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주다문화]세계인이 사랑하는 밤(栗), 가을을 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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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다문화]세계인이 사랑하는 밤(栗), 가을을 열다!

  • 승인 2024-10-06 09:46
  • 수정 2024-11-17 11:12
  • 신문게재 2024-10-02 8면
  • 박종구 기자박종구 기자
10-5-1 박진희 기자
올 추석(秋夕)은 유례없는 무더위 속에 보냈다. 오죽하면 '하석(夏夕)'이라는 신조어가 다 생겨났을까. 기록적인 더위가 9월 중순까지 이어진 탓에 가뜩이나 널뛰는 명절 물가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았다. 농작물이 타 죽거나 물러서 썩어 나가는 통에, 한 단에 만 원 하는 시금치며 한 포기에 이만 원을 호가하는 배추 구경을 다 해봤다. 차례상에 구태여 올리지 않아도 되는 시금치나 배추는 차치하고, 필히 올려야 하는 조(棗)·율(栗)·시의 시세 역시 혀를 내두르게 했다. 말린 대추와 곶감은 작년에 사서 쟁여 둔 것이 있어 가슴을 쓸어내렸다. 문제는 생율(生栗)이었다. 이리저리 재고 재다 종국에는 열댓 개 들은 깐 밤 한 팩을 쓰린 속 부여잡고 사고 말았다. 밤 인심 좋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운 밤 주산지에 살면서 명절 앞에 밤 한 톨을 구경 못 하기는 올해가 처음이다.

비싼 몸값 자랑하게 된 알밤은 여러 나라에서 재배되고 있다. 원산지는 중국과 유럽이다. 현재는 유럽종, 미국종, 중국종, 일본종의 네 가지가 대표적이라고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2000여년 전 중국밤이 토착화한 것으로 감미가 많고 속껍질이 얇아 탈각이 양호하고, 밤알이 크면서 저장력이 강한 것이 특징이다. 오늘날 우리가 보는 밤나무의 대부분은 일본 품종이라고 한다. 일본 품종이 도입된 건1958년 밤나무혹벌 피해로 재래종 밤나무가 전멸하다시피 했기 때문이다. 해충에 내성이 강한 단택(丹擇), 이취(伊吹), 광은(廣銀), 유마(有磨), 은기(銀寄) 등의 품종이 이에 속한다. 국립산림과학원에서 육성한 대보(大寶), 옥광(玉光), 미풍(味豊) 등도 보급돼 있다.

우리나라에서 재배되는 밤은 품종에 따라 차이가 있으나, 일반적으로 밤나무 생육 기간인 4월부터 10월까지의 기온이 16~20℃이고 겨울에도 –20℃ 이하로 내려가지 않는 지역이 적지(適地)라고 한다. 밤은 고온다습한 기후에서는 밀가루를 뿌린 것 같은 흰가루병 발생이 많고, 과실의 성숙 직전에 강우가 많을 때는 과피열상이 생기기 십상이란다. 사람도 배겨내기 어려울 만큼 예측을 불허하는 기후 변화에 밤 생산량이 감소한 건 지극히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밤은 예부터 관혼상제에 빠지지 않는 중요한 과실로 널리 이용돼 왔다. 크리스마스에 먹는 프랑스의 전통 디저트, '마롱 글라쎄(Marrons Glaces)'의 유명세를 빌릴 것까지도 없다.



밤다식, 밤단자, 밤주악, 밤편, 밤엿 등 밤으로 만든 전통음식의 수는 이루다 헤아릴 수 없다. 밤은 5대 영양소를 골고루 함유하여 발육과 성장에 좋고, 소화성이 좋아서 아기 이유식 노인식 등으로도 이용된다.

어디 그뿐인가. 생밤은 비타민C 성분이 다량 함유돼 알코올의 산화를 도와주기에 술안주로 좋고, 칼집 넣어 불에 익힌 군밤은 찬 바람이 불어대는 긴긴밤에는 대표 간식으로 사랑받는다.

피부 미용, 피로 회복, 감기 예방에 탁월한 알밤뿐만 아니라 율피(보늬)는 노화 방지, 항균 작용 등의 효능이 입증되어 차나 팩으로 이용하고 있다.

버릴 것 하나 없는 알짜배기 과실 '알밤'. 해를 거듭할수록 매서워질 무더위와 폭우를 견뎌내며 흔들림 없이 한반도에 깊이 뿌리내려주길 바라고 또 바란다.

박진희 명예기자(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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