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홍철 칼럼] 89. 지방 대학의 위기와 대학 통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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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홍철 칼럼] 89. 지방 대학의 위기와 대학 통합

염홍철 국립한밭대 명예총장

  • 승인 2024-10-10 12:00
  • 현옥란 기자현옥란 기자
염홍철
염홍철 국립한밭대 명예총장
현재 우리나라의 지방 대학은 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그것은 여러 요인이 있겠으나, 지방 대학은 진학 인구의 감소와 수도권 소재 대학 선호로 신입생을 충원하기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 가장 큰 이유입니다. 작년, 지방 대학의 수시 전형에서 5명 중 1명을 못 채우고, 90%를 충원하지 못한 대학도 있다는 보도가 있습니다.(메트로신문 2024년 1월 4일자 참조) 그런데 2039년에는 전국 평균 50%의 미충원율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는데, 그것은 2019년의 신생아는 30만 정도로 추산하나, 대학 정원은 약 50만 명이기 때문입니다. 이미 2020년부터 고교 졸업자 수보다 대학 정원 수가 많기 때문에 통계적으로는 대학에 진학을 못하는 고교 졸업생이 없을 정도입니다.

이와 같은 배경에서 대학 통합의 필요성이 논의되기 시작하였고, 교육부에서는 작년에 '대학과 지역 동반성장 지원 방안'을 발표하면서 선정의 유인책으로 대학 통합을 권고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2025년부터 라이즈(Regional Innovation System & Education) 사업에 2조 원을 투입하고, 2026년까지 30개 대학에 각각 1000억 원을 지원하는 '글로컬 대학 30' 프로젝트도 추진 중에 있습니다. 물론 수혜 대학을 선정할 때 대학 통합이 전제 조건은 아니지만, 평가에 상당한 인센티브를 주는 것이 사실이기 때문에 많은 대학에서 '글로컬 대학 30' 프로젝트를 지원하면서 통합을 연계하고 있지요.

그러나 대학 통합 논의는 이러한 상황뿐만 아니라 학생과 교수들에게도 많은 효율성을 높여줄 수 있습니다. 대학 간 통합은 학생들에게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과 전공 선택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교육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고, 교수들에게는 더 많은 연구 지원과 인력을 확보할 수 있으며, 연구 역량을 강화하고 경쟁력을 높일 수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통합된 대학은 지역사회와의 협력 강화를 통해서 지역 발전에 기여할 수 있고 지역의 인재 양성 및 연구 개발을 통해 지역 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대전의 경우, 충남대와 한밭대, 두 국립대학이 통합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이러한 움직임을 지켜보면서 아쉬운 점이 많이 있습니다. 첫째는 이러한 통합 논의가 민주적 절차에 의해서 수행되지 않고 있는 점입니다. 윌리엄 엘리엇 하버드대 명예총장은 "대학은 뼛속 깊이 민주적 봉사 정신으로 가득 차야 하고, 지역사회에 대한 민주적 봉사 열의가 교수 학생을 움직이는 동력이 되어야 한다"고 지적하였는데, 우리 지역 대학의 통합 과정에서 경청해야 할 대목입니다. 여기에는 두 가지 착안 사항이 있는데, 하나는 대학에서의 민주적 가치 존중, 또 하나는 지역사회에 대한 봉사 열의입니다. 이번 통합 논의 과정에서는 구성원들의 민주적 토론의 과정을 생략하거나 형식적 절차로 진행하였고, 대부분은 총장이나 보직 교수들의 결정이, 그들에게 부여된 재량권의 범위를 넘는 일이 많았습니다. 특히 통합된 대학이 지역 발전에 어떤 역할을 하고 대학과 지역의 동반성장에 대한 청사진을 제시하지 않거나 못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논의 과정에서도 통합의 중요한 목표인 학생들에 대한 교육의 질을 높이는 문제나 교수들의 연구 역량 강화에 대한 논의보다는 상대적으로 중요성이 덜한 학과 통폐합이나 캠퍼스 재배치 등을 우선적으로 논의하고 있는 것입니다.

대기업에서 오래 근무하다가 대학에 오신 어느 교수님으로부터 "우리나라에서 가장 혁신이 어려운 곳이 대학이다"라는 말을 들으면서 상당 부분 공감하였는데, 이것이 대학 통합 논의에서도 그대로 적용되는 것 같아 씁쓸합니다.

염홍철 국립한밭대 명예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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