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간에 폭우가 쏟아져 새벽에 하천 범람위기를 겪는 야행성 위험기상이 일상처럼 반복되면서 재난 통보시스템에 대한 정비가 요구되고 있다. 사진은 9월 21일 큰비에 범람한 유등천 모습. (사진=이성희 기자) |
올해 충청권에서 하천의 수위가 범람을 우려할 수준에 도달할 것으로 전망돼 발령된 홍수주의보와 홍수경보 82건을 분석한 결과 84%에 이르는 69건이 오후 9시부터 오전 6시 취약시간에 집중됐다. 낮에 무덥고 화창한 날씨였다가 밤사이 돌변해 많은 비를 쏟아붓고 날이 밝기 전에 하천 범람위기를 겪는 야행성 위험기상이 반복된 것이다. 재난을 인지하기 어려운 시간 때에 닥친 위험기상을 시민들께 알리는 통보시스템이 중요한 때 대전·충남에서는 유독 제대로 운영되지 못하고 있다.
먼저, 기상청은 시간당 50㎜ 이상 비가 오면서 3시간 누적 강수량이 90㎜에 도달할 때 또는 시간당 누적강수량이 72㎜를 넘어설 때 호우 긴급재난문자(CBS)를 지역 내 소재한 휴대전화로 직접 발송한다. 알림은 휴대폰에 40데시벨(dB)의 경고음과 진동을 동반해 위험기상이 다가왔음을 알 수 있도록 한다. 그러나 이 같은 호우 긴급재난문자가 수도권과 경북권 그리고 전남권에서는 지난 5월부터 정식 또는 시범으로 서비스되고 있으나, 충청권은 서비스 대상이 아니라서 제공되지 않고 있다.
충청권에서 올해 8월 20일까지 호우 긴급재난문자가 발송될 수준의 폭우가 18건 있었으며, 9월 20일부터 21일 이틀 사이에는 11건의 폭우가 긴급재난문자를 발송한 수준의 강우였던 것으로 관측됐다. 재난문자 발송 규모의 폭우 대부분 야간 취약시간에 관측됐으나 서비스가 시행되지 않아 문자는 발송되지 않았다.
폭우가 내린 뒤 직접적 재난으로 이어지는 하천 범람 위험과 홍수 관련 재난 통보시스템도 제한된 신청자에게만 제공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환경부는 하천의 위험수위 도달정보를 문자로 통보하는 시스템을 이미 가동 중으로 지자체와 경찰 그리고 시민 중에서는 사전에 신청서를 제출한 경우에만 제공하고 있다. 하천 40곳에 수위관측소를 운영하는 금강홍수통제소는 홍수정보를 생산해 직접 통보하는 시스템을 갖췄으나 지난해 4월 열흘간 신청자 접수에 그쳤고 올해는 그마저도 공지되지 않았다. 또 올해 인명피해가 발생한 논산시를 비롯해 충청권 지자체에서도 홍수정보를 시민이 직접 받을 수 있는 신청제도를 안내하지 않고 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김주영 의원(더불어민주당)은 관련 국감자료를 통해 "지난 7월 논산과 영동에 호우 긴급재난 문자가 발송됐다면 골든타임을 확보해 인명피해를 예방할 수 있었을 것으로 야행성 폭우처럼 기존과 다른 이상기후 현상에 대한 재난문자 확대가 필요하다"라고 당부했다.
임병안 기자 victoryl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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