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익스피어는 <사랑은 눈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 보는 것이라> 했는데, 한국효문화진흥원 근무 중에 주치의가 왈칵 보고 싶었다. 며칠 뜸한 것이 무슨 일이 있는 것 같아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 궁금한 마음으로 전화를 걸었다.
아니나 다를까 목소리는 힘이 없고, 풀이 죽어 있었다. <어디 아프냐?> 물었더니 요즈음 몸이 안 좋아서 이 병원 저 병원 진료 받으러 다니느라 대전에 와 있다는 거였다. 아픈 데가 어디냐고 재차 물었다. 손발이 저리고 힘이 없으며, 눈의 실핏줄이 터졌다고 했다. 순간 가슴이 철렁했다.
내 작년 5월 14일 요로결석 통증으로 선병원 응급실 갔다가 전립선 4기암환자로 선고받았을 때, 제자는 자신의 가족 이상으로 신경을 써 주었다. 내 건강에 좋다는 식품서부터 운동기구며 의료기를 챙겨 주었다. 매일 같이 건강 정보에 관한 카톡 자료도 빠지지 않고 보내왔다. 우리 집엔 주치의가 보내 준 송재영표 제품들이 즐비하게 진을 치고 있다. 개략적인 것만 열거하면 다음과 같다.
목 어깨 부드럽게 하는 마사지 의료기. 종아리 단련 큰 봉, 작은 봉. 당뇨, 신진대사 혈액순환, 피로회복에 좋다는 기혈순환기. 고혈압, 간염 등에 효과가 있다는 초란 식품. 염증 제거, 해독 작용, 정혈 작용, 소화불량 해소에 탁월하다는 인산죽염. 중풍 감기 예방, 항암 작용, 중금속 배출에 효과가 크다는 방풍나물. 빈혈 골다공증 예방, 간 기능 개선, 피로회복, 항암 작용에 탁월하다는 톳. 체중감량, 다이어트, 칼슘의 보고라는 무말랭이, 당 흡수 억제 효과에 좋다는 저당지수혼합잡곡 등이 있다.
제자는 의사 면허만 없을 뿐 세심한 배려로, 사랑으로, 관심으로 내 병을 많이 호전시켜 주었다. 그 덕분에 나는 지금 정상 건강에 가깝게 살고 있다.
제자는 자신의 건강도 시원치 않으면서 내 병 고쳐 준다고 이 것 저 것 챙기고 잔소리를 자주 하곤 했다. 그러더니 막상 자신의 병은 감당하지 못하는 신세가 되었으니 어찌 안타깝지 않으랴!
하느님 너무 하시네요.
송재영 제자, 그저 착하게만 살았어요.
제 몸 돌보지 않고 옛날 선생님 챙겨준 죄밖에 없어요.
전립선 암 환자 몸에 좋다는 저당지수혼합잡곡 사 나르고, 방풍나물에, 마른 톳이며, 인산가 죽염, 초란식품에 마사지 기계랑 틈틈이 운동하고, 피 맑게 하라고, 기혈순환기 챙겨준 죄밖에 없어요.
하느님, 해도 해도 너무 하시네요!
난 받기만 하고 보은 한 번 못했는데 착하고 젊은 사람 벌써 아프게 하시면 안 되는 거잖아요.
아, 글쎄 고생만 하고 눈물 나게 하는 그런 일이 세상 어디 있어요!
저, 덜 미안하고 사람노릇 좀 하고 살게, 제 기도 좀 들어 주시면 안 되나요?
하느님, 제 주치의 아프지 않게 하시고 그 식솔들 너털웃음 웃게 해주셔요.
아, 글쎄 송재영 제자 환자 아닌 주치의가 되어 잔소리하게 하면 안 되는 걸까요?
페스탈로치는 "사랑은 너와 나, 그리고 우리를 서로 단단히 묶어주는 보이지 않는 끈이라" 했는데 우리 그런 사랑으로 단단히 묶인 끈으로 살면 안 되는 것일까요?
'환자가 환자를 걱정하는 주치의!' 왜 이리 마음이 아픈지 모르겠다.
남상선/수필가, 대전가정법원 전 조정위원
남상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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