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하추동]"과연 이번 가을엔 단풍 들고, 낙엽은 지는 걸까?"

  • 오피니언
  • 춘하추동

[춘하추동]"과연 이번 가을엔 단풍 들고, 낙엽은 지는 걸까?"

김충일 북-칼럼니스트

  • 승인 2024-10-15 17:10
  • 신문게재 2024-10-16 18면
  • 임병안 기자임병안 기자
김충일 북칼럼니스트
김충일 북-칼럼니스트
정말 '여름의 개념을 다시 정리해야'할 정도로 혹독한 무더위를 견뎌낸 모든 분에게 안부를 묻고, 어깨를 토닥여주고 싶은 가을날이다. 지난여름의 주변 현실은 녹록치 않았다. 개인적으론 분명 앞 서재의 왼쪽 아래에 두었다고 믿었는데 찾지못해 온통 집안을 헤집고 뒤지다 아내와의 말다툼으로 끝난 일(결국 못 찾음), 의료 증원을 둘러싼 의정갈등 덕분(?)에 죽음에의 두려움이 배가된 노모의 더 깊어진 주름 골, '온 라인 출판시장의 확대란 시대적 흐름에 어쩔 수 없다는 논리'에 밀려 대전 문화 재산의 한 몫을 하던 향토서점 '계룡문고(내 삶의 윤활유이자 영혼의 샘터)'의 폐업, 공적의무나 사고의 기능은 존재하지 않고 단지 수사학의 기본을 잃어버린 천박한 언어로 국민을 만성 우울증에 빠뜨리는 정치 굿판의 작란(作亂) 등 이런 삶의 현장 속에 웅크리고 있는 무사유(無思惟)의 속내를 들여다보자.

"삶을 구성하는 힘은 현재에는 확신보다는 사실(事實)에 훨씬 더 가까이 있다. 한 번도, 그 어느 곳에서도 어떤 확신을 뒷받침한 적이 없었던 '사실' 말이다." 발터 벤야민은 『일방통행로』에서 이렇게 '확신'의 허구성을 폭로하고, 인간은 사실보다 확신을 선호하는 본성에 대갈못을 박고, 그 이음새에 기름칠을 한다. 고속도로를 역주행하다 잡힌 운전자의 혈중 알코올 농도는 면허 취소 수준이었다(사실). 이 사람은, 자기는 똑바로 가는데 다른 사람들이 거꾸로 가는 줄 알았다(확신)고 말했다. 역주행이 정말로 위험한 것은 거꾸로 가면서 바로 가고 있다고 믿는 것이다. 역주행 가능성을 아예 상정하지도 않고, 질문하지 않는 것이다. 도리어 신지무의(信之無疑)에 차서 바로 가고 있는 사람들을 잘못 가고 있다고 비난한다. 그 결과 확신에 의해 사실이 비틀어져, 사실은 부정당하고 왜곡되고 심지어 창작되기도 한다.

자기 소신을 밀어 붙이는 사람은 질문하거나 반성하지 않는 사람이다. 신념이 만들어 제공한 '사실'을 가지고 있다고 믿기 때문에, 구태여 다른 '사실'을 찾을 이유도 없고, 자기가 잘못 갈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지 않기에 반성이라는 옵션도 없다. 다른 '사실'을 찾으려 하지 않고 반성하지 않는 사람들은 오히려 바로 가는 많은 사람을 비난하거나 잘못 가고 있다고 더 심하게 힐난(詰難)한다. 게다가 자기 자신감을 가진 사람을 당당하게 만들거나 눈치를 보거나 우물쭈물 하지 않고 "내가 세계의 중심이다"라며 자기 충족적 예언에 몰두하게 만든다. 자신감이 자만심을 흡수해 자신을 의심하는 것은 자신감의 결여, 비굴함으로 치부되므로 해롭다고 여긴다. 그러니까 옳지 않은 일이기에 하지 말아야 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에게 이익이 되지 않기 때문에 하지 말아야 한다는 일종의 '처세의 갑옷'을 입고 자기 효용의 동굴에 갇히게 된다. 오직 맹목의 확신에 사로잡혀 자기 자신의 오류 가능성을 절대로 인정하지 않는다.

그러나 우리가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내가, 지금, 여기'에서 갖고 있는 신념이 어느 때 내 지식에 대한 한계를 인정하고 성찰의 공부와 점검의 노력이 부족했던 때일 수도 있고, 여건과 환경이 다르기에 이견(controversy)이 있음을 항상 염두에 두고, 이것을 찾아가는 과정을 소홀히 했던 때일 수도 있다는 인정이다. 즉, "확신에 대한 오류의 가능성"을 포함한 다양한 경우의 수를 상정하여 선험 된 시뮬레이션을 통해 이루어졌는지 의심하고 반성하는 일이다. 하여, 단풍과 낙엽의 이 가을에, 내 삶이 잘못 가고 있는지 의심할 여유를 찾고, 오직 확신에 사로잡혀 자신의 오류의 가능성을 인정하지 않던 마음의 밭에 한 그루의 생각나무를 심는 일은 소중한 사유 작업이다. 일상에서 겪는 소소한 일에서부터 나와는 무관한 듯하지만 필연적 관계의 끈을 내장하고 있는 일에 '마음 밭(思)'이란 렌즈를 통해 다시 들여다보자(re-spect). 그것이 함께 살아가는 다른 사람의 생각을 존중(respect)하는 '지금 마음(念)'을 사는 소중한 자세가 아닐까.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금강환경청, 자연 복원 현장서 생태체험 참여자 모집
  2. "방심하면 다쳐" 봄철부터 산악사고 증가… 대전서 5년간 구조건수만 829건
  3. [기고]대한민국 지방 혁신 '대전충남특별시'
  4. [썰] 군기 잡는 박정현 민주당 대전시당위원장?
  5. 기후정책 질의에 1명만 답…대전 4·2 보궐선거 후보 2명은 '무심'
  1. 보은지역 보도연맹 희생자 유족에 국가배상 판결 나와
  2. 안전성평가연구소 '국가독성과학연구소'로 새출발… 기관 정체성·비전 재정립
  3. 지명실 여사, 충남대에 3억원 장학금 기부 약속
  4. 재밌고 친근하게 대전교육 소식 알린다… 홍보지원단 '홍당무' 발대
  5. '선배 교사의 노하우 전수' 대전초등수석교사회 인턴교사 역량강화 연수

헤드라인 뉴스


충청 4·2 재·보궐 결전의 날… 아산·당진·대전유성 결과는?

충청 4·2 재·보궐 결전의 날… 아산·당진·대전유성 결과는?

12·3 비상계엄 이후 탄핵정국에서 펼쳐지는 첫 선거인 4·2 재·보궐 선거 날이 밝았다. 충청에선 충남 아산시장과 충남(당진2)·대전(유성2) 광역의원을 뽑아 '미니 지선'으로 불리는 가운데 탄핵정국 속 지역민들의 바닥민심이 어떻게 표출될지 관심을 모은다. 이번 재·보궐에는 충남 아산시장을 포함해 기초단체장 5명, 충남·대전 등 광역의원 8명, 기초의원 9명, 교육감(부산) 1명 등 23명을 선출한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을 놓고 여야 간 진영 대결이 극심해지면서 이번 재·보궐 선거전은 탄핵 이슈가 주를 이뤘다. 재·보궐을 앞..

‘전원일치 의견’이면 이유 요지 먼저 설명한 후 마지막에 ‘주문’
‘전원일치 의견’이면 이유 요지 먼저 설명한 후 마지막에 ‘주문’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결정과 관련, 헌법재판관들의 의견이 ‘전원일치’이면 이유의 요지를 먼저 설명한 후 마지막에 ‘주문’을 낭독한다. 헌법재판소의 실무지침서인 ‘헌법재판 실무제요’ 명시된 선고 절차다. 재판관들의 의견이 엇갈리면 주문 먼저 읽은 후에 다수와 소수 의견을 설명하는 게 관례지만, 선고 순서는 전적으로 재판부의 재량에 달려있어 바뀔 수 있다. 선고 기일을 4일로 지정하면서 평결 내용의 보안을 위해 선고 전날인 3일 오후 또는 선고 당일 최종 평결, 즉 주문을 확정할 가능성이 크다. 평결은 주심인 정형식 재판관이 의견을..

한국소호은행 컨소시엄 공식 첫 걸음…대전지역 금융 기반 기대
한국소호은행 컨소시엄 공식 첫 걸음…대전지역 금융 기반 기대

제4인터넷전문은행 설립을 추진하는 한국소호은행 컨소시엄(이하 소호은행)이 1일 기자회견을 열고 구체적인 청사진을 제시했다. 전국 최초의 소상공인 전문은행 역할을 지향하는 소호은행은 향후 대전에 본사를 둔 채 충청권 지방은행의 역할을 일부 수행하며 지역 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 소호은행은 이날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소상공인 맞춤형 금융서비스 계획을 발표했다. 컨소시엄을 이끄는 김동호 한국신용데이터(KCD) 대표는 "대한민국 사업장의 절반 이상이 소상공인, 대한민국 경제 활동 인구의 4분의 1이..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대전시의원 후보자 3인 ‘저를 뽑아주세요’ 대전시의원 후보자 3인 ‘저를 뽑아주세요’

  • 사랑의 재활용 나눔장터 ‘북적북적’ 사랑의 재활용 나눔장터 ‘북적북적’

  • 재·보궐선거 개표소 설치 재·보궐선거 개표소 설치

  • 3색의 봄 3색의 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