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복섭 교수 |
2000년대 이후 시대가 변함에 따라 산업대학이라는 굴레 때문에 더 나은 발전을 도모하기가 쉽지 않다고 판단해 2012년에는 산업대 중 제일 먼저 일반대학으로 전환했다. 교육과 함께 연구여건도 갖추어져야 교육의 질이 더 향상되고 학생들의 진로 가능성도 넓어진다는 차원에서 시도한 큰 도전이었다. 야간정원을 감축하지 않으면서 오롯이 주간으로 전환했고, ACE사업을 비롯해 대부분 정부지원사업을 성공적으로 유치했다. 그리하여 교육부로부터 모범적인 대학으로 평가받으며 장관까지 방문하는 대학이 되었다. 졸업생 취업률은 최우수 수준이었고 몇몇 학과는 입시성적이 인근 거점국립대학보다 높기도 했다.
시간이 흘러 변화가 생겼다. 석권하던 정부 지원사업에서 탈락하는 일이 발생했고 최고를 자랑하던 취업률도 떨어졌다. 무엇이 문제였을까? 보는 관점에 따라 이유야 여럿일 수 있겠지만 결국은 리더쉽 문제로 귀결된다고 아니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임기 말기에 당시 총장은 결과가 이리된 것이 한밭대학교가 규모가 작아서라는 황당한 주장을 폈다. 신임교수라는 특권으로 학교의 지원을 받아 논문을 쓰고 그 실적으로 다른 대학으로 이전하는 교수에 대해서도 역량 있는 분을 인큐베이팅해서 더 나은 곳으로 보내드리는 것이 영광이라고도 했다. 급기야는 입학자원이 현격히 줄어드는 미래를 대비해 본인이 욕을 먹더라도 인근 거점국립대와 통합을 성공시켜 젊은 교수들의 안정적인 환경을 만들어 주겠다고도 했다. 아전인수격 주장이었지만 총장을 신뢰하며 젊은 교수들은 점점 이를 믿어가기 시작했다. 중견 교수들은 능력 부족을 인정하지 않고 엉뚱한 방향으로 관심을 돌리는 총장을 탓하면서도 미래를 보장할 수 없는 상황에서 젊은 교수들의 앞길을 막았다는 비난은 듣기 싫다며 말을 삼갔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후임 총장선거가 시행되었다. 후보 간 대학을 이끌 비전을 경쟁하는 장이 아니라 곧 거점국립대 교수가 될 수 있다는 선거공학적 구도가 모든 이슈를 삼켜버렸다. 전임 총장 임기 시 기획처장으로 일하며 누구보다 성공적인 통합을 실현할 적임이라 역설한 후보가 젊은 교수들의 압도적인 표를 얻어 총장에 당선될 수 있었다. 그러나, 약속됐던 두 국립대학의 통합은 글로컬사업에서 2년 연속 고배를 마시며 일단락되었다. 양 대학은 충분한 내부 합의를 끌어내지 못한 채 동상이몽인 상태로 추진되었음이 드러났으며, 결과에 대해 상대방을 탓하는 엉뚱하고 어리숙한 민낯만을 보여줬다.
여기서 주지할 사실은 10년 전과 비교해 근본적인 대학의 상황이 크게 달라진 게 없다는 것이다. 한밭대는 100년의 역사를 바라보며 단단한 콘텐츠를 기반으로 강소대학의 면모를 유지하고 있고, 여전히 열심히 가르치고 배우는 교수와 학생이 있기 때문이다. 결국, 리더의 잘못된 판단과 방향설정이 조직의 근간을 흔드는 현 사태를 초래한 것이다. '로마제국 쇠망사'로 유명한 에드워드 기번은 천년 제국 로마가 오현제시대 이후 쇠망한 이유로 지도자의 자질 저하를 꼽고 있다.
민주사회에서 선거로 리더를 뽑는 이유는 경직된 시스템을 타파하고 혁신적인 변화를 새로운 리더에게 기대하기 때문이다. 이제 한밭대학교는 냉철함을 되찾고 강점을 살려 재도약해야 한다. 리더는 새로운 비전과 전략을 제시하고, 구성원이 마음껏 역량을 발휘하며 열정적으로 발전에 매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 선거에서 이기는 일은 목적을 달성한 끝이 아니라 새로운 대장정을 시작하는 출발점에 서는 것이며 준엄한 역사와 마주하는 것이다.
/송복섭 한밭대학교 건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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