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향토서점인 계룡문고가 문을 닫으면서 책 읽는 문화와 공공서점에 대한 논의가 제기되고 있다. 사진은 빈 서가의 계룡문고 모습. (사진=임병안 기자) |
계룡문고 폐업 소식을 접한 작가와 시민모임 활동가들은 가까이에서 이용할 서점이 또 하나 사라졌다는 아쉬움과 함께 문화공간을 잃었다는 상실감을 토로했다.
대전천 판잣집 배경의 소설 '달바라기'의 김수남 작가는 지난주까지 계룡문고를 찾아갔으나 갑자기 문을 닫았다는 소식에 안타까움을 전했다. 전화로 책을 주문해 며칠 뒤 방문하면 계산대에서 곧바로 책을 받아올 수 있어 책을 가까이할 수 있었다며 그동안 감사하다는 마음도 전했다.
김수남 작가는 중도일보와 통화에서 "열흘 전에도 소설 '파친코'를 계룡문고에서 구입해 지금 잘 읽는 중이고 그 전에는 김주혜 작가의 '작은땅의 야수들'도 그곳에서 구해서 읽었는데 이제 책을 어떻게 구해야 하나 난감하다"라고 전했다.
지역사회에서 책 읽는 문화를 조성하려 얼마나 노력했는지 돌아봐야 한다는 의견도 개진됐다.
최주환 '책 읽는 대전만들기 시민모임' 공동대표는 책을 가까이할 수 있도록 체험하고 교육하는 활동이 대전에서 유독 부족한 상황을 지목했다. 최주환 공동대표는 "일 년에 10명 중 6명이 책을 한 권도 안 본다는 통계가 있을 정도로 독서인구 감소가 현실이 되었고 그러한 와중에 또 하나의 향토서점이 문을 닫게 되었다"라며 "먹고 마시는 활동도 있겠으나, 서점에 차분히 앉아서 생각하는 즐거움과 전문성을 키우는 학습 환경도 경제활동에 중요한 분야"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우리가 도서관을 공립으로 운영하는 것처럼 서점도 공립 형태로 조성하고 운영하는 것도 가능할 것이며, 독서진흥 활동과 정책이 과연 있었는지 돌아봐야 한다"고 밝혔다.
수익의 10%를 책 구매와 독서활동에 사용하는 문화활동을 실천해온 작가는 서점을 지역 문화자본으로 바라봐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호수돈여교 교장을 역임한 김충일 북칼럼니스트는 "시민들이 서로를 신뢰하는 것을 사회적 자본이라고 한다면 서점은 문화 자산을 축적하는 문화자본의 발원지 같은 곳"이라며 "공동체 정신에 기반해 오래된 서점이 다시 활성화되고 있는 세계적 추세에 반대로 지역 서점이 문을 닫는 것은 책 읽는 사람의 입장에서 무척 안타깝다"고 토로했다.
임병안 기자 victoryl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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