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 기고] 대전·충청의 '한강'을 기다리며-첫 노벨 문학상을 맞는 감회

  • 오피니언
  • 여론광장

[특별 기고] 대전·충청의 '한강'을 기다리며-첫 노벨 문학상을 맞는 감회

조성남/대전문학관장

  • 승인 2024-10-13 10:11
  • 수정 2024-10-13 14:57
  • 신문게재 2024-10-14 3면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KakaoTalk_20241012_102320283
조성남/대전문학관장
해마다 노벨상의 계절이 오면 언론의 단골 이슈가 '우리는 언제 노벨문학상을 받을 수 있을 것인가'였다. 얼마 전까지 이 논의가 나올 때마다 한국문학이 과연 노벨상을 받을 수 있을 만큼 세계적 수준에 이르고 있느냐의 논쟁이 일어나곤 했고, 그런 속에서도 우리나라의 문인 몇 명이 노벨문학상 후보로 거론된다는 뉴스가 흘러나왔다. 올해 역시 비슷한 뉴스가 나오려니 했는데 10일 저녁 8시 소설가 한강(53)이 우리나라 작가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는 놀라운 소식이 전해졌다. 문인들은 물론이고 우리나라 국민 대부분이 한국 문학사의 새로운 장이 열렸다고 밤새 축하와 기쁨을 함께 했다.

많은 국민들이 말했듯이 우리가 그토록 고대하던 첫 노벨문학상 수상자가 나온 것은 여러 면에서 우리나라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하겠다. 첫째는 그동안 다른 나라에 비해 저평가되었던 한국문학이 본격적으로 국제적인 인정을 받았다는 점이다. 역사적으로 우리나라는 조선 시대 500년간 숱한 선비들이 문집을 남겼고, 근·현대기 100여 년의 온갖 풍상 속에서도 이를 재료로 한 신문학의 고된 작업을 마다하지 않은 많은 문인들이 있었음을 기억하고 있다. 이런 생각이 자화자찬일 수도 있겠으나, 우리보다 외국 평자(評者)들의 지적이고 보면 오늘의 노벨문학상은 이러한 오랜 문학적 전통이 한강 작가를 통해 이루어졌다면 지나친 해석일까.

또 하나는 세상의 모든 상이 그러하듯 노벨상의 평가척도 또한 한나라의 국력이라든지 하는 외부적인 요인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이다. 주지하다시피 한국의 경제적 수준은 세계 10위에 오를 만큼 이미 세계가 부러워하는 상황이며 K-pop을 비롯한 한류가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고, 한글을 배우려는 열기 또한 전세계에서 일고 있다. 우리가 알지 못하는 사이 한국은 이제 세계가 부러워하는 국가가 되었고, 전 세계를 휘감고 있는 한류와 한글이 노벨상에 영향을 끼쳤다고 해서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이번 노벨위원회의 수상 소식 발표도 한글로 표기했다)

이런 분석보다 더 중요한 것은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으로 우리의 꿈많은 문학소녀, 소년이 더 많아질 가능성이라고 생각한다. 갈수록 독서율이 떨어지는 현실 속에서 스마트폰을 통한 SNS로 '깊이 읽기'와 '생각과 상상력'이 점점 고갈되는 세태를 접하게 된다. 이에 따라 문학 인구 또한 격감하는 게 요즘의 현실임을 부인하기 힘들다. 이런 흐름 속에서 한강 작가의 수상 소식은 문학 인구의 저변확대에 하나의 계기가 아닐 수 없으며 이는 곧 우리의 문화 수준이 그만큼 높아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것은 문학이 모든 문화예술의 기초이기 때문이며 문학의 진흥은 자연스럽게 문화발전의 동력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쯤에서 눈을 우리 대전지역으로 돌려보자. 오늘날 대전에는 크고 작은 많은 문학단체가 있으며 여기에서 활동하고 있는 문인 수는 2000여 명에 달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이들 문학단체에 가입하지 않고 문학 활동을 하는, 또는 예비문인들 역시 적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대전은 조선 시대 기호유학의 중심지로 숱한 선비와 문사들을 배출한 역사적 뿌리가 있고, 도시로서의 역사가 100여 년에 불과한 도시지만 해방 전후부터 신문학의 적지 않은 역사를 지녀왔다. 따라서 이번 노벨문학상을 계기로 이제 대전문학도 '세계 속의 대전 문학'으로 성큼 나가야 한다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한국문학이 '세계 속의 한국문학'으로 평가받게 된다면 대전문학도 그 대열에 끼일 수 있도록 문학적 역량을 배양해 나가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정책당국의 지원과 시민의 관심 그리고 무엇보다 문인들의 그치지 않는 창작열이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고 본다. 다른 예술 분야도 마찬가지지만, 문학은 결국 고독한 작업이며 자신과의 끝없는 대결로 이루어지는 '고통의 산물'이다. 이런 창작의 산물인 문학이 시민들로부터 호응을 얻어 독자가 많아지고, 동시에 그런 문인들을 배출할 수 있는 풍토를 마련해주는 것은 정책당국의 몫이다. 전국의 많은 지자체가 '상주 작가 지원제도'를 펼치고 있는 건 이런 맥락이라고 하겠다. 대전도 차제에 작가가 글쓰기에 전념할 수 있도록 더 많은 창작의 공간을 마련해 주었으면 한다.

대전은 지금 새로운 문예 부흥을 꿈꾸고 있고, 문화도시로 가기 위한 다양한 정책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런 흐름 속에서 한강과 같은 노벨상 후보 작가를 배출할 수 있다면 대전의 문화적 위상은 그만큼 높아질 수 있을 것이다. 그런 날이 오기를 목 놓아 고대해 본다.

조성남/대전문학관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기고]대한민국 지방 혁신 '대전충남특별시'
  2. 금강환경청, 자연 복원 현장서 생태체험 참여자 모집
  3. "방심하면 다쳐" 봄철부터 산악사고 증가… 대전서 5년간 구조건수만 829건
  4. [썰] 군기 잡는 박정현 민주당 대전시당위원장?
  5. 기후정책 질의에 1명만 답…대전 4·2 보궐선거 후보 2명은 '무심'
  1. 보은지역 보도연맹 희생자 유족에 국가배상 판결 나와
  2. 안전성평가연구소 '국가독성과학연구소'로 새출발… 기관 정체성·비전 재정립
  3. 지명실 여사, 충남대에 3억원 장학금 기부 약속
  4. 재밌고 친근하게 대전교육 소식 알린다… 홍보지원단 '홍당무' 발대
  5. '선배 교사의 노하우 전수' 대전초등수석교사회 인턴교사 역량강화 연수

헤드라인 뉴스


충청 4·2 재·보궐 결전의 날… 아산·당진·대전유성 결과는?

충청 4·2 재·보궐 결전의 날… 아산·당진·대전유성 결과는?

12·3 비상계엄 이후 탄핵정국에서 펼쳐지는 첫 선거인 4·2 재·보궐 선거 날이 밝았다. 충청에선 충남 아산시장과 충남(당진2)·대전(유성2) 광역의원을 뽑아 '미니 지선'으로 불리는 가운데 탄핵정국 속 지역민들의 바닥민심이 어떻게 표출될지 관심을 모은다. 이번 재·보궐에는 충남 아산시장을 포함해 기초단체장 5명, 충남·대전 등 광역의원 8명, 기초의원 9명, 교육감(부산) 1명 등 23명을 선출한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을 놓고 여야 간 진영 대결이 극심해지면서 이번 재·보궐 선거전은 탄핵 이슈가 주를 이뤘다. 재·보궐을 앞..

‘전원일치 의견’이면 이유 요지 먼저 설명한 후 마지막에 ‘주문’
‘전원일치 의견’이면 이유 요지 먼저 설명한 후 마지막에 ‘주문’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결정과 관련, 헌법재판관들의 의견이 ‘전원일치’이면 이유의 요지를 먼저 설명한 후 마지막에 ‘주문’을 낭독한다. 헌법재판소의 실무지침서인 ‘헌법재판 실무제요’ 명시된 선고 절차다. 재판관들의 의견이 엇갈리면 주문 먼저 읽은 후에 다수와 소수 의견을 설명하는 게 관례지만, 선고 순서는 전적으로 재판부의 재량에 달려있어 바뀔 수 있다. 선고 기일을 4일로 지정하면서 평결 내용의 보안을 위해 선고 전날인 3일 오후 또는 선고 당일 최종 평결, 즉 주문을 확정할 가능성이 크다. 평결은 주심인 정형식 재판관이 의견을..

한국소호은행 컨소시엄 공식 첫 걸음…대전지역 금융 기반 기대
한국소호은행 컨소시엄 공식 첫 걸음…대전지역 금융 기반 기대

제4인터넷전문은행 설립을 추진하는 한국소호은행 컨소시엄(이하 소호은행)이 1일 기자회견을 열고 구체적인 청사진을 제시했다. 전국 최초의 소상공인 전문은행 역할을 지향하는 소호은행은 향후 대전에 본사를 둔 채 충청권 지방은행의 역할을 일부 수행하며 지역 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 소호은행은 이날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소상공인 맞춤형 금융서비스 계획을 발표했다. 컨소시엄을 이끄는 김동호 한국신용데이터(KCD) 대표는 "대한민국 사업장의 절반 이상이 소상공인, 대한민국 경제 활동 인구의 4분의 1이..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대전시의원 후보자 3인 ‘저를 뽑아주세요’ 대전시의원 후보자 3인 ‘저를 뽑아주세요’

  • 사랑의 재활용 나눔장터 ‘북적북적’ 사랑의 재활용 나눔장터 ‘북적북적’

  • 재·보궐선거 개표소 설치 재·보궐선거 개표소 설치

  • 3색의 봄 3색의 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