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의 모 아파트 경비원이 휴식을 위해 1평 남짓한 경비 초소에서 간이 침대를 펼친 모습. 경비원 휴게실이 있지만,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 (사진=최화진 기자) |
19일 저녁, 대전의 한 아파트단지에서 만난 경비원 A씨는 1평 남짓한 경비 초소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경비원은 감시·단속적 근로자로 저녁에 퇴근하지 못하고, 24시간 격일 교대 근무를 한다. 야간 휴게 시간에도 A씨는 비좁은 초소에서 간이침대를 펴고 쪽잠을 청한다. 아파트 단지 지하 자재창고 내 경비원 휴게실이 있으나, 창고 문이 굳게 잠겨있기 때문이다. 자재창고 열쇠도 아파트 관리사무소에 있어 휴게실을 이용할 때마다 소장에게 직접 열쇠를 달라고 요청해야 한다. 경비원을 위한 휴게실이지만 정작 경비원이 자유롭게 드나들지 못하는 구조인 거다. A씨는 "문 여는 것조차 눈치 보여 휴게실을 제대로 이용해 본 적 없다"고 토로했다.
A씨가 근무 중인 아파트 단지 지하 1층 자재창고에 경비원 휴게실이 위치해 있지만, 경비원 휴게실이라는 안내문도 없으며, 문이 잠겨 있어 이용하지 못하고 있다.(사진=최화진 기자) |
대전의 또 다른 아파트단지 경비원 휴게실. 지하가 아닌 지상에 있지만. 휴게실 내 벽면 곳곳에 곰팡이가 피고 휴게공간과 분리되지 않은 화장실 냄새와 섞여 악취가 진동했다. 아파트관리사무소에서 안 쓰는 전기MDF실을 경비원 휴게실로 쓸 수 있도록 내줬지만, A4 용지만 한 작은 창문 탓에 환기가 어렵고 햇빛이 들어오지 않았다. 이 때문에 냉난방기와 장롱, 테이블이 마련돼 있으나 사용하는 경비원들은 없었다. 화장실 세면대에 온수가 나오지 않고, 싱크대나 냉장고도 없어 휴게실에서 끼니를 해결하기에도 어려워 보였다. 해당 아파트에 근무 중인 경비원 B씨는 "야간 휴게 시간에 사용할 수 있도록 장롱 안에 이불을 가져다 놨지만, 곰팡이가 많이 피어 최근 다 버렸다"고 말했다.
대전 내 아파트 단지 경비원 휴게실 모습. 지상에 있지만, 에어컨과 벽면 곳곳에 곰팡이가 펴 있다. (사진=정바름 기자) |
실제로 지난 8월 대전노동권익센터에서 대전 소재 500세대 이상 공동주택에 근무하는 경비원 299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진행한 결과, 경비원의 15%가량은 여전히 근무지에 휴게실이 없었다. 휴게실이 있어도 화재·유해물질 위험이 있는 지하에 설치된 곳이 29%였고, 침구류가 없는 곳도 40%였다. 휴게실을 거의 이용하지 않는 경비원들은 48%로 절반가량에 달했는데, 이유는 휴게공간의 환경 열악, 심적으로 사용하기 불편해서가 대부분이었다.
2019년에 리모델링 된 H 아파트의 경비원 휴게시설(왼쪽부터 개선되기 전, 후) (사진=최화진 기자) |
심유리 민주노총 대전아파트 경비노동자권리찾기 단장은 "경비원들을 바라보는 아파트 주민들의 인식 개선도 필요하지만, 노동청과 지자체에서 단지별로 휴게실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바름·최화진 기자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