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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홍 IBS 중이온가속기연구소 기획관리부장 |
한글은 자음과 모음의 조합으로 구성되는 과학적인 글자다. 자음은 사람의 발음 기관을 본떠서 만들었고, 모음은 하늘(·)과 땅(ㅡ)과 사람(ㅣ)이 담겨 있다. 훈민정음 해례본에서 "천지자연의 소리가 있으면 천지자연의 문자가 있다"는 선언으로 천문 원리를 드러냈다. 우주 천문의 이치를 관찰하고 과학적으로 정확히 분석하여 조잘대는 아이들의 말소리부터 스쳐가는 바람 소리까지 표기가 가능한 한글은 추상적인 우주관을 글꼴에 표현해 문자가 우주를 이루는 원리를 담았다고 할 수 있다.
과학적인 문자인 한글은 자음과 모음이 더해지는 방식으로 결합돼 질서 정연한 음절표를 갖는다. 한글은 최소 기호(자음, 모음)의 조합으로 단어를 만들고, 단어들을 결합하여 문장으로 확장하여 우리의 생각을 충분히 표현하고, 더 나아가 우주의 소리도 담을 수 있다. 한글 문자의 최소 원리는 마치 원자가 모여 분자가 되고, 분자가 모여 다양한 물질을 만들어내는 자연의 원리와 같다고 할 수 있다. 한글 문자의 최소 원리는 컴퓨터와 스마트폰에서 빠른 속도의 키보드 입력방식에 적합하여, 업무처리를 신속하면서도 빠르고 정교하게 처리할 수 있어 매우 효율적이다.
우주를 구성하는 원소들은 양성자와 중성자가 더해지는 방식으로 질서정연하게 배열된다. 자연을 구성하는 다양한 원소들을 규칙적으로 배열해 한 눈으로 알아볼 수 있게 한 주기율표는 한글을 구성하는 음절표와 유사하다. 우주의 원소를 담은 주기율표는 아직도 계속 진화하는 중이다. 1913년부터 양성자 수로 원소를 배열하고 주기율표에 채웠다. 1917년 프로트악티늄(91번), 1923년 하프늄(72번), 1925년 레늄(75번), 1937년 테크네튬(43번), 1939년 프랑슘(87번), 1940년 아스타틴(85번), 1945년 프로메튬(61번)의 일곱 원소가 발견되어 94개로 이루어진 주기율표가 완성되었다. 그 후로 화학자들은 새로운 원소를 찾고 이름을 부여하기 위한 경쟁이 심화됐고 가속기 개발이 필요했다. 아시아 최초로 2015년 일본 이화학연구소의 중이온가속기를 활용하여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113번 원소를 '니호늄'으로 공식 인정하여 현재는 총 118개의 원소로 주기율표가 이루어졌지만 앞으로 얼마나 더 확장될지는 미지수다. 우리나라도 세계 7번째로 구축된 라온 가속기에서 중이온을 가속할 수 있게 되어 '코리아늄' 발견이 기대된다고 한다.
우리 주변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우주의 아름다움-식물, 별, 동물, 바위, 공기, 물 등 우리가 관찰하는 모든 것들, 원소로부터 시작한 질서 정연함을 들여다보면, 창조의 경이로움이 느껴진다. 그 대상을 가리키는 언어가 있고 경이로움을 표현하고 기록으로 남길 수 있는 한글이 있어서 우리는 더 경이롭게 느낄 것이다. 언어와 문자가 없다면 우리가 그 아름다움을 어떻게 표현하고 확장할 수 있겠는가?
그런데 정작 우리는 우리말과 한글이 지닌 위대함과 편리함을 모른 체하고 있지는 않는가? 말하고 듣고 쓰는 언어생활을 윤택하게 해줌은 물론이요, 생각하고 사유하며 삶을 배워가는 데 더없이 필요한 우리말 '한글'을 가볍게 여기고 있지는 않는지 생각해 보자. 우리말과 한글을 깊이 들여다보고 소중함과 아름다움을 느껴보고 감사하자.
김재홍 IBS 중이온가속기연구소 기획관리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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