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 대형로펌에 '묻지마 법률자문'…3년간 51억 지출

임호선 의원 "농민 출자금 낭비" 지적, 수협보다 3.8배 높은 자문료
법률고문 선정 과정 불투명…"셀프 몰아주기" 의혹 제기

농협이 명확한 규정 없이 막대한 법률자문 비용을 국내 대형로펌에 집중적으로 지불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11일 임호선(증평·진천·음성,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사진) 의원이 농협중앙회로부터 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농협은 2021년부터 2024년 8월까지 총 84억 원의 법률자문 비용을 사용했으며, 이 중 51억 원 이상이 국내 대형로펌에 지불된 것으로 나타났다.

법률자문 의뢰 내역을 살펴보면 농협은 단순한 법률 해석에도 대형로펌을 찾아 수억 원씩 지급한 것으로 밝혀졌다.

2021년부터 태평양에 14억 4500만 원, 김앤장에 11억 1700만 원, 세종에 10억 1100만 원, 율촌에 9억 9700만 원, 광장에 5억 4000만 원 등 총 51억 원 이상을 법률자문 비용으로 지불했다.

농협의 법률자문 비용 지출은 다른 기관에 비해 상당히 높은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년간 농협은 115건의 법률자문을 의뢰해 건당 평균 360만 원을 사용했다.

이는 수협이 195건에 대해 약 1억 8300만 원을 지출해 건당 평균 약 93만 원을 사용한 것과 비교하면 3.8배 높은 수준이다.

수협의 경우 사안의 경중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로펌 규모에 따라 법률자문 비용 한도가 정해져 있다.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농협이 법률자문에 대한 명확한 규정을 마련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외부 법률자문 및 법률자문 용역계약 시 법률고문을 통해 로펌과 자문 비용 등을 조정하고 있지만, 법률고문 임명 과정이 내부 추천을 통한 비공개 모집으로 이뤄지고 있으며 명확한 비용과 로펌 계약 규정이 없는 상태다.

농협의 법률고문 명단에는 태평양, 세종, 율촌 등 대형로펌이 포함돼 있어 '셀프 몰아주기' 의혹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반면, 한국농어촌공사는 법률고문을 공개경쟁 방식으로 선정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대조를 이룬다.

임호선 의원은 "농협이 주먹구구식으로 자문을 대가로 대형로펌에 과도한 비용을 지불한다는 비난을 받을 수 있다"며 "농민들의 피땀 흘린 출자금으로 운영되는 농협 재정을 집행하는 데 투명한 절차와 명확한 지급 기준을 마련해 무분별한 법률자문 계약을 바로잡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음성=홍주표 기자 32188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