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대전여자고등학교가 개교 40주년을 맞았다. 1984년 서붕 박병배 선생이 여성의 사회참여 시대를 예상하며 여학교를 신설했다. 그간 1만3600명이 이 학교를 졸업했다. 사진은 서대전여고 상징 깃발과 태극기. |
10월 2일 찾은 서대전여고는 넓은 운동장과 청량감을 주는 소나무숲 그리고 양지바른 곳에 세워진 교실까지 한눈에 들어왔다. 학교는 맑은 공기를 내어주는 허파라고 불리는 월평공원 도솔산을 배경으로 자리 잡아 정서적 안정감이 전해졌다. 서대전여고는 1984년 대전 서구 도마동 지금의 부지에 개교해 여학생 6학급 354명이 입학한 것을 시작으로 지난 40년간 1만3600명의 졸업생을 배출했다. 당시 도마동과 변동, 갈마동, 내동 등 대전의 서쪽 생활권에서 여성이 다닐 수 있는 유일한 여자고등학교였다. 주변에 초등학교 8곳과 중학교 4곳 그리고 남자고등학교 1곳뿐으로 여학생들은 대흥동 시내까지 통학하는 상황이었다. 다섯 차례 국회의원을 역임한 서붕 박병배 선생은 정계를 떠나 대전 고향으로 돌아와 가장 먼저 한 육영사업 일환으로 학교법인 장훈학원 서대전여고를 신설했다. 선대 때부터 운영하던 장훈학원 서울 장훈고가 있었지만, 고향의 교육환경 개선과 국가유지론에 입각한 여성의 사회참여 확대라는 철학을 실천하기 위해 과감히 대전으로 발길을 돌린 것이다.
재단법인 서붕 박병배 선생 기념 장학사업회 박우숙 이사장은 "서붕 선생의 지론은 40년 전 이미 여성이 평등하게 교육받아 사회에 진출하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는 철학이 있었고, 남자고등학교나 대학을 세우라는 주변의 권유를 뿌리치고 여성의 사회진출과 자기계발에 국가유지의 길이 있다는 신념에서 여고를 개교했다"라고 설명했다. 서대전여고는 현재 24학급 규모의 일반계 고교로 학생들이 예의범절, 소통, 협력 등의 가치를 배우고 있다.
1984년 개교 당시 서대전여고와 2024년 현재 서대전여고 모습. |
"예술의 발전은 국력에 비례한다고 합니다. 우리나라도 나라 살림이 나아지면서 예술을 지망하는 인구가 급증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중부권에는 예술고등학교가 없어 많은 학생이 진로 선택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을 뿐만 아니라, 설사 서울로 유학시킨다 하더라도 학비 부담과 생활지도 문제가 많음을 알고, 부모님들의 고심을 매우 안타깝게 여겨 중부권 대전에 예술고등학교를 개교했습니다." 대전예술고 학생들은 음악·미술·무용·연기예술과를 중심으로 예술적 소양이 갖추고 배움에 대한 의지를 앞세워 꾸준히 정진하고 있다.
서붕 박병배 선생이 국회의원 때 대중 앞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서붕 선생 기념장학사업회 제공) |
서붕 선생은 1970년 5월 16일 국회 대정부 질의를 통해 전반적으로 국가 유지를 위태롭게 하는 현실을 통렬히 비판하면서 당시 정일권 국무총리 이하 전 각료의 총사퇴할 의사가 있는지 질의했다. 그는 이때 '국가 유지론'에 입각해 여러 주장을 펼치는데 선생께서 5선 국회의원으로 활약하는 동안 일관된 정치 목표이었고 신명을 바쳐 투쟁해온 신념이었다. 국가 유지의 위기를 직접 목격하고 체험하면서 국가 유지를 위한 신념을 행동으로 옮긴 것이다. 그는 일제강점기 나라를 잃은 암흑기에 청년 시절을 보내면서 국가의 자주독립을 뼈에 새겼다. 일제강점기 대다수 일본인이었던 대전중학교 3학년 때 조선인들이 규합한 독서회에서 활동하다가 일제 수탈의 군시제사대전공장 파업의 배후로 지목돼 퇴교를 당하고, 경성제대 재학 때는 정구 시합을 편파적으로 몰고 간 일본 심판에게 항의한 경험이 있다. 또 해방 후에는 경찰에 투신해 혼란스러운 국가 치안의 안위를 위해 노력하고 국방부 정무차관 때는 베트남 전쟁의 처절한 현장을 돌아보고 정부의 무능과 부정부패를 절통해 했다. 그는 국가유지론서설을 통해 산아제한의 부당성을 지적하고 오히려 젊은이들의 해외진출과 경험을 쌓도록 도와야 한다고 당부했다.
학교법인 돈운학원과 학교법인 장훈학원 그리고 재단법인 서붕 박병배 선생 기념장학사업회는 10월 8일 오전 10시 30분 서대전여고 개교 40주년 기념식을 맞아 서붕 선생의 '국가유지론서설'을 재발간하고 그의 교육헌신을 기억하는 시간을 갖는다.
임병안 기자 victoryl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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