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룡다문화] 빛의 일기=오죽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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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룡다문화] 빛의 일기=오죽헌

  • 승인 2024-09-25 15:40
  • 신문게재 2024-09-26 8면
  • 고영준 기자고영준 기자
오죽헌(당리)
한국 지폐 중에 가장 큰 금액인 오만원권에 있는 신사임당(1504~1551)의 이름이 왜 네 글자인지 궁금하여 알아보니 신사임당의 '신(申)'은 성이고 '사임당'은 호였다. '임(任)'은 중국 주대(周代) 주무왕(周武王)의 어머니 '태임(太任)'을 가리키고, '사임(任)'은 '태임(太任)에게 배울 것이다"라는 뜻이다. 신사임당에 관련된 드라마 <빛의 일기>도 있다고 들었다.

흥미가 생겨 좀 더 깊이 있게 신사임당을 알고 싶어서 근래 가족과 함께 강원도 강릉시에 위치한 신사임당이 살던 주택 '오죽헌'에 갔다 왔다.

주택의 정문 밖에는 식물이 울창하게 자라 있고, 안쪽의 건물의 처마가 은은하게 보인다. 이 화면은 바로 (구판)오천원권 지폐의 뒷면에 등장한다.

들어가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무성한 검은 대나무(오죽·竹)와 조선 초기에 지어진 별당건물 '오죽헌'이고 그 중 하나의 방이 바로 신사임당의 둘째 아들인 율곡선생(1536~1584)이 태어난 '몽룡실'이다.



흥미로운 점은, 비록 '오죽'이라고 불리지만, 대나무의 나이에 따라 청록색, 황색, 황갈색, 진갈색 등 다양한 색조를 보여준다는 것이다.

이 고아한 오죽헌, 아름다운 오죽과 율곡선생의 초상화는 오천원권 지폐의 앞면에 나타난다. 주택 안에는 사랑채, 문성사, 어제각 등이 있는데 어제각에는 율곡선생이 사용했던 벼루도 보관되어 있다.

이 벼루는 (구판)오천원권 지폐의 뒷면에 보인다. 주택 외부는 원래 농경지였지만, 지금은 '초충도 화단'으로 조성되어 있다. 왜냐하면 신사임당의 대표 작품이 '초충도'이기 때문이다. '초충도'에는 메뚜기, 귀뚜라미, 조롱박, 나비, 잠자리, 개미, 작은 쥐, 수박, 포도, 가지, 수탉 꽃, 양귀비꽃 등이 많이 나온다.

'초충도'를 자세히 보면 마치 동화책을 보는 것처럼 재미있다. 어떤 작은 쥐는 수박을 몰래 먹고 있고, 나비는 수탉 꽃과 함께 화려하게 날아다니고 있으며, 개구리가 작은 벌레를 주시하고 있는 모습은 마치 다음 순간에 뛰어오를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오만원권 지폐의 앞면, 오천원권 지폐의 뒷면에는 다양한 '초충도'가 등장한다.

△50,000 앞면: 신사임당의 초상화, 신사임당의 초충도

△5,000 앞면: 신사임당의 둘째 아들 율곡이이의 초상화, 오죽헌, 오죽

△5,000 뒷면: 신사임당의 초충도

△(구판)5,000 앞면: 오죽헌 정문 전경

△(구판)5,000 뒷면: 율곡선생이 사용했던 벼루

사실 신사임당은 그림 분야에서 유명할 뿐만 아니라 문학에서도 매우 높은 경지를 가지고 있었기에 <어머니를 그리며> 등의 시도 '오죽헌'에서 전시되어 있다. 신사임당이 서울 시댁에 있을 때 고향에 혼자 계시는 친정어머니를 그리며 다음과 같이 시를 지었다.

산 첩첩 내 고향 여기서 천리

꿈속에도 오르지 고향 생각 뿐

한송정 언덕 위에 외로이 뜬 달

경포대 앞에는 한줄기 바람

길매기는 모래톱에 헤어졌다 모이고

고깃배는 바다 위를 오고가계지

언제쯤 강릉 길 다시 밟아가

어머니 곁에 앉아 바느질 할까

'오죽헌'을 참관하면서 신사임당이 어머니로서의 현덕한 교육관, 자식으로서의 애틋한 마음, 그리고 예술가로서의 비범한 관찰력과 상상력에 대해 잘 알게 되었다. 일상 생활 속에 흔히 볼 수 있는 얇은 지폐가 고아한 '오죽헌'에서 두꺼운 매력적인 예술과 역사책으로 되었다. 평범해 보이는 지폐 속에 숨겨진 평범하지 않은 문화와 감정도 매우 흥미롭고 감탄을 자아낸다.

당리 명예기자(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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