응다리', '이용형 태화지구(48만㎡)↔중앙공원 1단계(52만㎡)', '보존형 삼호지구(35만㎡)↔금개구리 보전구역(중앙공원2단계 86만㎡)' '주차 면수 : 울산 2800면↔세종 2500면', '2023년 방문객 : 울산 500만 명↔호수·중앙공원 및 수목원 400여만 명'으로 대비된다.

KakaoTalk_20230517_185143510_02 (1)
순천만 국가정원의 동문 권역 전경. 사진=이희택 기자.
세종시는 순천시 사례를 뒤쫓는 모습이다. 순천은 천혜의 순천만 생태습지를 무기 삼아 2013년 국제정원박람회를 성공적으로 개최한 뒤 2015년 대한민국 1호 지방·국가정원 타이틀을 동시에 거머 쥐었다. 8년 뒤인 2023년에는 진일보한 국제정원박람회를 선보이며 정원 메카임을 만방에 과시했다. '선 박람회, 후 지방·국가정원 지정' 전략을 구사한 셈이다.

세종시도 이 점을 역설하고 있다. 다소간의 부족함과 재정적 어려움이 있더라도 기왕에 확보한 국비 77억 원과 중앙녹지공간의 잠재력을 바탕으로 순천과 같은 승부수를 던지자는 전략으로 이해된다. 건강한 닭을 데려와 황금알을 낳아보자는 역발상이다.

실제 잠재력은 순천 그 이상이다. 공간 구조는 △금강과 중앙공원 2단계(금개구리 보전)=순천의 습지와 동천 △국립세종수목원과 중앙공원 1단계=순천 박람회장의 동문과 서문 △호수공원=순천의 도심 권역으로 대비된다. 여기에 기네스북에 오른 정부세종청사 옥상정원(3.6km)에다 국립어린이·도시건축 박물관 등이 가세할 경우, 가공할만한 위력을 뽐낼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이다.

부지 면적 자체도 정부세종청사 옥상정원(7만 9494㎡)과 세종호수공원(69만 5000㎡), 중앙공원 1단계(체육시설과 수목, 잔디광장 52만 6000㎡) 및 2단계(현재 논과 금개구리 보전구역, 87만 5000㎡)까지 정원 관련 부지 규모만 282만 5194㎡에 달한다. 이는 순천만 국가정원(92만 6000㎡)과 순천만 습지(100만㎡)를 합한 194만㎡보다도 넓다.

중앙녹지공간과 연접한 국립박물관단지(19만 9000㎡)와 국회 세종의사당 예정지(63만 1000㎡)에다 전월산과 한국전통문화체험원, 광활한 금강 수변과 합강변까지 연결하면 면적은 365만 5194㎡ 플러스 알파에 달한다. 국토의 중앙에 위치한 접근성도 확보했고, 42개 중앙행정기관과 16개 국책연구기관, 산림청 및 한국수목원정원관리원 등의 참여와 지원을 유도해볼 수 있는 가능성도 열려 있다.

이처럼 울산과 순천 모델의 장·단점이 분명한 상황에서 세종시 미래는 달걀로 비춰지는 '울산시 모델'을 향하고 있다.

그렇다고 힘의 논리에서 앞선 민주당의 선택지가 절대 다수 시민의 바람인지는 좀 더 지켜볼 일이다. 안타까운 사실은 정치적 대타협을 이끌어낼 구심점도, 사회적 합의를 도출할 시스템도 없다는 데 있다. 플랜 B가 나올 가능성도 높지 않다.

세종시민들은 울산과 순천의 정치 구도를 내심 부러워할 것으로 보인다. 울산은 국힘 단체장과 같은 시의원 19명, 민주당 2명, 순천은 민주당 단체장과 같은 시의원 20명에 진보당 2명, 무소속 2명, 국힘 1명 구도다. 세종시는 국힘 단체장과 같은 시의원 7명, 민주당 13명으로 유일하게 여소야대다.

한편, 순천과 울산은 국내 1·2호인 순천만과 태화강 국가정원을 보유하고 있다. <계속>
세종=이희택 기자 press2006@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학대 마음 상처는 나았을까… 연명치료 아이 결국 무연고 장례
  2. 원금보장·고수익에 현혹…대전서도 투자리딩 사기 피해 잇달아 '주의'
  3. 김정겸 충남대 총장 "구성원 협의통해 글로컬 방향 제시… 통합은 긴 호흡으로 준비"
  4. [대전미술 아카이브] 1970년대 대전미술의 활동 '제22회 국전 대전 전시'
  5. 대통령실지역기자단, 홍철호 정무수석 ‘무례 발언’ 강력 비판
  1. 20년 새 달라진 교사들의 교직 인식… 스트레스 1위 '학생 위반행위, 학부모 항의·소란'
  2. [대전다문화] 헌혈을 하면 어떤 점이 좋을까?
  3. [사설] '출연연 정년 65세 연장법안' 처리돼야
  4. [대전다문화] 여러 나라의 전화 받을 때의 표현 알아보기
  5. [대전다문화] 달라서 좋아? 달라도 좋아!

헤드라인 뉴스


대전충남 행정통합 첫발… `지방선거 前 완료` 목표

대전충남 행정통합 첫발… '지방선거 前 완료' 목표

대전시와 충남도가 행정구역 통합을 향한 큰 발걸음을 내디뎠다. 이장우 대전시장과 김태흠 충남지사, 조원휘 대전시의회 의장, 홍성현 충남도의회 의장은 21일 옛 충남도청사에서 대전시와 충남도를 통합한 '통합 지방자치단체'출범 추진을 위한 공동 선언문에 서명했다. 대전시와 충남도는 수도권 일극 체제 극복, 지방소멸 방지를 위해 충청권 행정구역 통합 추진이 필요하다는 데에 공감대를 갖고 뜻을 모아왔으며, 이번 공동 선언을 통해 통합 논의를 본격화하기로 합의했다. 이날 공동 선언문을 통해 두 시·도는 통합 지방자치단체를 설치하기 위한 특별..

[대전 자영업은 처음이지?] 지역상권 분석 18. 대전 중구 선화동 버거집
[대전 자영업은 처음이지?] 지역상권 분석 18. 대전 중구 선화동 버거집

자영업으로 제2의 인생에 도전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정년퇴직을 앞두거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자신만의 가게를 차리는 소상공인의 길로 접어들기도 한다. 자영업은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나 메뉴 등을 주제로 해야 성공한다는 법칙이 있다. 무엇이든 한 가지에 몰두해 질리도록 파악하고 있어야 소비자에게 선택받기 때문이다. 자영업은 포화상태인 레드오션으로 불린다. 그러나 위치와 입지 등을 세밀하게 분석하고, 아이템을 선정하면 성공의 가능성은 충분하다. 이에 중도일보는 자영업 시작의 첫 단추를 올바르게 끼울 수 있도록 대전의 주요 상권..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충북은 청주권을 비롯해 각 지역별로 주민 숙원사업이 널려있다. 모두 시·군 예산으로 해결하기에 어려운 현안들이어서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한 사업들이다. 이런 가운데 국토균형발전에 대한 기대가 크다. 윤 정부의 임기 반환점을 돈 상황에서 충북에 어떤 변화가 있을 지도 관심사다. 윤석열 정부의 지난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충북지역 공약은 7대 공약 15대 정책과제 57개 세부과제다. 구체적으로 청주도심 통과 충청권 광역철도 건설, 중부권 동서횡단철도 구축,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구축 등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조..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 3·8민주의거 기념관 개관…민주주의 역사 잇는 배움터로 운영 3·8민주의거 기념관 개관…민주주의 역사 잇는 배움터로 운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