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지역에 밤부터 새벽 사이 집중호우가 쏟아진 21일 대전 유등천과 갑천이 불어난 물에 잠겨 있다. 이성희 기자 token77@ |
22일 금강홍수통제소에 따르면, 대전과 충남·북에 폭우가 쏟아진 9월 20일부터 21일 사이 지역 내 하천 18곳에서 홍수주의보가 발령됐고, 비가 그치면서 해제됐다. 20일 오후 11시 30분 당진 역천을 가로지르는 채운교에 수위가 상승해 홍수주의보를 발령한 것을 시작으로 아산 곡교천의 충무교, 세종 조천의 상조천교, 대전 유등천의 복수교에서 각각 홍수주의보가 발령됐다. 당진과 세종에서는 저지대 주민 대피가 요구되는 홍수경보까지 상향됐는데, 9월 홍수경보는 2009년 이래 올해에 처음 발령된 것이다. 다행히 하천 범람에 따른 대규모 피해는 없었으나, 9월 홍수특보 발령은 상당히 이례적인 상황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9월 20일 논산과 예산, 대전 하천에 홍수주의보가 발령되고 2020년 9월 3일 전북 무주군에 한 차례 더 발령된 사례를 빼고는 2009년 이후 9월 금강 하천에서 홍수특보는 발령된 예가 없었다.
특히, 충청권 하천에 홍수주의보와 경보 발령 횟수가 유독 올해에 많고, 수면을 취하고 어둠으로 가장 취약한 시간 때에 집중되고 있다. 금강홍수통제소의 홍수특보 통계를 분석한 결과 2009년부터 작년까지 15년간 주의보와 경보는 각각 65건과 22건으로 총 87건 발령됐는데, 올해에만 주의보 61건 경보 21건으로 총 82건 발령돼 지난 15년간 총 발령 횟수에 94%에 이르고 있다.
문제는 주택가와 상가, 공공시설 침수 위험을 경고하는 이러한 홍수특보가 오후 9시부터 오전 6시 사이 취약시간에 집중되는 경향이라는 점이다. 이번 가을 폭우 때도 20일 밤 11시 30분 당진시 역천에서 처음 홍수주의보가 발령된 것을 시작으로 이틀간 23건 중에서 14건(60%)이 취약시간에 발령됐다.
올해 전체 홍수 주의보·경보 발령 시각을 분석해봐도, 총 82건의 홍수 위험신호(특보) 중 69건은 오후 9시부터 다음날 오전 6시 사이에 이뤄졌다. 이는 밤부터 새벽 사이 호우가 집중되는 일이 잦아지면서 대부분 잠든 시간에 하천 수위가 빠르게 오르기 때문인데, 대표적으로 7월 10일 서구 용촌동 정뱅이마을에 침수가 시작된 시각도 오전 4시 20분께이었다.
임병안 기자 victoryl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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