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격상 이 기금은 어떻게 보면 지방이 스스로 살길을 찾게 하려는 정책이다. 목적에 충실하다면 원칙적으로 폭넓게 쓰게 풀어주는 것은 좋다. 성과가 미진한 일부 국고 보조 사업이 반복된다면 취지에서 멀어진다. 10년간 매년 중앙정부가 1조원을 출연하지만 호흡이 긴 사업을 하려면 기금의 영속성까지 보장돼야 한다. 그때그때 단기 성과 위주로 해마다 차등 지원한다면 이벤트성 사업으로 흐르게 된다. 사업 수행 외부기관에 재원만 이전해 숫자만 높이는 것 또한 별 의미가 없다.
기금을 일단 넘겨받은 기초지자체가 사업주체 출자나 출연으로 돌려 집행률과 재원 배분율 차이를 보일 수도 있다. 천차만별인 문제점을 인정하더라도 대전 동구와 중구, 대덕구의 지방소멸대응기금 집행률이 전국 평균보다 저조하다는 소식은 유쾌하지 않다. 낮은 집행률이 사업 성과 저하로 나타나선 안 된다. 전체적으로는 집행률이 높지 않은 이유에 혹시 늦은 '지침'이 들어 있지 않았는지도 살펴볼 일이다. 투자계획이나 집행과 관련해 정부와 광역단체는 시·군·구와 소통을 지속할 필요가 있다.
배분 체계를 우수·양호 등으로 나누는 방식은 실효적 대책으로선 미흡하다. 실집행률과 함께 실제 사업이 기존 사업과 차별성 있게 어떻게 집행되는지 잘 봐야 예산과 정책의 괴리가 줄어든다. 대형과제를 급조하거나 그저 돈을 나눠 소멸을 막는다는 발상이라면 설계부터 꼬였다고 말해도 심하지 않다. 단순하지 않은 과제다. 지방소멸을 막으라는 돈이 지방소멸을 못 막는 일이 생겨서야 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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