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승근 금융감독원 대전세종충남지원 지원장. |
첫째, 사적 채무조정제도를 도입해 개인 채무자의 선택권을 확대했다. 우리나라는 외환위기 이후 신용회복위원회와 법원에 의한 개인회생제도를 도입했다. 하지만 공적 기관에 의한 채무조정은 연체와 무관한 금융회사까지 모여 합의를 해야 하는 한계가 있었다. 이번 개인채무자보호법 시행으로 원금 3000만원 미만인 개인금융 채권을 연체 중인 채무자는 직접 금융회사에 특정 대출의 채무조정을 요청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일부 대출의 연체가 다른 대출의 부실로 이어지는 것을 차단할 수 있도록 했다.
둘째, 연체이자 관련 제도를 개선해 과도한 연체이자가 부과되는 것을 막았다. 지금까지는 대출 일부가 연체될 경우 금융회사는 기한의 이익을 상실시킨 후 상환기일이 도래하지 않은 원금에 대해서도 연체이자를 부과했으나, 개인채무자보호법에서는 상환기일이 도달한 금액에 대해 연체이자를 가산하도록 했다. 예를 들어 1년 만기, 매월 원금균등상환 조건으로 1200만원을 대출받고 2회차 원리금 상환을 연체했을 때, 지금까지는 상환기일 도래 여부와 관계없이 미상환한 원금 총액 1100만원에 대해 연체이자를 부과했지만, 앞으로는 상환기일이 도래한 100만원에 대해 연체이자를 부과하고 상환기일이 도래하지 않은 3회차 이후 원금 1000만원에 대해선 정상이자만 부과하도록 했다. 그리고 금융회사가 회수가 어렵다고 판단한 채권, 즉 상각채권을 양도할 때에는 장래이자채권을 면제한 후 양도하도록 함으로써 원금대비 연체이자가 과도하게 부과되는 상황을 방지했다.
셋째, 채권 양도에 대한 규제를 도입했다. 지금까지는 위에서 언급한 민원사례처럼 개인채무자 채권은 무제한 양도가 가능하고, 금융회사는 채권 양도 후 양수인의 부당행위에 대해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았다. 하지만 개인채무자보호법에서는 채무조정 절차가 끝나지 않은 채권 등 특정 채권의 양도를 금지하고, 3회 이상 채권의 양도를 제한하며, 금융회사가 채권양도 내부기준을 마련해 양수인의 전문성, 채무자 보호 역량 등을 평가하도록 의무화했다. 또 양수인이 양수하려는 채권을 담보로 자금을 조달하려는 경우 담보조달비율을 75% 이내로 제한함으로써 영세대부업자가 적은 자본으로 채권을 양수한 후 심한 독촉을 통해 원리금을 일부 회수하고 잔여 채권을 재매각하는 악순환의 고리를 단절시켰다.
마지막으로 채권추심에 대한 개인 채무자의 방어권을 도입했다. 추심 횟수를 7일 7회로 제한하는 채권추심 총량제, 영업시간에 전화해 업무를 방해하는 추심행위를 막기 위한 연락제한 요청권, 재난 상황이나 사고가 발생한 경우 일정 기간 추심을 미룰 수 있는 추심 유예제도를 도입함으로써 개인 채무자가 과도한 채권추심으로 인해 고통받지 않도록 방어권을 법으로 명문화했다.
현재 금융감독당국은 채무조정의 상생 문화 정착을 위한 개인 채무자보호법이 차질없이 시행될 수 있도록 준비상황을 점검하고 금융권과 함께 점검반을 운영하는 등 개인 채무자보호법이 금융현장에 안착 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이번 법 제정 시행을 계기로 채무자 스스로가 본인의 상황에 맞춰 법률에서 보장한 제도를 활용할 필요가 있으며, 채무자와 채권자가 상호존중과 협의를 통해 채무자의 재기를 지원해 채권의 회수가치를 높임으로써 서로가 승자가 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 안승근 금융감독원 대전세종충남지원 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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