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민철 과장이 직접 써낸 '사람을 만나는 도시'. 사진=교보문고 갈무리. |
이미 자동차와 왕복 6차선 이상의 대로로 포화 상태에 이른 대부분 도시에 적용하기란 이상에 가깝다. 이제 12년 차 세종특별자치시는 그래도 이상을 현실로 만들 수 있는 최적의 도시로 통한다.
9월 20일 출간된 '사람을 만나는 도시(저자 송민철, 효형출판)'가 눈길을 끄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자동차에 빼앗긴 장소를 되찾는 도시설계 지침서로 세상에 선보이고 있다. 국가공무원이 더 나은 도시를 누릴 권리를 찾기 위해 책을 썼다. 주인공은 행복도시건설청을 거쳐 현재 국무조정실 특별자치시도 지원단에 재직 중인 송민철 과장.
저자는 온라인 교보문고의 책 소개를 통해 우연한 만남 대신 단절된 이웃만 있고, 목적 있는 의사소통만 존재하는 원인을 자동차 중심의 도시설계에서 찾았다. 도시민들은 반복되는 교통 지·정체에 불만을 토로하면서도, 어느새 이 환경에 순응하며 문제를 문제로 보지 않게 된다고 봤다.
현주소 아래 해법은 '길의 중요성'에서 찾았다. 길을 통해 사람이 만나고 걷게 하는 도시로 만들어야 하고, 이를 위해 ▲만남 장소 확보(Secure) : 보행로와 공공공간 ▲만남을 방해하는 요소의 분리(Separate) ▲만남을 촉진하는 요소 더하기(Serve)까지 3대 요소를 제시했다.
궁극적인 목표는 '사람들로 북적이는 거리 만들기'로 향한다. 보행로와 차도, 대중교통 정류장과 광장 등을 우선 마련하고, 이후 머물고 싶은 아름다운 공간으로 만드는 과정을 필수 단계로 뒀다.
해외 사례로는 기차 노선을 중심으로 자전거 도로와 보행로를 자동차 도로와 분리하는 교통망을 만들어 운용 중인 네덜란드 하우턴을 소개했다. 이곳에선 자전거 타기가 자동차보다 시간과 비용 면에서 합리적인 선택지다.
저자 송민철 씨는 "아름다운 골목과 거리로 손꼽히는 도시들은 하나같이 걷기 좋은 환경을 통해 우연한 만남을 불러일으킨다. 사람들이 길을 오가며 자연스레 교감하고 연결되는 바람직한 환경을 만들어낸다"며 "우리도 각자의 호흡과 리듬으로 서로가 공감하며 어깨를 맞대는 도시 풍경을 그려내야 한다. 이는 결국 삶의 질을 높이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이렇게 될 때, 매일 100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길을 걷다가 교통사고를 당하고 일부는 영원히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안타까운 일도 사라질 수 있다고 봤다.
저자는 그 대안 도시로 세종시를 직접적으로 지목하진 않았다. 그럼에도 세종시는 저자가 지목한 '사람을 만나는 도시'로 나아갈 수 있는 잠재력을 가장 크게 지닌 도시임에 틀림이 없다.
설계 시점부터 폐쇄형 버스 전용차로를 적용하며 도로 위 지하철인 비알티(BRT)를 도입했고, 50km/h 속도 제한과 단지 내 지상 주차장 없는 도시, 차로 만큼 보행로와 자전거 도로를 확보, 이응패스(버스+자전거 정액권) 시행 등이 대표적 사례다. 저자의 바람이 2030년 완성기를 앞둔 세종시에서 실현되길 기대해본다.
한편, '사람을 만나는 도시' 목차는 1부 우리는 안녕한가와 2부 안녕으로 가는 길, 3부 무엇을 해야 하는가, 4부 어떻게 해야 하는가로 구분되고, 각 주제를 뒷받침하는 19개의 이야기로 구성됐다. 새로운 도시를 만드는 3S, 보행 공간 확보, 광장 및 차도 망 계획, 필지 구획, 가로 및 상가, 공원 계획 등이 주요 내용이다다.
세종=이희택 기자 press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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