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필 교장 |
올해 3월 1일 자로 정산중학교 교장으로 부임했다. 2020년에 장평중학교와 청남중학교가 정산중학교로 통합된 학교로 140여명의 학생들이 생활하고 있다.
학교 교장실은 3개의 출입문이 있다. 복도에서 들어가는 출입문, 행정실과 연결된 문, 운동장으로 나갈 수 있는 문이다. 운동장 쪽의 문을 열면 운동장과 학교 밖의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비가 오는 날이면 문을 열고 화분을 밖에 내어 비를 맞게 하기도 한다.
올해에는 유난히 비가 많이 왔다. 폭우가 쏟아질 때면 문 밖의 비를 보면서 2000년도에 정산고등학교에서 2학년 3반 담임을 했던 시절이 종종 머리를 스쳐 지나간다. 2월 말에 담임을 맡게 된 학생 모두에게 1년간 잘 지내자고 전화했고 매월 한 번씩 초코파이로 생일파티를 했다. 생일 선물은 남학생은 오토바이 모형, 여학생은 학용품이었다.
7월 말 방학을 앞두고 반 아이들이 여행을 가자고 했다. 모든 야영 준비, 버스 임차 등은 모두 자기들이 할 테니 나는 몸만 오라는 것이었다. 그 당시 나는 충남예술고등학교에 초빙교사로 가기 위한 서류 준비 등으로 매우 바빠서 가고 싶지 않았지만, 어쩔 수 없이 수련 활동 계획서를 만들어 교장 선생님께 허락받고 방학식이 끝나자마자 청양의 까치네로 출발했다.
물놀이도 하고 장기자랑, 캠프파이어 등 야영의 구색은 모두 갖췄다. 반 학생들은 성적이 우수하지 못했지만 정말 착했다. 성적, 외모 등과 상관없이 모두 함께 어울렸다. 모든 행사를 끝내고 잠을 자려는데 갑자기 경찰차가 왔다. 집중호우가 예상되니 대피하라는 것이었다. 급하게 화물차가 있는 학부모님들에게 전화해 3대의 화물차 짐칸에 나누어 타고 학교로 향했다. 학교에 도착하자마자 장대비가 쏟아졌다. 학교 현관에서 학부모님이 보내주신 메기매운탕을 끓여 먹고 한동안 떠들다가 늦은 시간에 교실에서 잠을 잤다. 다음 날도 계속해서 비가 왔고 우리 아이들은 결국 비를 맞고 귀가했다. 그때 반 아이들과의 1박 2일은 평생의 추억이 됐다.
제자를 만난다는 것은 큰 행복이다. 머리를 깎기 위해 미용실에 가는 날은 행복하다. 제자가 부인과 함께 직원이 20명이 넘는 미용실을 운영하고 있다. 아마 지역에서 가장 큰 미용실일 것이다. 미용실에는 가끔 제자들이 찾아와서 학창 시절 얘기도 하고 다른 제자들의 근황을 말하기도 한다. 지난 3월에는 2학년 3반 반장이었던 제자가 교장실을 찾아왔고 정산에 거주하는 제자들이 가끔 찾아온다. 현재 학교에 학부모도 여럿 있다. 청양에서 담임교사로 근무할 때 학생들이 성적이 우수하지 않아 장래를 걱정했었다. 그러나 모두 자리를 잡고 잘 지내고 있다. 항상 착하고 성실하게 살아온 결과다.
순수함과 열정으로 보낸 젊은 시절을 함께한 제자들의 자녀가 이제는 우리 학교에서 함께 생활하고 있다. 아이들의 밝은 모습은 나를 행복하게 한다. 우리 학교는 기숙사가 있는 공립 중학교로 다양한 교육활동을 펼치고 있다. 교과와 연계한 창의·융합형 교육과정, 인공지능 연계 스마트 교육을 하고 있으며 인문학적 감수성을 신장시키기 위해 1인 1악기 오케스트라, 지역작가 초청 인문학 프로그램, 무용단 초청 공연 등을 운영하고 있다. 그리고 생존 수영캠프, 숙박형 영어캠프, 도시문화 체험캠프, 인공지능 체험캠프, 유네스코 학교도 운영하고 있다. 내년에는 더 좋은 프로그램을 운영해 아이들이 많은 경험을 하도록 할 계획이다.
우리 학생들이 행복하기를 늘 소망한다. 담임교사로 제자들과 만든 행복했던 추억을 이제는 교장으로 그 자녀들과 함께 만들어 가겠다고 늘 다짐한다. 함께 하는 하루하루가 의미가 있고 미래에도 행복할 수 있도록./정산중학교 임종필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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