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종학 교수 |
먼저 충남대는 정부로부터 연간 200억 원씩, 5년간 총 1000억 원이라는 막대한 금액의 재정 지원을 받을 수 없게 됐다. 큰 금액이 아니라고? 충남대의 경우 학생 등록금으로 이뤄지는 대학회계 1년 수입이 1000억 원 남짓이고, 이 가운데 인건비나 공공요금 등을 제외하고 실제 대학 스스로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예산은 고작 수십억 원에 지나지 않는다. 16년여간 지속되어 온 등록금 동결정책으로 대학 재정은 바닥을 드러내는 것에 그치지 않고 경상비지출조차 허덕이는 실정이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가히 천문학적 금액이다.
그렇기에 좀 거칠게 표현하면, 글로컬 사업 지원금은 대학발전 비용이 아닌 지방대학의 생계비 지원금이라고까지 말할 수 있다. 결국 학생에게는 양질의 교육을 제공하지 못하고, 교육과 연구를 책임진 교수에게는 충분한 지원을 못하기에 충남대 구성원에게 끼치는 부정적 영향의 막대함은 불문가지이다.
또한 글로컬 사업은 단순한 지방대학 재정 지원이 아닌, 대학이 지역과 함께 상생하고 동반 성장을 꾀하는 사업으로 내년부터 시행되는 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인 라이즈(RISE) 사업의 준비 단계적 성격을 띠고 있다. 그런데 글로컬 대학 탈락으로 위 사업을 통하여 대학과 지역이 상호 협력하고 지원하는 경험을 쌓을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상실하였고, 거액의 사업비 지원을 통한 지역사회 발전도 꾀할 수 없게 되었다는 점이다. 이는 대학과 지역의 본격적 연계 사업인 라이즈 사업에도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것은 명약관화하다.
더 큰 문제가 놓여 있다. 비록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충남대와 한밭대는 통합을 전제로 한 글로컬 사업 준비과정에서 양교의 구성원은 물론 대전시를 비롯한 지역민들의 신뢰를 많이 상실했다. 지역 국립대학이, 그것도 사람이 자원이고, 지역과 대학의 상호 신뢰를 통한 협력이 더욱 절실히 요구되는 시대에 구성원을 비롯해 지자체와 지역민들로부터 신뢰를 잃었다는 것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무형자산을 잃은 것이다. 참으로 안타까운 지점이다.
마지막으로 구성원들의 냉소적 반응에 이은 무력감과 무관심이다. 이것이야말로 조직 발전의 가장 큰 걸림돌이기에 시급히 극복해야 할 과제다. 어쩌면 그 어느 것보다 극복하기에 어려운 난제일 수도 있으리라.
자, 이제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희망이 없을까? 아니다. 희망이 있다. 그것은 현 충남대 총장의 임기가 올봄에 막 시작돼 아직 시간이 충분하다는 점이다. 많은 구성원의 지지를 통해 임명된 신임총장으로서 혁신적 리더십으로 조직을 새롭게 정비하고 처음부터 다시 준비한다면, 오늘의 어려움은 오히려 전화위복의 기회가 될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충남대 구성원과 지역민들로부터 상실된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진정성을 갖고 겸허한 자세로 다가가야만 한다. 다른 한편 구성원들에게는 "반드시 해야 한다. 한번 해보자, 얼마든지 할 수 있다"라는 의식을 심어줘야 한다. 구성원들도 애교의 마음으로 이에 부응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대전시와 충남도는 물론 충청민들도 지역거점국립대의 발전이 지역발전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고 대국적 견지에서 최대한 성원해줘야 한다. 누가 뭐래도 국립대와 지자체는 상생의 파트너로서 충남대 없는 충청발전은 상정할 수 없기에 그렇다. 위기의 시대, 충남대 총장의 리더십과 경륜 발휘를 믿음으로 기대한다. /손종학 충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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