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출처=게티이미지뱅크 (기사 내용과 무관) |
최근 전세보증금 피해를 입은 대전 거주민 A(37)씨는 정부에서 전세사기 피해자로 인정받았지만, 수사기관에서는 사기 피해자로 보지 않는 당혹스러운 사연을 전했다.
A씨는 2020년 총 8세대가 사는 유성구 원신흥동 다세대주택 임대차 계약을 맺었다. 2년 거주 후 계약 종료시점인 2022년 전세 보증금 피해 사실을 알았다. 임대인은 보증금을 돌려줄 수 없을 것 같다며 A씨를 포함한 피해 임차인들의 연락을 피하기 시작했다.
알고 보니 임대인이 전세보증 깡통매물 사건에 연루돼 있었던 것. 다른 부동산 투자 과정에서 깡통전세 건물을 매입해 막대한 손해를 입었고 A씨가 사는 다세대주택 세입자 보증금까지 돌려주지 못할 형편이 됐다는 것이다. 해당 다세대주택 건물은 캐피탈사에서 가압류까지 건 상태였다.
A씨의 보증금 피해 금액은 1억 6000만 원. 가족들과 새 보금자리를 마련하기 위한 목돈이기도 했다. 그는 피해 지원을 받기 위해 국토교통부에 피해자 결정 신청을 했다. 피해 조사와 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 2023년 12월 '전세사기 피해자'로 인정돼 결정문을 받았다. 전세사기 피해자 결정 기준인 ▲확정일자를 받은 경우 또는 임차권 등기를 마친 경우 ▲임대보증금이 3억 원 이하인 경우 ▲다수의 임차인에게 임대차보증금반환채권의 변제를 받지 못하는 피해가 발생했거나, 발생할 것이 예상되는 경우 ▲임대인의 기망, 임대인이 임차보증금 반환채무를 이행하지 아니할 의도가 있었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 등 4가지 조건을 모두 충족했다.
하지만, 경찰의 판단은 달랐다. 임대인이 2년 가까이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자 A씨는 올해 2월 유성경찰서에 사기 혐의로 임대인을 형사 고소했지만, 경찰은 혐의 없음으로 불송치 했다.
사유는 증거불충분이었다. 당시 경찰이 A씨에 밝힌 이유는 조사 결과, A씨와의 임대차 계약 후 임대인의 사후적인 사정 변경에 의한 것으로 사기라고 단정하기에는 증거가 부족하다고 봤다. 선순위 보증금 역시 허위고지라고 보기엔 A씨가 고지받은 내용과 실제 현황의 유의미한 차이는 없었다는 것이다.
해당 고소 건에 대해 묻자 유성서 관계자는 "증거불충분으로 불송치한 것"이라고만 언급했다.
A씨는 고소도 하지 못하고, 2년 넘게 기약 없이 보증금을 돌려받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임대인과 연락이 닿지 않아 피해 주택 역시 언제 경매로 넘어갈 지 모르는 상황이다. 9월 말 A씨를 포함한 피해 세입자들은 항의를 하기 위해 임대인의 집과 그가 다니는 종교단체를 찾았다가 임대인으로부터 역으로 고소를 당한 상태다. A씨를 포함한 해당 다세대주택 피해 세입자들의 피해 보증금액은 10억여 원에 달한다.
A씨는 "집주인은 지금까지도 돈이 없다며 자꾸 연락을 피하지만, 사이비 종교에 수 많은 돈을 쓸 정도로 형편이 어렵지 않음을 파악했다"며 "정부에서는 피해자로 인정이 됐지만, 경찰 측에서는 고소 건에 대해 불송치 해 허탈감이 큰 상태"라고 토로했다.
정바름 기자 niya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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