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년만에 경영에 마침표를 찍은 대전 계룡문고에서 책 반출을 마치고 이동선 대표가 뒷정리를 하고 있다. 사진=임병안 기자 |
29일 찾은 대전 중구 선화동의 계룡문고는 출판사와 총판 관계자들이 책장에 꽂힌 책을 꺼내 상자에 담아 트럭에 옮기는 반출작업이 한창 진행되고 있었다. 서점 벽면에 가득 꽂혀 있던 20만 권에 달하는 책은 온데간데 없고 빈 책장과 책을 담은 종이상자가 몇 개 남아 있었다. 최신의 책을 만날 수 있던 베스트셀러 코너를 비롯해 시집, 드로잉, 마케팅, 서예, 역학, 외국어 등 책을 언제든 찾아볼 수 있던 곳에 정작 책이 없는 풍경이 낯설게 다가왔다.
계룡문고는 28일 오후 6시부터 손님을 더 받지 않고 폐업절차에 돌입해 주말 사이 출판사와 총판에 대금을 정산하고 도서 반출을 마쳤다. 폐업 소식을 듣고도 찾아온 몇몇 시민들은 서점 앞에서 한참을 맴돌며 안타깝다는 심정을 전했다. 서점 앞에서 만난 시민 김조민(34·여) 씨는 "나무를 가꾸는 데에 취미를 붙이고 관련된 책을 찾아보고 안에서 커피를 마시기 위해 왔는데 문을 닫았을 줄 생각하지 못했다"라고 말하며 오히려 어떻게 된 영문인지 기자에게 물어왔다.
1996년 1월 중구 은행동 옛 유락백화점 건물 1·2층에서 시작한 계룡문고는 2003년 문 닫은 문경서적과 2009년 폐업한 대훈서적을 잇는 향토서점으로 시민들의 사랑을 받아 왔다. 서점 안에 세미나실에서는 출판기념회와 저자 초청 강연이 열리고, 어린이 코너에는 신발을 벗고 여러 명이 둘러앉을 수 있는 마당이 있어 유치원 아이들의 동화책 소풍 장소로 애용되기도 했다. 그러나 책 판매가 급감하고 온라인으로 옮겨가면서 경영난을 겪어왔으며, 대전테크노파크에 최근 임대료를 3개월째 납부하지 못해 재산압류 통지까지 받으면서 더 악화되기 전에 폐업을 선택한 것으로 전해진다.
9월 28일 폐업한 계룡문고에 서가가 주말사이 비워졌다. 20만권을 보유한 계룡문고는 28년 역사를 끝마쳤다. (사진=임병안 기자) |
다행히, 서점 직원들 임금은 모두 지급하고, 출판사와 총판에서도 대금문제를 원만히 해결해 채권단은 구성되지 않을 것으로 전해졌다.
임병안 기자 victoryl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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