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예공론] 이주민과 함께하는 'FOREST 합창단 창단 연주회'를 앞두고

  • 오피니언
  • 문예공론

[문예공론] 이주민과 함께하는 'FOREST 합창단 창단 연주회'를 앞두고

민순혜/수필가

  • 승인 2024-10-02 23:16
  • 수정 2024-10-02 23:18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KakaoTalk_20241002_172942112_03
요즈음 나는 우연한 계기로 이주 외국인과 함께하는 'FOREST 합창단'에서 단원과 함께 합창 연습을 한다. 이주민이라고 하기에 외국어로 합창하는 줄 알았는데 유창한 한국어로 우리 노래를 하는데 놀랐다. 단원은 대부분 중국, 캄보디아, 베트남, 일본 등에서 왔다고 하기에 그동안 덮어 두었던 외국어 활용 책을 꺼내 각 나라 언어를 읽어보고 왔던 터였다. 그런데 한국어를 잘해서 굳이 외국어를 할 필요가 없었다.

10월 1일 국군의 날은 공휴일이지만 창단 연주회를 앞두고 연습이 있었다. 연습실은 건물 4층이어서 식은땀을 닦으며 계단으로 올라오는 데도 모두가 밝은 모습을 보니 새삼 음악의 힘이 느껴졌다. 단원 중 그날 참석은 못 하지만 휴식 시간에 먹을 음료수와 과일 등을 보내준 것을 김수연 단원이 양손에 가득 들고 올라왔다. 또 다른 단원은 연습하는 것을 촬영하기 위해 삼각대를 설치하며 구도를 맞추고, 악보 담당은 악보를 체크하는 그러한 모습들이 정겨웠다.

김영호 대표 (다문화대안학교 R school )는 평소 이주 외국인들에 대해 자원봉사 등을 통해 관심이 많았다고 한다. 그들은 그동안 한국 생활에 적응하면서 가정을 꾸리고, 아이들을 키우느라 취미 여가 생활이 쉽지 않았다고 한다.

이제 조금이나마 여유 있는 시간이 생겼으나 무엇을 할까, 생각해도 특별한 것이 생각이 나지 않는다는 말을 많이 듣기에 같이 할 수 있는 것을 생각하다가 'FOREST 합창단'을 창단하게 되었다고 한다. 오직 바람은 20여명의 단원들이 열심히 연습하며 음악으로 삶의 희망과 기쁨을 간직해 나가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합창단 정기 연습은 매주 일요일 오후 2시에서 4시까지이다.



지휘 소프라노 백은경, 피아노 반주 백석원 지도로 20여 명의 단원은 입을 동그랗게 벌리고 아름답게 노래를 불렀다. 연습실 한옆에는 아이들 놀이방이 꾸며져 있다. 엄마가 합창 연습을 하는 동안 아이들은 그곳에서 과일과 과자를 먹으며 자동차 놀이를 하는데 볼 때마다 흐뭇했다. 문득 나의 어릴 적 모습을 떠올려 보기도 했다. 엄마가 가는 곳마다 치맛자락을 붙들고 따라다니던 때가 생각나기도 했다.

사실 나는 음악이 취미생활인데도 이곳저곳 찾아다니다 보면 문득 음악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 보곤 한다. 음악이란 무엇인가. 음악의 실체에 대해 생각한다. 그럴 때마다 어느 연습실에선가 본 적이 있는 글귀가 떠오른다.

"음악은 어떠한 지혜, 어떠한 철학보다도 높은 계시다. 나의 음악의 의미를 파악하는 사람은 다른 사람들이 빠져있는 모든 비참에서 벗어날 수 있다." -베토벤 서한집에서

KakaoTalk_20241002_172904178_03
소프라노 백은경/지휘자
처음에는 그 의미를 정확히 알 수 없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비로소 음악에 대한 경이로움과 스스로를 낮추는 법을 인지하며 그 내용을 터득할 수 있었다. 음악은 우리에게 사랑과 감동을 갖게 하고 아울러 우리 문화와 예술에 대한 올바른 가치관을 세우는 것 같다.

특히 음악은 바람직한 여가문화 형성과 정서 함양은 물론 중요한 덕목으로 꼽히는 올바른 인성을 갖추게 하는 것에 더 큰 의미를 갖게 하기에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게 아닐까. 실은 그런 의미에서 이주 외국인과 함께하는 'FOREST 합창단'은 더없이 뜻깊은 음악 활동인 것 같다.

최정미 단장은 개인 사업과 내국인에 대한 봉사를 하고 있었으나 'FOREST 합창단'을 지인으로부터 소개받고, FOREST 합창단을 통해 많은 나라 이주 외국인들과 함께할 수 있어 즐겁다고 했다. 엄마가 행복해야 아이와 가정이 행복하다고 말했다. 운영위원회도 늘 가까운 곳에서 관심을 두고 보고 있다.

KakaoTalk_20241002_172904178_01
피아니스트 백석원 반주, 소프라노 백은경 지휘 또한 'FOREST 합창단'은 외국 이주민들과 함께하는 합창으로 화음을 이루고 좋은 가사의 좋은 노래를 통해 힐링의 시간을 간직하며 한국에서의 삶이 기쁨 누리기를 소망하는 마음으로 매주 연습에 임하고 있다고 한다.

이주민과 함께하는 <FOREST 합창단 제1회 창단 연주회>가 10월 26일 토요일 오후 3시 청소년위캔센터에서 성황리에 개최되기를 간절히 기원한다. 그동안 음악으로 인류애를 느끼며 매주 감동적인 시간을 간직하고 화합된 모습으로 열심히 연습했기에 더욱 기대된다.

민순혜/수필가

민순혜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 고교 당일 급식파업에 학생 단축수업 '파장'
  2. 대전 오월드서 에어컨 실외기 설치 작업자 추락해 사망
  3. 열악했던 대전 여성노숙인 쉼터…지원 손길로 '확 달라졌다'
  4. "뿌리부터 첨단산업까지… 지역과 함께 혁신·성장하는 대학"
  5. 대전 중구 교육부 평생학습도시 신규 선정 '중구가 대학, 온마을이 캠퍼스'
  1. 대전교사들 "학교 CCTV 의무화, 사건 예방에 도움 안돼" 의무화 입법에 반발
  2. 계룡산성 道지정문화재 등록 5년째 '보류'…성벽과 기와 무너지고 흩어져
  3. 대전 금고동 주민들 "매립장·하수처리 공사장 먼지에 농사 망칠판" 호소
  4. 사랑의 재활용 나눔장터 ‘북적북적’
  5. 대전시의원 후보자 3인 ‘저를 뽑아주세요’

헤드라인 뉴스


[르포] 4·2 재보궐 현장…"국민통합 민주주의 실현해야"

[르포] 4·2 재보궐 현장…"국민통합 민주주의 실현해야"

"탄핵정국 속 두 쪽으로 갈라진 국민을 하나로 통합하고 민주주의가 살아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요." 4·2 재보궐선거 본 투표 당일인 2일 시의원을 뽑는 대전 유성구 주민에게선 사뭇 비장함이 느껴졌다. '민주주의의 꽃' 선거를 통해 주권재민(主權在民) 이라는 헌법적 가치를 발현할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기 위해 저마다 투표소로 향한 것이다. 오전 10시에 방문한 유성구제2선거구의 온천2동 제6투표소 대전어은중학교는 다소 한산한 풍경이었다. 투표 시작 후 4시간이 흘렀지만 누적 투표수는 고작 200표 남짓에 불과했다. 낮은 투표율을 짐..

`눈덩이 가계 빚` 1인당 가계 빚 9600만 원 육박
'눈덩이 가계 빚' 1인당 가계 빚 9600만 원 육박

국내 가계대출 차주의 1인당 평균 대출 잔액이 약 9500여 만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40대 차주의 평균 대출 잔액은 1억 1073만 원으로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2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박성훈 의원이 한국은행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말 기준 가계대출 차주의 1인당 평균 대출 잔액은 9553만 원으로 조사됐다. 이는 관련 통계가 작성된 지난 2012년 이후 역대 최고 수준이다. 1인당 대출 잔액은 지난 2023년 2분기 말(9332만 원) 이후 6분기 연속 증가했다. 1년 전인 2..

요즘 뜨는 대전 역주행 핫플레이스는 어디?... 동구 가오중, 시청역6번출구 등
요즘 뜨는 대전 역주행 핫플레이스는 어디?... 동구 가오중, 시청역6번출구 등

숨겨진 명곡이 재조명 받는다. 1990년대 옷 스타일도 다시금 유행이 돌아오기도 한다. 이를 이른바 '역주행'이라 한다. 단순히 음악과 옷에 국한되지 않는다. 상권은 침체된 분위기를 되살려 재차 살아난다. 신규 분양이 되며 세대 수 상승에 인구가 늘기도 하고, 옛 정취와 향수가 소비자를 끌어모으기도 한다. 원도심과 신도시 경계를 가리지 않는다. 다시금 상권이 살아나는 기미를 보이는 역주행 상권이 지역에서 다시금 뜨고 있다. 여러 업종이 새롭게 생기고, 뒤섞여 소비자를 불러 모으며 재차 발전한다. 이미 유명한 상권은 자영업자에게 비싼..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친구들과 즐거운 숲 체험 친구들과 즐거운 숲 체험

  • 한산한 투표소 한산한 투표소

  •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 앞 ‘파면VS복귀’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 앞 ‘파면VS복귀’

  • 대전시의원 후보자 3인 ‘저를 뽑아주세요’ 대전시의원 후보자 3인 ‘저를 뽑아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