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도교육청이 최근 개정교육과정 운영 지원을 위한 고등학교 학교장 연수를 진행하고 있다./전남도교육청 제공 |
2일 전남도교육청에 따르면 이 교육과정에는 2000여 개의 섬, 전국 최대 갯벌을 보유하고 있는 지리적 여건은 물론,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학령인구 감소, 이주배경 학생 증가 등 전남교육 환경의 특성이 담겨있다.
국가교육과정이 국가가 제시하는 교육의 공통·일반적 기준이라면, 지역교육과정은 전남의 특수성, 교육의 실태, 학생·교원·주민의 요구와 필요 등을 반영해 개발된 '전남만의 것'이라 할 수 있다.
전라남도교육과정의 가장 큰 특징은 교육과정 개발에 교육 주체들이 적극 참여했다는 점이다. 전남교육청은 교원, 교육전문직원으로 지역교육과정 개발위원을 구성하고, 포럼 및 공청회를 거쳐 전라남도교육과정 개발을 마쳤다. 주요 방향은 ▲ 학생 주도성 키움 ▲ 교사의 전문성 지원 ▲ 학교 교육의 자율성 강화 ▲ 교육공동체의 참여 및 협력 등을 꼽을 수 있다.
이 교육과정 안에서 학생들은 자신의 배움 과정을 스스로 설계하는 주도성을 갖는다. 자신의 능력과 적성, 흥미, 학습 유형에서 개인의 특성을 고려해 교과를 '선택'할 수 있다. 학생들이 배워갈 교과목을 살펴보면 독서와 작문, 인공지능 수학, 기후변화와 환경생태 등 미래 핵심역량을 갖추도록 지원하는 일반 교과목은 물론이고 직무의사소통, 디지털과 직업생활, 농업이해, 해양의 이해와 같이 학습자들의 삶과 배움을 연계한 다양한 진로 선택과목도 마련됐다.
이처럼 폭 넓고 깊이 있는 교육과정 운영을 위해서는 교사의 높은 전문성이 요구된다. 단순히 교육과정을 모방해 따르기보다는, 이를 주도적으로 재구성해 맞춤형 수업이 이뤄질 수 있도록 교사의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남교육청은 학습자 맞춤형 교육과정이 편성, 운영될 수 있도록 '학교 맞춤형 대면 및 수시 컨설팅'을 펼쳐나갈 계획이다.
또 교육과정 안착 운영을 위해 교과별 원격 연수 운영 준비도 진행하고 있다. 교과 선도 교원 및 현장지원단은 국어, 수학, 영어, 통합사회, 통합과학, 한국사 등 원격 연수 촬영을 마쳤다. 대규모 인원이 참여하는 전달식 강의에서 벗어나, 교과별 주요 변경 사항을 콘텐츠로 엮어내 강의의 효율성은 높이고, 대면형 연수로 인한 수업 결손은 해소할 것으로 기대된다. 마무리 작업을 거쳐 10월 25일 전남교육청교육연수원 홈페이지에 탑재할 예정이다.
전남의 학생들은 전라남도교육과정 안에서 '지역 생태계'를 기반으로 한 배움을 실천한다. 전 지구적 문제인 기후 위기, 인구감소에 따른 지역 소멸 문제, 디지털 대전환 등 빠르게 변화하는 지역 생태계를 바르게 이해하고 있어야 이에 걸맞은 미래 역량을 키워나갈 수 있어서다. 전남교육청이 지역 중심의 글로컬 교육 실현을 역점 과제로 추진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전라남도교육과정의 중점 과제는 ▲ 지속가능한 삶을 위한 생태전환 교육 ▲ 앎을 실천하는 전남형 시민교육 ▲ 모두의 가능성을 실현하는 디지털 기반 교육 ▲ 학교와 마을을 연결하는 지역공생교육 등이다.
우선 생태전환교육은 전남이 가진 서남해의 해양 생태계와 영산강, 섬진강 등 천혜의 자연환경과 연계한 생태 가치를 배운다. 인간과 환경의 관계에 대한 관점과 태도, 지구생태계와 기후변화 쟁점, 생태 전환을 위한 참여와 실천 등의 주제가 교육과정에 반영됐다. 특히 전남교육청은 학생 주도형 환경교육인 '공생의 길(물길, 숲길) 프로젝트'를 운영하는 만큼, 지역사회가 함께하는 생태교육에 주력해 나갈 방침이다.
전남의 '의(義)' 정신을 배우는 시민교육도 눈에 띈다. 호남의병, 광주학생독립운동, 5·18민주화운동 등 민주·평화·인권에 대한 실천 의지와 정신을 계승하는 전남 의(義) 교육, 지역과 연계하는 민주시민교육, 디지털 시민성 함양 교육을 운영한다. 동아리 및 학생회 활성화, 학생의 학교 운영 참여 확대 등의 학생자치활동 지원도 강화한다.
또, 디지털 기기가 교실 속으로 본격 도입됨에 따라 디지털 교육 내실화에도 나선다. 이를 위해 우선 '2030교실'을 기반으로 한 디지털 학습 환경을 조성하고, 에듀테크 연계학습, AI 기반 맞춤형 학습 콘텐츠 제공 등에 주력한다.
마지막으로 지역 교육 주체들과 협력하는 지역공생교육을 통해 지역과의 상생을 도모한다. 전남은 향후 10~20년 이내 학령기 인구가 급격히 감소하는 한편, 외국인 유입이 증가해 이주배경 학생 비율이 점차 높아질 것으로 예측된다. 전남교육청은 이 같은 지역적 특색을 강점으로 삼아 문화감수성 교육, 글로벌 교육, 맞춤형 한국어교육, 이중언어 교육 등을 적극 지원해 나갈 예정이다.
앞서 지난달 27일 학교장 연수에 강사로 참여한 민병곤 교수(서울대)는 "지금은 국가교육과정이 바뀌는 중요한 시기인 만큼, 2022개정교육과정과 전라남도교육과정이 학교현장에 안착해 운영될 수 있도록 관리자들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교육청 관계자는 "전남의 특색·학교 여건이 반영된 전라남도교육과정의 내실 있는 운영을 통해 학생들의 주도적인 성장을 도와야 한다"며 "전남교육청은 앞으로도 교육 현장과 지속적인 소통으로 학생 중심 교육과정이 깊이 뿌리내리고, 꽃피울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무안=이창식 기자 mediacnc@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